실익 챙긴 '경제 순방' 마무리… 신시장 통해 수출 활로 찾았다
필리핀과 협력으로 아세안 거대 FTA 네트워크 구축… 수출 경쟁력 증대
20건 양자회담, '세계박람회' 유치 활동… "신시장 개척 외교 이어질 것"
윤석열 대통령이 동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및 주요20개국(G20)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기반으로 아세안 신시장 개척에 총력전을 벌였다. 정상회담과 양자회담을 비롯해 현지 기업인들과 만나 핵심 광물, 원전,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실질적인 성과도 거뒀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의 결과로 수출 마이너스 행보가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11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참모들과 회의를 갖고 주요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순방 성과에 대한 후속조치를 당부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순방에서 기대 이상의 경제 성과를 끌어내는 데 성공한 만큼 앞으로 분야별, 의제별 후속조치에 대한 계획 점검이 이뤄질 것"이라며 "국민들과도 순방 성과를 공유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부연했다.
사실상의 '경제 순방'으로 평가받는 이번 일정에서 윤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와 경제 협력을 극대화했다. 특히 아세안 정상회의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와는 '40조원 수도 이전 프로젝트' 협력의 근간을 다졌다.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는 탄소중립 정수장 구축·상하수도 및 터널 건설사업 등 인프라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망 신시장 확보'라는 성과도 달성했다. 인니는 아세안 내 경제규모·영토·인구 1위 국가이며 니켈 매장·생산 세계 1위로 전기차 공급의 핵심고리 역할을 맡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인니와의 정상회담은 물론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계기로 핵심광물, 원전, 모빌리티, 할랄식품, 병원 운영 등의 분야에서 총 22건의 MOU를 체결하는데 힘을 보탰다. 윤 대통령이 현지 기업인들과 만나 한국 기업의 핵심기술 보호와 시장 선점을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 수입물량 제한, 인증제도 등을 논의한만큼 기업의 애로사항도 조만간 해소 시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것도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 중 하나다. 한-필리핀 FTA는 싱가포르·베트남·캄보디아·인도네시아에 이어 아세안 회원국과의 다섯 번째 양자 FTA로, 아세안 시장의 91%에 달하는 거대한 FTA 네트워크가 완성됐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기존 관세율 5%인 한국산 자동차는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고 기존 관세율이 최대 30%인 자동차 부품은 최대 5년 내 관세가 사라진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도 5년 간 같은 혜택을 받는다. 그동안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필리핀 자동차 시장에서 우리 자동차의 수출 경쟁력을 크게 개선될 전망으로, 필리핀이 인구 1억1000만명, 소비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70%에 이르는 큰 내수시장을 보유한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 경제 이익은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G20 기간에는 한국 기업의 인도 수출시장 공략을 위한 기반 마련에 공을 들였다. 미·중 패권 전쟁 등 여러 요인으로 중국의 경제가 침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가 '포스트 차이나'로 부상하고 있어 우리 정부도 보다 강화된 협력 체계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도는 올해 인구 14억명으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인구 대국이 됐다. IMF 등에 따르면 2028년까지 평균 6.1% 성장할 전망이며, 2030년까지 경제 규모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해 높은 교육 수준 대비 중국·베트남보다 저렴한 인건비 등을 이유로 주요 기업의 생산지가 인도로 옮겨가며 '세계의 공장'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40억달러 한도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기본약정(2023~2026년)을 체결했다. EDCF 기본약정은 향후 일정기간(3~5년) 수원국에 대한 지원 한도 및 조건을 명시하는 차관 관련 협정으로, 우리 기업들의 인도 내 고부가가치 기반시설 사업 참여 확대의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윤 대통령은 2015년 협상 개시 후 8년째 진행 중인 '포괄적경제 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에 유의미한 진전이 필요하다는 의사도 전했다. 인도는 '자립 인도' 정책도 추진하며 비관세 수입 장벽이 강화돼 우리 기업에 불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모디 총리와 수출기업 최대 애로사항 중 하나인 원산지 증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말까지 '원산지 증명서 전자교환시스템'을 개통하고 무역사절단 상호 교차 파견에도 합의했다.
한국이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우주항공청과 인도의 우주청의 협력관계 구축·ICT 협력 등 미래 상생 협력도 눈에 띈다. 1972년 우주청을 설립한 인도는 최근 찬드라얀 3호를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시킨 데 이어 태양 관측용 위성을 발사하는 등 우주산업 분야 선도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인도에 설치된 한·인도 연구혁신센터를 통해 우주탐사, 위성항법시스템, 인공위성 정보 활용 등 분야를 중심으로 공동연구와 연구인력 교류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순방 마지막 날까지 각국과 연쇄 정상회담을 이어간 것도 국가 간 경제 협력을 다지기 위한 조치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20건의 양자회담을 포함해 30명이 넘는 정상급 인사들과 다양한 형태로 접촉하며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관계 정상화, 한미일 정상회의 등을 통해 한국 정부의 외교 무대가 인태를 넘어 글로벌로 자리매김한 만큼 수출 활로를 위한 신시장 개척 외교 행보는 앞으로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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