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자리에서 최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 파란 눈의 1타 강사 페디

배중현 2023. 9. 1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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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MLB) 출신으로 자신의 노하우를 가감 없이 전달하는 NC 다이노스 에릭 페디. NC 제공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30·NC 다이노스)가 KBO리그 '1타 강사'를 자처했다.

NC 구단에 따르면 페디는 지난달 오른손 투수 문동주(20·한화 이글스)와 사석에서 만났다. 개인 시간을 할애해 다른 구단의 신인 투수와 함께 자리한 건 '선수 요청' 때문이었다. NC 구단 관계자는 "문동주 선수가 (창원 원정을 오면서) 한화 외국인 스카우트에게 페디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한화의 외국인 스카우트가 페디 에이전트와 친분이 있어 자리가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페디를 담당하는 에이전트는 이정문 보라스 코퍼레이션 한국총괄 이사로 그는 과거 NC에서 통역 업무를 맡기도 했다.

페디와 문동주의 만남은 화제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문동주는 신인 자격을 갖춘 프로 2년 차. 지난 4월 1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160.1㎞/h 직구를 포수 미트에 꽂았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가 피치트래킹시스템(PTS)을 도입한 2011년 이후 국내 투수가 160㎞/h를 넘긴 건 문동주가 처음이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야구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린 유망주다. 

페디는 올 시즌 트리플 크라운(3관왕)을 노리는 KBO리그 최고 투수다. 문동주의 만남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그는 혹시 모를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 구단에 사전 양해도 구했다. 문동주와 함께한 자리에선 야구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는 후문. 문동주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면서 이해를 도왔다.

지난달 창원에서 만남을 가진 에릭 페디(왼쪽)와 문동주(오른쪽)의 모습. 가운데는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거 출신으로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한 김진영 도슨트 베이스볼 대표. 김진영 대표 SNS 캡처


페디는 지난 시즌까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했다. MLB 통산(6년) 성적은 21승 33패 평균자책점 5.41. 2021년부터 2년 연속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120이닝 이상 책임졌다. 지난해 성적은 6승 13패 평균자책점 5.81. 그의 커리어를 보면 콧대가 높을 수 있지만, 페디는 달랐다. 노하우 공개에 거리낌이 없다. 민감할 수 있는 구종 그립까지 모두 공개한다.

변형 슬라이더 일종인 스위퍼(Sweeper)도 그중 하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주 무기인 스위퍼는 KBO리그에선 아직 생소한 구종이다. 여러 선수가 페디의 스위퍼 그립을 알고 싶어 하는데 그럴 때마다 페디는 '친절하게' 알려준다. 다른 팀 선수라도 개의치 않는다. 구단 관계자는 "혹시 현장에서 전력 노출 이슈가 있을까 싶어 확인도 했는데 (강인권 NC) 감독님도 선수가 상관없다면 괜찮다고 하더라. MLB 출신 선수가 국내에 흔치 않은 스위퍼를 자세히 설명하면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좋은 거 아닌가"라고 반겼다.

페디는 "야구하면서 각자 자리에서 최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며 "내가 이야기해 준 것들이 문동주 선수에게 나온다면 그만큼 리그가 성장하고, 더 재밌는 야구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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