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독일팬, 플릭 후임으로 "지단 달라" 주장…사상 첫 외인 감독 기다린다

이현석 기자 2023. 9. 1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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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한지 플릭 감독이 독일 대표팀에서 경질되며 팀을 떠난 가운데, 팬들이 원하는 감독 후보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에 빛나는 명장이었다.

독일축구연맹(DFB)은 10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플릭 감독은 더 이상 독일 축구대표팀 사령탑이 아니다"라며 플릭 감독 경질 소식을 발표했다.

이번 플릭 감독 경질은 독일축구연맹 123년 역사상 처음 발생한 경질이다. 독일 대표팀을 이끌었던 지난 10명의 감독들은 모두 자진 사퇴 등 경질 없이 대표팀을 떠났다. 현재 한국 대표팀을 맡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사임 의사를 밝히며 팀을 떠났다. 



플릭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면서 베른트 노이엔도르프 연맹 회장은 "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동의했다. 남자대표팀이 최근 실망스러운 결과를 거두면서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고, 우린 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며 "우리나라에서 유로를 치르기 위해선 우린 돌파구와 자신감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 이는 내 재임 기간 동안 내가 내린 가장 어려운 결정들 중 하나"라며 "축구 전문가로서 한지 플릭과 그의 코치들에게 감사하지만 스포츠의 성공이 연맹의 최우선이었다. 그러므로 경질 결정은 불가피했다"라고 덧붙였다.

플릭 감독의 자리를 당분간 대신할 예정인 루디 퓔러 감독 대행은 "플릭 감독은 지난 몇 달 동안 지쳤다. 그는 코칭스태프와 함께 카타르 월드컵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모든 걸 함께했지만, 불행하게도 오늘 우리는 그게 실패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하기에, 우린 자국에서 열리는 유로에서 우리 모두가 바라고 있는 도전적이고 야심찬 주최국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무언가를 바꿔야 한다"라며 분위기 쇄신을 다짐했다.



지난 2019/20 시즌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고 트레블을 달성하며 세계적인 감독 반열에 올랐던 플릭은 이후 2021년 7월 요아힘 뢰프 감독의 후임으로 독일 대표팀에 부임했다. 플릭 감독은 독일 대표팀 부임 이후 자말 무시알라, 카이 하베르츠 등 어린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며 독일 대표팀 세대교체를 위해 노력했고, 2022 카타르 월드컵 직전까지 16경기에서 10승 5무 1패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월드컵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플릭 감독이 이끄는 독일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1승 1무 1패로 일본, 스페인에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1-2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고, 스페인과도 무승부에 그쳤다. 

이후 플릭 감독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2023년 진행된 A매치 6경기에서 1승에 그치며 1승 1무 4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며 무너졌다. 결국 10일 독일 볼프스부르크 폴크스바겐 아레나에서 열린 일본과의 친선 경기마저 1-4라는 엄청난 격차로 보이며 패배하자 독일축구연맹은 경질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경기가 끝나고 플릭 감독은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팀을 갖추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코치들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적합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면서 대표팀을 잘 이끌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지만, 독일축구연맹의 생각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독일 팬들은 플릭 감독의 후임으로 등장한 후보 중 지네딘 지단 감독의 선임을 원한다는 반응을 적극적으로 내비쳤다. 

독일 매체 빌트TV는 10일 "플릭 감독의 대체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플릭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차기 감독 후보 10명을 공개했다. 

해당 명단에는 올리버 글라스너, 미로슬라프 클로제, 루디 푈러(독일 대표팀 이사), 위르겐 클롭(리버풀), 마티아스 자머(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외부고문), 루이 판할, 로타어 마테우스, 지네딘 지단, 율리안 나겔스만과 함께 한국 대표팀 감독인 클린스만도 포함됐다. 



올리버 글라스너는 볼프스부르크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를 이끌었던 감독으로 특히 지난 2021/22 시즌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면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글라스너 감독은 8강에서 바르셀로나, 4강에서 웨스트햄 등 난적들을 꺾고 결승에 진출해 레인저스를 승부차기 끝에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글라스너 감독은 2022/23 시즌을 끝으로 프랑크푸르트를 떠나며 현재는 감독직을 맡고 있지 않다.

클로제는 독일 대표팀을 상징하는 공격수 중 한 명이다. 선수 시절 뛰어난 헤더와 더불어 침투, 골 결정력이 돋보였던 그는 베르더 브레멘, 바이에른 뮌헨 등에서 활약했지만, 그의 최고 기량은 독일 대표팀에서 나왔다. 그는 독일 대표팀 역대 최다 득점자이며, 독일 대표팀의 역대 월드컵 최다 득점자이기도 하다. 클로제는 지난 2022/23 시즌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라인도르프 알타흐의 감독으로 일했고, 현재는 무직이다.

푈러도 독일을 상징하는 공격수 중 한 명이다. 그는 독일 대표팀에서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고, 베르더 브레멘, AS 로마, 마르세유 등에서 활약했다. 독일 대표팀 감독으로도 부임해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독일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푈러는 이미 대행 역할을 맡고 있기에 향후 성적에 따라 대표팀 감독에 재부임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마인츠, 도르트문트, 리버풀을 이끈 클롭은 독일 대표하는 명장이지만, 사실상 부임은 어렴다. 리버풀과 2026년 6월까지 계약을 맺은 상태이고, 리버풀 구단과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감독이기에 2023/24시즌 도중에 독일 대표팀이 클롭 감독을 선임하는 건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프리미어리그 우승 등 그의 화려한 경력과 전술적인 역량을 고려하면 팬들은 그를 강하게 원할 수 있다.

뮌헨 단장을 역임했던 자머도 이름을 올렸다. 자머는 과거 도르트문트에서 선수, 감독으로 활약하고, 현재는 고문으로까지 활동 중인데, 감독직을 맡았던 마지막 팀이 지난 2004/05 시즌 슈투트가르트로 현장에서 19년가량 떨어져 있었기에 유력한 후보로 고려하기는 어렵다.

챔피언스리그 3연패의 지단과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었던 나겔스만도 이름을 올렸으며 뮌헨과 독일 대표팀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마테우스도 후보로 거론됐다.

마테우스는 독일 대표팀 역대 출장 1위에 해당하는 전설적인 인물로 현역 시절 월드컵 우승 1회, 준우승 2회, UEFA 유로 우승 1회 등 독일 대표팀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다만 마테우스는 지도자로 전향한 후에는 파르티잔, 잘츠부르크 헝가리 대표팀, 불가리아 대표팀 등을 거쳤지만,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기에 당장 선임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외에도 과거 아약스,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은 엄청난 구단과 네덜란드 대표팀을 지도했고, 바르셀로나 전성기의 주역이었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 세르히오 부스케츠 등을 발굴했다고 알려져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감독 루이 판할도 해당 명단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빌트 투표에 따르면 독일 축구 팬들이 가장 원하는 사람은 프리미어리그 명문 리버풀을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명장 클롭이다. '빌트'가 지난 6월에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클롭 감독이 득표율 47%를 기록하면서 팬들이 가장 원하는 '전차 군단' 차기 사령탑으로 뽑혔다. 2위는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17%)이었다.




하지만 SNS상에서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팬들은 빌트 보도 내용이 SNS 상으로 전해지자, 해당 게시물에 지단의 이름에 주목했다. 일부 팬이 "지단이 왜 이 명단에 있나"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적지 않은 팬들이 "지단을 원한다"라며 지단의 이름을 댓글로 작성하고 그가 왔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지단은 지난 2021년 여름을 끝으로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2년째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는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선수 생활을 은퇴한 후 2013년 안첼로티 감독 밑에서 레알 코치로 1군 팀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15/16시즌 도중 1군 감독으로 부임했다. 

이후 지단은 세계적인 감독으로 성장했다. 라리가 우승 2회를 비롯해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3연패, 수페르코파 2회 우승으로 대단한 업적을 세웠다. 2017/18시즌 챔피언스리그 3연패 이후 잠시 물러났던 지단은 팀이 부진하자 2018/19시즌 다시 팀에 돌아와 반등에 성공했고, 2020/21 시즌 레알을 떠난 것을 끝으로 아직까지 감독직을 맡지 않고 있다.

그간 프랑스 대표팀, 브라질 대표팀, 파리 생제르맹, 유벤투스 등의 감독 후보로 거론됐던 그는 이번 플릭의 경질로 다시 한번 대표팀 감독 후보로 등장했는데, 팬들은 챔피언스리그 3연패에 빛나는 세계적인 명장인 그를 데려오길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지금까지 외국인 감독에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맡긴 적이 없어 지단이 부임하면 전차군단을 이끄는 사상 첫 외인 사령탑이 된다.

반면 클린스만에 대해서는 팬들의 언급조차 거의 없었다. 이미 한 차례 독일 대표팀을 지휘했던 클린스만은 현역 시절에 독일 레전드 공격수였지만, 대표팀 감독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자국에서 열렸던 2006 독일 월드컵 때 대표팀을 3위 자리에 올려놓았고, 당시 요아힘 뢰브 수석코치 등 코칭스태프에게 선수 점검이나 대표팀 스케줄 조정을 상당 부분 맡기면서 논란이 됐다.



한편 팬들의 바람과 달리 빌트는 가장 유력한 감독 후보로 나겔스만을 꼽았다. 나겔스만은 호펜하임과 RB 라이프치히에서의 성공적인 지도력을 인정받아 바이에른 뮌헨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지난 3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됐다. 이후 나겔스만 선임을 위해 토트넘, PSG, 첼시 등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계약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빌트는 "나겔스만은 플릭의 뒤를 이을 유력 후임으로 꼽힌다. 다만 그는 지난 3월 뮌헨에서 경질된 후 아직 유효한 계약이 있다"라며 나겔스만이 유력 후보로 꼽히며, 그를 선임하기 위해서는 뮌헨과의 위약금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빌트의 예상대로 나겔스만이 독일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앉게 된다면 역대 독일 대표팀 12번째 감독으로 자리하게 된다. 



독일 대표팀 역대 첫 번째 감독은 오토 네르츠로 1934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독일을 3위로 이끌었다. 뒤이어 대표팀 감독에 오른 헤르베르거는 독일 대표팀과 서독 대표팀을 이끌었으며, 1954 스위스 월드컵 당시 결승에서 3-2 역전승을 거두며 '베른의 기적'을 일궈낸 감독이다.

이후 세 번째 사령탑이었던 헬무트 쇤이 1974 서독 월드컵 당시 대표팀을 이끌고 우승을 차지했으며, 후임이었던 유프 데어발은 1982 스페인 월드컵에서 결승전 당시 이탈리아에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4명의 감독을 거친 독일 대표팀은 이후 프란츠 베켄바우어를 선임했다. 베켄 바우어는 현역 시절부터 바이에른 뮌헨과 독일 대표팀 최고의 선수로 맹활약하며 이미 서독 월드컵 우승에 일조했었다. 감독으로 부임한 베켄바우어는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베르티 포크츠와 에리히 리베크를 감독으로 선임했던 독일 대표팀은 한동안 월드컵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두며 부진했다.

클린스만은 9번째 감독으로 독일 대표팀에 부임했다. 그는 2006 독일 월드컵 당시 3위를 기록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당시 그가 대표팀을 떠난 후 그의 전술적인 역량에 대해 많은 선수들이 의문을 표했고, 뢰브가 이를 전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클린스만의 수석코치였던 뢰브가 그의 자리를 물려받아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우승하며, 클린스만에 비해 나은 전술적인 역량을 선보였다. 


뢰브의 자리를 이어받은 플릭은 뮌헨에서의 성과로 독일 대표팀에서도 뀌어난 전술가적 면모가 기대됐지만, 불과 2년 만에 대표팀을 떠나며 독일 대표팀은 12번째 감독을 구하게 된 것이다.

플릭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로 독일축구연맹이 36년 만에 자국에서 개최되는 유로 대회에서의 우승 도전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경질 이후 제대로 된 감독을 선임하며 반전을 만들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AP, AFP, EPA, 로이터/연합뉴스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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