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바꾼 유통지도]'유통업계 애플'된 쿠팡…그들만의 생태계 만들었다
2010년 소셜커머스로 시작
종합물류기업으로 변신
배송직원 직고용 등 반향
2018년 1조원대 영업손실
코로나 반사이익에 흑자 전환
'록인효과' 와우회원 1000만명
쿠팡이츠-쿠팡플레이 사업 확장
편집자주 - 요즘 유통업계에서 소위 제일 잘나가는 곳은 쿠팡이다. 최근 몇 년간 성장세가 두드러졌는데, 이제는 전통의 유통강자인 롯데와 신세계, 그리고 현대의 아성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사세가 커졌다. 쿠팡 실적이 발표되는 날이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뿐만이 아니다. 쿠팡의 성장은 우리 유통산업의 생태계 전반을 바꿔놨다. 쿠팡이 쏘아 올린 변화, 그로 인해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우리 유통산업의 현주소를 다섯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쿠팡은 2010년 5월 소셜커머스 기업으로 시작했다.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당시 미국에서 소셜커머스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우리 소셜커머스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못해 과열된 상황이었다. 티몬과 위메프 등을 비롯해 소셜커머스 업체 수만 수백개에 달했다. 쉽게 말해 '레드오션'이었던 셈이다. 쿠팡은 생존을 위한 변화를 꾀했다. 지향점은 분명했다. "고객들로부터 '쿠팡 없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말이 나오는 세상을 만들겠다." 향후 유통업계에 불어닥칠 지각변동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업계 이단아에 불과했던 그들
쿠팡이 변화를 위해 첫 번째로 꺼내든 카드는 '로켓배송'(론칭 당시 서비스명 와우딜리버리)이었다. 소비자가 자정 전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물건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2014년 3월 도입됐다. 소셜커머스 기업이 단순히 상품을 중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물류센터를 조성하고, 배송직원을 직고용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반향이 컸다. 쿠팡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7년 4월 해외 직접구매 서비스인 '로켓직구'를 선보였다. 이후 자체브랜드(PB) 사업, 로켓프레시(신선식품 배달), 와우멤버십(월 2900원으로 무료 배송·반품) 등 서비스를 줄줄이 개시하면서 여타 업체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 같은 시도는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으나, 출혈 또한 상당했다. 로켓배송 서비스 첫해 1000억원대에 머물던 영업손실이 2018년 1조원대로 커진 것이다. 대표적인 서비스인 로켓배송만 놓고 봐도 물류창고 조성에 직매입·직배송까지, 벌어들이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당시 업계에선 나날이 커지는 적자 폭에 '쿠팡이 곧 망할 것'이란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고 한다. 다행히 물류센터와 배송시스템 확충에 드는 돈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으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으로 충당하면서 고비를 넘겼으나, 적자 행진은 멈출 줄 몰랐다.
코로나 타고 시작된 대격동
쿠팡이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던 유통업계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시기로 업계는 평가한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영향으로 오프라인 시장 이용자 수가 급감하자 그 반사이익을 쿠팡을 비롯한 e커머스 시장이 누리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물류센터를 구축해 다른 경쟁 업체보다 넓은 배송 지역을 선(先) 확보한 쿠팡에는 더없는 기회가 였던 셈이다. 오프라인 업체들이 뒤늦게 온라인 시장에 참전했으나 쿠팡은 물류센터를 통한 '길목 선점'으로 우위를 점했다. 실적 면으로도 이 기간 반등의 흐름은 확인된다. 2020년 쿠팡 매출은 14조원에 달했고, 영업손실도 5504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3분기에는 로켓배송 도입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이 이뤄진 올해 쿠팡의 성장세는 둔화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코로나 기간 온라인으로 유출된 소비자층이 다시 오프라인으로 되돌아올 것이란 기대감에서 비롯된 관측이다. 실상은 달랐다. 2018년 2900원에 내놓은 멤버십 서비스인 와우멤버십을 통한 '록인(Lock-in) 효과'가 빛을 발했다. 록인 효과란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익숙해져 다른 서비스로 이탈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이미 지난해 1100만명을 돌파한 상태다. 올해 여타 e커머스 업체들은 물론 신세계 등 오프라인 업체들도 따라하기 시작했지만 쿠팡의 고객 이탈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여정은 이제 시작"… 변화는 계속
과거 쿠팡이 생존을 위해 선보인 서비스는 이제 e커머스 시장을 넘어 범 유통업계에서 유사한 형태로 찾아볼 수 있는 영역이 됐다. 또다시 레드오션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쿠팡은 쿠팡이츠(음식 배달 서비스), 쿠팡플레이(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신사업을 계속해 내놓고 있다. 실적 또한 고공행진 중이다.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 첫 흑자 이후 4분기 연속 흑자다. 현 추세라면 올해 처음으로 연간 기준으로도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김범석 의장은 지난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체 유통 시장으로 보면 아직 쿠팡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며 "우리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쿠팡에서 발발한 국내 '유통지도'의 대변화가 현재진행형이란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그의 말처럼 실제 여타 유통업체들은 지난 10년 동안 쿠팡이 몰고 온 변화의 바람을 흡수하고 견제에 나선 상황이다. 유통산업을 둘러싼 여러 규제 이슈가 최근 재점화되고 있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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