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문 진심 합심] 감독의 소통과 투수의 고집

안희수 2023. 9. 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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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결정에 선수가 다른 의견을 낸다? 과거엔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야구도 세상의 흐름처럼 젊은 세대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염 감독과 고우석 선수의 대화는 좀더 마음을 이해하고 전략적인 대화를 위한 디딤돌을 놓았다. 사진은 6월28일 인천 문학구장서 LG가 역전승한 뒤 염 감독이 고 선수를 축하하는 장면. 사진=김민규 기자

지금까지 이런 대화는 없었습니다. 감독이 결정을 발표했는데 선수가 그렇지 않다고 말한 겁니다. 한국 야구에서 감독의 판단에 대해 선수가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말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LG 염경엽 감독과 마무리 투수 고우석 선수 이야기 입니다. 

고 선수가 최근 경기에서 패전과 세이브의 롤러 코스터를 타자 염 감독님이 공 배합의 변화를 주문합니다. 

"선수의 강점은 속구다. 우석이가 변화구 욕심이 많다…속구를 바탕으로 피칭 디자인 하기로 했다…포수를 포함한 미팅에서 공 배합을 포수 중심으로 가져가기로 좋게 이야기를 끝냈다"고 미디어 인터뷰에서 밝힙니다. 감독은 "소통했다"고 말합니다.

고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공 배합을 바꿨냐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슬라이더가 약하다는 감독님 말씀에 초구부터 끝까지 슬라이더만 던질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경기 나갈 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공 배합은 나중 문제로, 중요한 것은 밸런스가 깨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선수는 "자신도 고집이 있다"고 말합니다. 

'진짜 소통'에 대해 좋은 공부거리를 찾았습니다. 야구팀 이야기지만 다양한 조직에서 리더와 구성원 사이에 두루 살필 인사이트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새로운 관점과 의견 있으시면 coachjmoon 지메일으로 보내 주십니다.

#솔직한, 그러나 불충분한 대화

감독이 판단에 선수가 다른 부분을 말합니다. 권위적인 위계질서 아래서는 쉽지 않은 장면입니다. 서로에게 솔직한 모습에 주목합니다.

가감 없이 자기 의견을 오픈할 수 있는 것은 건강한 관계라는 증거입니다. 상대 입장을 존중하고 있기에 가능합니다. 다른 팀이라면, 다른 선수였다면 어땠을까요. 염 감독님과 고 선수가 우리 야구판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야구에도 MZ 세대의 힘이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충분하진 않았네요. 소통했다지만 선수는 답답한 심정이 남았습니다. "내가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길어 많이 못 보셔서 슬라이더가 약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라고 말한 부분입니다. 감독은 변화구 비율이 높은 것을 '선수의 욕심'이라고 표현했고, 선수는 이에 대해 더 해명하고 싶은 것으로 느껴집니다. 당시 미팅은 토론에 가깝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아십니까. 대화는 심정을 듣고 이해하는 쪽이고 토론에선 논리가 경쟁합니다. 토론으로 흐를 때 상대를 이기려는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앞에 있는 상대는 적이 아니라 같은 팀입니다. 목표는 이기는 방법을 함께 찾는 것입니다. '네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받아 들이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략적인, 그러나 진단이 달랐다 

앞으로 다른 팀 벤치, 다른 팀 타자의 계산이 복잡해 질 겁니다. 고 선수의 패턴이 이전과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정된 패턴은 쉽게 분석되고 공략당합니다. 강력한 팀 전력과 탄탄한 구성으로 선두를 지켜가는 LG 야구가 이번 이슈를 거치며 잠재적인 위험요소까지 점검, 대비하게 됐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이슈는 매우 전략적입니다.

진단이 다른 부분은 좀 더 챙길 부분이 아닐까요. 감독은 공 배합, 선수는 밸런스에 널뛰기 피칭의 원인이 있다고 봤습니다. 원인 분석이 다르면 대처가 달라집니다. ‘고집’을 넘어 서로 ‘통’하려면 충분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놓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다양한 데이터와 관찰의 내용 등을 놓고 전문가로서 접근이 가능합니다.

감독의 지시가 내려지면 일단 받아 들여야 합니다. 수정할 부분은 결과를 보고 다시 바꾸면 되고 책임은 감독이 집니다. 지시를 따르는 게 팀 퍼스트입니다. 그건 구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림팀'의 작가 세인 스노(Shane Snow)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2019년 1~2월호에 실린 ‘일할 때 생산적으로 토론하는 법’에 소개한 내용입니다. "의견 불일치는 불편할 수 있지만 좋은 대화보다 진전을 이루고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더 많다…승자는 없고 우리가 진전을 이르면 팀이 이긴다…판단하지 말고 질문하고, 좋은 의도라고 가정하라…"

*덧붙임= 고 선수가 "모든 공을 베스트로 구사하고 싶은 욕심"을 말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과거 테니스 스타 앤드리 애거시가 그와 비슷한 생각을 어떻게 바꿨는지 알려드리고 싶네요.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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