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출전→3도루+결승타, '주인공' 된 최원준의 겸손함 "코치님 덕분이죠"

유준상 기자 2023. 9. 11.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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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광주, 유준상 기자) 급하게 교체 출전으로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가 경기를 지배했다. KIA 타이거즈 최원준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KIA는 10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시즌 14차전에서 8-7로 승리하면서 3연승을 질주했다. 시즌 성적은 60승2무52패(0.536).

전날 더블헤더에서 2경기 도합 19점을 뽑았던 타선이 경기 초반부터 시동을 걸었다. 그 중심에는 주전 외야수 나성범이 있었다. 1회말 1사 2루에서 1타점 적시타를 때리며 첫 타석부터 존재감을 나타냈고, 두 번째 타석이었던 2회말 2사 3루에서는 오른쪽 담장을 직격하는 안타로 3루주자 박찬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그런데 나성범이 두 번째 타석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왼쪽 새끼발가락을 맞았고, 결국 2회말 안타를 치고 나서 곧바로 교체됐다. 정상적인 주루 플레이가 어려웠던 만큼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

나성범의 부상 이후 대주자로 투입된 선수는 외야수 최원준이었다. 시리즈 첫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최원준은 이튿날 더블헤더에서 1차전과 2차전 모두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고, 이날 역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호출에 몸 풀 시간이 없었을 법도 하지만, 최원준은 2사 1루 최형우의 타석에서 2루를 훔치며 도루를 성공했다. 3회말에는 2사 1·2루에서 볼넷을 얻어내며 2사 만루를 만들기도 했다.

최원준의 진가가 빛난 건 두 팀이 7-7로 팽팽하게 맞선 7회말이었다. 1사 2루에서 김진성을 마주한 최원준은 볼카운트 2-1에서 김진성의 4구째 직구를 밀어쳐 안타를 뽑아냈다. 이때 2루주자 박찬호가 주저하지 않고 3루를 통과, 홈까지 들어오면서 KIA가 다시 리드를 되찾았다.

최원준의 활약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후속타자 최형우의 타석에서 한 번, 1사 1·2루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타석에서 또 한 번 도루를 기록했다. 자신의 개인 한 경기 최다 도루(종전 2021년 10월 19일 광주 SSG 랜더스전 2개)를 경신하는 순간이었다.

비록 1사 만루에서 김선빈의 병살타로 득점을 올리진 못했지만, 상대를 지치게 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었다. 김종국 KIA 감독도 "나성범이 빠진 자리에 최원준이 들어와 결승타와 함께 3도루까지 기록하면서 공격과 주루에서 정말 좋은 활약을 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날 KIA는 무려 8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최원준 이외에도 박찬호와 김도영이 각각 두 차례의 도루를 성공했고, 소크라테스도 베이스를 훔쳤다. '빠른 야구'를 강조하는 염경엽 LG 감독 앞에서 기동력을 앞세워 승리를 거둔 셈이다.

경기 후 최원준은 "요즘 뒤에 나가는 시간이 많았고, 마침 처음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다"라며 "그 준비를 잘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개인 (한 경기 최다 도루를 기록한 건)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최원준은 자신의 활약보다 조재영 주루코치에 대한 고마움을 더 강조했다. 그는 "조재영 코치님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난 그걸 따라하기만 했을 뿐인데,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라며 "코치님께서 경기 전부터 확률이 높은 쪽으로 말씀해주셨다"고 진심을 전했다.

최원준은 상무(국군체육부대)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 6월 소속팀으로 돌아왔다. 다만 주전 자리가 보장돼 있었던 건 아니다. 이미 외야진은 포화 상태에 가까웠고, 최원준은 정해진 타순이나 포지션 없이 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였다.

무엇보다도, 높은 기대치에 비해 본인이 보여준 게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올 시즌 60경기에 출전해 218타수 54안타 타율 0.248 1홈런 22타점 12도루를 기록 중으로,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시즌도 있었던 걸 감안하면 지금의 성적에 아쉬움을 느낀다.

최원준은 "(군대) 가기 전처럼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고 이렇게 1년 내내 꾸준히 준비하고 시작한 것과 좀 다르더라. 똑같이 생각하려고 해도 조급한 면도 있었다. (전역하고 나서) 적응하는 데 오래 걸렸던 것 같다"고 반성했다. 

이어 "하던 대로 했으면 될 것 같은데, 아무래도 (군대 가기 전과 비교했을 때) 팀 상황도 달라졌고 뎁스도 좋아지다 보니까 1루수를 소화하는 상황이 와서 좀 급했던 것 같다.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이 앞서서 많은 생각과 부담으로 이어져 내 플레이를 못했던 것 같다. 독이 됐기 때문에 결과가 안 나왔을 때도 급해지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최대한 편하게 마음을 먹으려고 한다"고 아쉬워했다.

최원준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집을 위해 자리를 비워야 한다. 대표팀은 오는 23일부터 국내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다음달 초에 대회 일정을 소화한다.

그러나 일단 대표팀 합류 전까지는 소속팀에 집중하고 싶다는 게 최원준의 생각이다. 그는 "솔직히 팀이 워낙 잘 나가고 있기 때문에 아직 '아시안게임에 가야지' 이런 생각이 들진 않는다"라며 "국가대표라는 게 모두가 꿈꾸는 자리이니까 부담은 없다. 팀과 같이 못하는 게 좀 아쉽다는 생각도 들지만, (대표팀에 가는 게) 영광스러운 것이다"고 말했다.

남은 시즌은 물론이고 포스트시즌까지도 바라보는 최원준은 "지금은 그래도 적응을 거의 다 마친 것 같고, 팀도 잘 되고 있어서 편하게 하려고 한다"라며 "남은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개인 기록보다는 팀이 최대한 높이 올라갈 수 있게끔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KIA 타이거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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