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색감을 더하는 싱어송라이터, 조이민

민수미 2023. 9. 1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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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음악은 색감으로 표현된다. 자연과 교감하며 삶에 대한 철학을 음악에 녹여낸다. 매 순간의 작은 감정도 놓치지 않는다.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서사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이상초원’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지난달 11일 서울 역삼동에서 싱어송라이터 조이민을 만났다.

아주 어린 시절 아역배우로 처음 데뷔했다. 만 5세가 됐을 무렵이다. 주로 드라마에 출연해 단막극이나 사극에서 연기했다. 아역 배우의 경험 탓인지 연예계 활동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크면서 댄스 가수를 꿈꿨다. 가수 지오디를 보며 대중에게 행복을 주는 댄스 가수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댄스 가수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생각이 변한 건 중학교 때였다.

중학교 1학년 시절 ‘영동사운드’라는 교내 밴드에서 처음 기타를 잡았다.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그는 “밴드를 하면서 연대를 통해 음악을 만드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영동사운드는 조이민이 밴드 음악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와도 같았다.

성인이 되어 처음 결성한 밴드는 ‘스페이스파파’ 였다. 도전적이고 패기 넘쳤던 그와 학창 시절을 함께한 선후배들이 뭉친 팀이었다. 활동을 이어가다 20대 중반이 되면서 또 다른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카딘’이라는 밴드였다. 주로 홍대를 무대로 음악 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친구들과 함께했다. 지금은 밴드 ‘이글루베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글루베이에는 스페이스파파 시절 함께했던 오랜 친구 구석영도 있다. 영동사운드에서부터 함께 음악을 하며 우정을 키운 사이다.


조이민은 지난달 13일 새로운 솔로앨범 이상초원을 발매했다. 이번 앨범은 초원에 입성한 주인공을 관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솔로 앨범에는 저 자신이 좀 더 많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앨범의 서사를 중요하게 생각해 추상적인 부분을 구체적으로 풀어내고자 노력했다. 스토리를 입히고 음악에 색채를 더하는 방식은 그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다.

이상초원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휴식의 공간인 초원에서 벌어지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로 인해 감정의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이 감정의 서사가 이번 앨범의 키워드다. ‘물결’, ‘표륜’, ‘그르메’, ‘고요’, ‘물결(outro)’이라는 5개의 트랙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그는 “희망에서 시작해 좌절과 절망, 그리움과 외로움을 표현했다가 다시 ‘물결’ 트랙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삶에서의 회귀를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상초원이라는 제목에는 중의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는 “‘이상’적인 초원에서 이질적 감정을 느끼는 서사를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조이민의 솔로 앨범들에는 하나같이 ‘색감’이 드러났다. 청색의 색감을 표현한 ‘파란’, 도시의 회색을 표현한 ‘The man in grey’, 빛바랜 색감을 표현한 ‘바랜 오후’에 이르기까지 색감을 투영해 그만의 음악 세계를 표현했다. 이번 앨범 이상초원 역시 짙은 녹색을 담고 있었다.


“숨어있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라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못돼요”

무대 위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인간 조이민의 모습은 달랐다. 본래 나서는 성격이 아니지만 무대에서만큼은 자신을 보여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곡에 대한 영감도 주변보다 스스로에게서 많이 받는다. 그래서 음악을 통해 온전한 자신을 표현하는 순간이 제일 즐겁다. 감성적인 편이라 생각의 조각을 기록하는 습관이 배어 있다고 말했다. 길을 가든 누군가를 만나든 사소한 것에서 영감을 받는다. 습작 노트도 있다. 요즘에는 음성 메모를 활용해 떠오르는 악상을 읊조리기도 한다.

20대를 지나 30대가 된 조이민은 달라진 게 있냐는 물음에 “오히려 어려지는 기분”이라고 답했다.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게 생기면 참지 못하는 사람이 됐다. 하지만 책임감에 대한 생각은 커졌다. 그는 “주변 환경의 변화에 뒤떨어져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묵묵히 음악으로 답을 찾아나가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패기 넘쳤던 시절을 거쳐 자연스레 다듬어진 현재의 모습이 됐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야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과정은 그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밴드와 솔로 활동 이외에도 영화 음악 작업도 시도하고 있었다. 작년에는 단편 영화의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다. 서사를 기반으로 곡을 풀어나가는 그의 작업 스타일이 빛을 발했다. 장면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데 매력을 느꼈다. 영화 음악은 조이민의 또 다른 꿈이 됐다.

“전 뚜렷한 사람으로 남기보다 잔향처럼 남고 싶어요”

확실하고 분명하기보다 잔향 같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조이민. 그의 음악은 정답이 없는 삶에 대한 이야기로 대변된다. 정해진 메시지의 틀도, 완벽한 결과물도 없다.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인생을 탐구하며 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음악을 하려 노력한다. “제 생각이나 정서가 전해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전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진주영 쿠키청년기자 jijy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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