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문 달기 ‘빚 좋은 개살구’…편의점 점주 “비용부담 어쩌라고”

임유정 2023. 9. 11.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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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어형 냉장고 전환 본격화
CU‧GS25 등이 사업 참여의사 밝혀
가맹점, 인건비 등 가뜩이나 어려워
본사, 가맹점 상생 등 같이 힘든 구조
서울 동대문구 CU장안관광호텔점에 설치된 밀폐형 냉장고 모습ⓒ뉴시스

편의점이 도어형 냉장고로 전환을 본격화한 가운데, 이를 직접적으로 운영하는 점주들이 교체에 따른 비용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전기요금부터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이 치솟은 상황에서 또 다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하나 더 늘어났다는 이유에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이 도어형 냉장고로 전환을 본격화했다. 지난달 정부가 냉장고 문달기 사업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자 CU, GS25 등이 사업 참여의사를 밝혔다. 냉장고 문달기 사업에 참여할 가맹점을 선정하고 도어형 냉장고를 설치, 실증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편의점에서 사용되는 개방형 냉장진열대에 진열된 식품은 매장의 실내 온도, 조명, 고객의 이동 등 상대적으로 더 많은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된다. 편의점 매장들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개방형 냉장진열대의 설정온도를 더 낮추는 방식으로 식품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식약처는 최근 개방형 냉장고 한 대를 도어형으로 바꾸면 연간 1511㎾h(킬로와트시)의 전기를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을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편의점은 5만2000여곳이다. 이들 점포 냉장고를 모두 도어형으로 바꿀 경우 연간 약 73만403㎽h(메가와트시)를 아낄 수 있다.

편의점 점주들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당장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휴수당 부담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 악재가 맞물렸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등이 오르면서 가맹점주들이 본사로부터 갈수록 다양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갖는 부담도 적지 않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가뜩이나 24시간 점포로 인건비 등 운영 지출이 큰 상황인데 돈 들어갈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프다”며 “‘도어형 냉장고를 쓰지 않는 편의점은 전기를 낭비하는 점주’라는 낙인을 찍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기료 인상 부담을 유통업계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정부가 유통업계를 불러 간담회를 열고 냉장고 문달기를 주문한 시점이 전기요금 인상 이후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달 16일부터 전기 요금을 ㎾h당 8원 인상했다. 전기료는 올해 들어 두 차례나 올랐다. 이에 앞서 올해 1분기에도 정부는 전기 요금을 ㎾h당 13.1원을 인상한 바 있다. 정부가 전기료 인상 부담을 유통업계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B씨는 “편의점 본사에서 전기요금 지원금도 중단했는데, 전기요금도 크게 올린 상황에서 무리한 정책으로 가맹점주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며 “냉장고 교체 사업에 정부 지원금이 있지만 문짝 한 장당 지원으로 사실상 생색내기 정도에 그친 금액”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동대문구 CU장안관광호텔점에 설치된 밀폐형 냉장고 모습ⓒ뉴시스

그렇다고 본사가 다 부담하기에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최근 편의점 본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점주들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상생안’이라는 이름으로 각 400억~200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매년 지원해 왔다. 점주들은 올해도 “상생안 지원규모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가맹점과의 상생안은 매년 체결을 하도록 돼 있다. 올해도 구체적인 사안은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최저임금 등 현장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잘 이해를 하고 있다”면서도 “가맹점이 어려우면 본사도 힘든 구조”라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전국의 5만여 편의점이 이 같은 공사를 진행하게 될 경우 재시공 비용만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교체 강제성은 없지만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면서 압박을 더하고 있다. 이는 오는 2026년부터 온도 변화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우유류와 두부의 냉장 보존·유통 온도를 현행 0~10도에서 0~5도로 낮춰 관리를 강화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현재 편의점 냉장 판매대 운영시스템은 1대의 컴프레서(냉매공급장치)에서 생산한 냉매를 배관을 통해 3~4대의 판매대로 공급해서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 판매대 온도를 0~5도로 조정하기 위해서는 컴프레서와 판매대 설치를 다시 시공해야 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개별 점포 기기 교체 비용을 점포당 최소 1000만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개폐형 냉장고 전환에 들어가는 비용은 정부, 본사, 가맹점이 공동 부담 한다. 점주 부담은 점별 로얄티 비율로 점포마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유통을 위한 배송차량 문제도 상당하다. 현재 편의점의 경우 우유류, 두부, 도시락 등 모든 신선식품을 함께 배송하고 있으나 우유와 두부만 5도 이하로 배송하게 되면 전담 차량이 필요해 증차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콜드체인 시스템이라는게 장비, 제조 공정부터 유통차량까지 전 과정이 조절돼야 하는 것”이라며 “점포 내부의 시설뿐 아니라, 냉장 차량이라든지 차량 기사, 공장 제조 시설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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