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타 포스트 필드]①이승현 ‘족집게 퍼팅 선생님’

노우래 2023. 9. 11.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메이저 2승 포함 7승 수확 ‘퍼팅의 달인’
작년 은퇴 ‘이승현골프스튜디오’ 오픈
김수지, 홍지원, 고지우 등 챔프군단 제자
"선수 시절 보다 더 바쁘지만 너무 재밌어요"

최고의 자리에서 떠나기는 쉽지 않다. 미련이 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을 위해 과감하게 클럽을 놓은 선수들이 있다. 낯선 곳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다잡았다. 아시아경제신문은 은퇴 후 새로운 길을 걷는 골프스타 이야기를 연재한다. 첫 번째 순서는 ‘족집게 퍼팅 선생님’으로 변신한 이승현이다.

"너무 재밌잖아요."

이승현이 지난해 5월 공식 은퇴를 한 뒤 곧바로 서울 양재동에 ‘이승현골프스튜디오’를 연 이유다. 그는 11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퍼팅 아카데미 하고 싶었다"면서 "제가 알고 있는 퍼팅에 관한 노하우를 알려주는 재미가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퍼팅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것 같다. 그래서 재밌다"며 "더 깊이 있는 퍼팅 교습법을 완성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퍼팅의 달인’ 이승현은 "퍼팅 레슨에 관해선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는 당찬 각오다.

이승현의 애칭은 ‘퍼팅의 달인’이다. 2010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데뷔해 발군의 그린 플레이로 2021년까지 12년간 정규투어 시드를 유지했다. 메이저 2승을 포함해 통산 7승을 수확했다. 이승현은 2021년 임신과 2022년 출산으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시드권을 연장할 수 있었으나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은퇴를 결정했다. 그는 "시드가 있는 상황에서 필드를 떠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래도 잘한 것 같다. 지금은 남편과 부모님도 좋아하신다"고 활짝 웃었다.

이승현은 현역 시절보다 더 바쁘게 지내고 있다. 보통 오전 8시 레슨을 시작해 오후 5시까지 업무를 본다. 새벽에 일찍 나오고, 점심을 거를 때도 있다. 이승현은 자신에 대해 18개월 된 아이를 둔 ‘워킹맘’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선수 때는 제 경기만 집중하면 됐지만 지금은 지도하는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일일이 체크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퇴근 이후엔 집안일과 육아도 해야 하고 쉬는 시간이 없는 것 같다"며 "컨디션 조절이 쉽지는 않다. 정말 일주일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승현은 장타와 송곳 아이언 샷을 장착한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신들린 퍼팅을 성공시키며 골프팬들을 매료시켰다. 그는 "퍼팅이 너무 좋았다. 하루에 2~3시간씩 연습을 했다. 자기 전에는 휴대전화를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고 떠올렸다. 이승현은 2017년 메이저 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최다 타수 차(9타) 우승, 2018년 S-OIL 챔피언십에선 역대 다섯 번째 ‘보기 프리’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작성했다. 그는 선수로 뛰는 동안 평균 퍼팅 5위 이내의 꾸준한 상위 성적을 유지했다.

이승현이 지난해 공식 은퇴식에서 황금 퍼터를 받은 직후 후원사인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승현이 은퇴하자 후배들이 몰려들었다. 퍼팅 비법을 전수받고 싶어서다. 대표적인 선수가 김수지다. 이승현은 "은퇴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후배"라면서 "우승 소식까지 전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김수지는 메이저 2승 포함 통산 5승을 쌓은 강자다. 지난달 난코스로 악명이 높은 강원도 춘천 제이드 팰리스 골프클럽에서 끝난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한화 클래식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이승현은 선수들의 기술 외에도 퍼팅을 준비하는 루틴과 심리 상태까지 돌보고 있다.

이승현은 KLPGA투어 선수들을 주로 지도하고 있다. 김수지, 홍지원, 고지우, 방신실, 손예빈, 배소현 등이 이승현의 애제자다. 지금까지 100명 이상을 가르쳤고, 현재 60명 정도 퍼팅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김수지의 우승 이후 더 인기다. 그는 "1부투어와 2부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남자 선수들도 있지만 여자 선수들이 90% 이상"이라고 했다. 벌써 골프스튜디오를 오픈 한 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이승현은 "선수들의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면서 "우승을 하면 깃발과 볼, 모자, 떡 등을 보내주고 있다"고 빙그레 웃었다.

이승현이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어드레스, 그립, 리듬 등 세 가지다. 그는 "퍼팅은 긴장을 하면 똑바로 보내기 어렵다. 힘을 쓰는 타이밍 구간을 일관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현은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세미나, 다른 프로들과의 교류, 클럽 피터와의 대화 등을 통해 부족한 점을 채우고 있다. 또 실내스튜디오에서 신개념 골프 퍼팅 훈련 장비인 펏뷰를 통해 코칭을 하고 있다. 또 데이터가 설명해주지 않는 ‘숨은 실수’를 찾아주고 있다.

이승현은 재밌고, 쉬운 퍼팅 레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벌써 함께한 제자가 100명이 넘는다.

이승현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많은 응원과 사랑을 후배들에게 돌려줄 생각이다. 향후 실제 퍼팅 그린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생각보다 없다. 그린에서 훈련을 한다면 더 많은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퍼팅은 작은 동작 하나를 바꿔도 금세 좋아지는 것이 보인다"면서 "후배들에게 퍼팅하는 재미를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