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항암 병용 임상 성공한 AZ '타그리소'…유한 '렉라자'와 격차 벌리나

이춘희 2023. 9. 11. 10: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폐암학회에서 'FLAURA2' 공개
타그리소 단독 대비 mPFS 9개월 연장
안전성 "기존 치료법 프로파일과 일치"
유한·얀센, 10월 ESMO에서
'MARIPOSA' 임상 공개로 맞불

아스트라제네카(AZ)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화학항암요법과의 병용 치료를 통한 효능 개선을 알리며 '비소세포폐암의 중추(backbone) 치료제'라는 패권 굳히기에 나섰다. 유한양행의 경쟁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와의 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글로벌에서는 병용요법의 효능 개선, 국내에선 1차 치료 급여 선점을 통해 타그리소가 본격적인 렉라자 따돌리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사진제공=한국아스트라제네카]

AZ는 11일 오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3 세계폐암학회 국제학술회의(IASLC 2023 WCLC)에서 타그리소와 페메트렉시드 및 백금 기반(시스플라틴, 카보플라틴 등) 항암화학 병용요법의 효능과 안정성을 입증하기 위한 '플라우라(FLUARA)2' 임상의 결과를 발표했다.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55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에서 병용요법군은 대조군인 타그리소 단독 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mPFS)이 9개월가량 연장되는 성과를 보였다. 암의 진행 또는 사망위험은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PFS는 치료 후 암이 더는 진행되지 않은 기간을 뜻한다. 즉, 타그리소 단독 기준 16.7개월인 암 재발 시점의 중앙값이 화학항암요법을 함께 쓸 경우 25.5개월로 8.8개월 늦춰진 것이다. 이는 성별, 인종, 연령, 흡연력, 변이 유형, 중추 신경계 전이 상태 등에 관계없이 모든 하위(sub) 그룹에서 관찰됐다. 독립적 중앙 검토위원회(BICR) 평가에서도 타그리소 단독 19.9개월 대비 병용요법 29.4개월로 9.5개월의 mPFS 연장 효과가 확인됐다.

항암제 효능의 또 다른 핵심 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은 '데이터 미성숙'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투약 후 환자 사망, 또는 암의 재진행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PFS와 달리 OS는 원인에 관계없이 치료 시작부터 환자의 사망 시점까지 기간을 뜻한다. 참여 환자가 모두 사망해야 비로소 모든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어 확인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AZ는 "데이터가 아직 미성숙했지만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에 유리한 경향으로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2차 유효성 지표 중 하나로 설정된 객관적반응률(ORR)은 병용요법 83%, 단독요법 76%로 나타났다.

화학항암요법 병용 시의 주요 문제인 안전성은 "안전성 결과 및 이상사례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각 치료제에서 확인된 프로파일과 일치했다"고 전했다. 3등급 이상의 심각한 이상사례는 병용요법군 중 64%에서 나타나 타그리소 단독군의 27% 대비 높았다. 또 병용요법군에서는 11%가, 단독군에서는 4%의 치료 중단 사례가 나왔다.

상당한 부작용이 관찰됐지만 이는 화학항암요법의 특성상 부작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부분에 가깝다는 평가다. 앞서 타그리소-항암화학 1차 치료 병용요법으로 진행된 또 다른 연구자 임상인 '오팔(OPAL)' 임상과 비교해 효능은 유지하면서도 부작용은 크게 줄었다. 오팔 임상은 참여 환자 67명의 mPFS는 31.0개월로 이번 플라우라2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3등급 이상 이상사례가 89.6%에 달했고, 15%는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해야 했다.

수잔 갈브레이스(Susan Galbraith) AZ 항암제 연구·개발 수석 부사장은 “플라우라2에서 확인된 강력한 결과를 통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중추 치료제로써 타그리소의 역할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더욱 늘어났다"며 "미충족 수요가 높은 환자들에게 내성 발생과 질병의 진행을 추가로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플라우라2 임상 결과는 핵심 발표들이 공개되는 기조 세션(plenary session)에서 발표되는 등 현장에서도 관심이 고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의 표준 요법으로 꼽히는 타그리소가 진행한 대규모 후속 임상인데다 해당 병용요법이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혁신치료법(breakthrough therapy)으로도 지정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혁신치료법은 기존 치료법 대비 우월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치료법에 부여되는 자격으로, 향후 승인 과정에 있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실질적 효과도 있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2022 세계폐암학회 국제학술회의(IASLC 2022 WCLC) 모습. [사진제공=세계폐암학회]

또한 최근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 무섭게 타그리소를 추격해오고 있다는 점도 플라우라2 발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는 평가다. 두 약은 국내에서는 1차 치료제 급여 선점과 관련해 경쟁을 펼치고 있고, 글로벌에서는 1차 치료 병용요법의 패권을 두고 전쟁을 벌여오고 있다. 타그리소가 2018년 1차 치료법 승인 후 무려 5년간 급여 적용의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다 지난 3월 겨우 넘은 데 비해 렉라자는 지난 6월 승인 후 두 달 만에 암질심을 통과하며 격차를 크게 좁혔다. 하지만 타그리소도 지난 7일 두 번째 관문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먼저 통과하며 '연내 급여화'라는 목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로는 빅 파마 얀센에 렉라자를 기술수출해 협업하고 있는 유한양행은 이번 세계폐암학회에서도 얀센의 표적항체치료제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와 화학항암요법을 결합한 '크라이살리스(Chrisalis)2' 임상의 추가 데이터, 렉라자 1차 단독 글로벌 임상 '레이저(LASER)301'의 아시아계 세부 데이터 등을 공개했다.

하지만 진짜 진검승부는 다음 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유럽종양학회(ESMO)가 될 전망이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에 대조군으로 타그리소 단독 투여를 설정한 '마리포사(MARIPOSA)' 임상 결과가 공개되기 때문이다. 호아킨 두아토 얀센 대표가 앞으로 연 50억달러(약 6조68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주요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꼽는 등 양사의 기대가 큰 상태다. 레이저301 임상에서 mPFS가 20.6개월이 나온 만큼 이를 뛰어넘는 mPFS 값을 달성해 플라우라2를 넘어선다는 목표로 전해졌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