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잡中企]⑪"떡볶이, 중요한 것은 '맛'…투자 아끼지 않았죠"
집에서 만드는 것처럼 만들어
이호성 대표 "가장 훌륭한 복지는 공정한 인사평가"
'춘천 국물 닭갈비 떡볶이'는 가정간편식으로 이커머스 등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제품이다. 식품 대기업에서도 유사 제품을 내놓을 정도다. 이 제품은 '33떡볶이'이라는 브랜드로 출시됐는데, 이는 떡볶이 프랜차이즈의 명칭이기도 하다. 33떡볶이는 2016년 1호점이 문을 연 후 지금 전국에 220여개 매장이 있다. 전국의 가정과 매장에서 소비되는 33떡볶이는 식품 제조기업 산돌식품이 만들었다.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산돌식품의 공장에선 떡볶이뿐만 아니라 칼국수, 냉면, 수제비도 만든다. 다루는 품목은 다양하지만 목표는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맛', 이호성 대표에게 이를 만들고 지키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이 대표는 "연구소에서 맛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며 "연구개발 부서는 품질 부서와 분리돼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떡볶이가 매콤하고 달콤한 맛이야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대표는 소스의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 그는 "집에서 소스를 만드는 것처럼 하고 있다"며 "다른 업체는 가격이 저렴하고 쓰기도 편한 분말을 사용하지만 우리는 고추장에 대파, 마늘, 양파를 직접 갈아 넣는다"고 했다. 이렇게 하면 원재료는 비싸지만 맛에 차이가 생기고 그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소비자가 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맛을 내기 위해선 연구뿐만 아니라 투자도 필요하다. 산돌식품은 설비 투자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이 대표는 "갓 나와 떡이 제일 맛있을 때 따끈한 떡 한 알 한 알을 급냉하는 장비로 수분이 날아가기 전 맛을 잡는다"며 "조리하면 다시 처음 상태로 돌아오게 만든다"고 했다. 냉면의 경우도 기존엔 반죽부터 제품 포장까지 48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공정 자동화 설비를 통해 최장 40분으로 줄였다. 제조 시간이 짧아지면 그만큼 맛도 잘 유지된다.
CJ에서 근무하며 식품 산업 경험을 쌓은 이 대표가 창업에 나선 것은 2004년이다. 이 시장은 장벽이 낮아 영세한 업체가 많고, 이들끼리 가격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질 좋고 안전한 식품으로 본연의 '맛'에 집중한다면 승부를 볼 수 있다고 봤다. 이는 20년 가까이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제조업만으로는 식품 중소기업의 성장에는 한계가 보였다. 2016년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이 대표는 "떡류, 육수, 소스 다 만들고 있으니 비즈니스 모델만 정확하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가 세운 프랜차이즈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맛이다. 다음이 가맹점주의 수익 모델과 가맹본부의 수익모델이다. 이 대표는 "점주 수익 모델을 만들 때 처음 약속한 것은 35% 밑으로 업계 최저 원가를 맞추는 것"이라며 "직접 제조해 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산돌식품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매출이 3년 전에 비해 60% 이상 올랐다. 제조의 경우 가정간편식 시장 가능성을 미국, 일본 등에서 확인한 이 대표가 적극적으로 설비 증설을 하면서 준비했던 것이 적중했다. 떡볶이는 여럿이 아닌 한둘이 모여 먹는 음식인데다가 배달 수요 등이 많아져 프랜차이즈 분야도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 산돌식품은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 몽골, 라오스 등 해외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이 대표는 회사가 성장한 만큼 150여명 직원들과 성과를 나누는 것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산돌식품은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가 전체의 35% 이상이다. 숙련도 높은 직원은 회사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그는 "가장 훌륭한 복지는 공정한 인사평가"라며 "성과 보상을 위해 매월 평가해 3개월마다 성과급을 지급하고 연 단위로 초과 이익을 분배한다"고 했다.
홍천=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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