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식용유로 하늘 난다… 바이오 항공유(SAF) 시장 ‘꿈틀’

양민철 2023. 9. 1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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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버리는 식용유로 비행기를 띄운다? 만화 같은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적인 친환경 규제 강화로 위기에 몰린 정유업계가 옥수수, 폐식용유 등으로 비행기 연료를 만드는 '바이오 항공유' 개발에 뛰어들었다.

GS칼텍스는 세계 최대 바이오연료 생산기업인 핀란드 네스테에서 생산한 바이오 항공유를 LA행 대한항공 화물기에 급유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도 바이오 항공유를 비롯한 차세대 연료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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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GS칼텍스의 바이오 항공유(SAF) 실증 운항기념식에서 행사 관계자가 실증 운항을 위해 급유되는 바이오 항공유를 손에 들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쓰고 버리는 식용유로 비행기를 띄운다? 만화 같은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세계적인 친환경 규제 강화로 위기에 몰린 정유업계가 옥수수, 폐식용유 등으로 비행기 연료를 만드는 ‘바이오 항공유’ 개발에 뛰어들었다. 새 성장동력 개척과 친환경 기업으로의 변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다.

바이오 항공유는 ‘지속가능한 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로 불린다. 화석연료 대신 생활폐기유나 동식물성 기름 등을 가공해 만든다.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량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5일 GS칼텍스와 바이오 항공유를 사용한 화물기 첫 운항에 나서면서 상용화의 첫걸음을 뗐다. GS칼텍스는 세계 최대 바이오연료 생산기업인 핀란드 네스테에서 생산한 바이오 항공유를 LA행 대한항공 화물기에 급유했다. 앞으로 석 달간 6차례에 걸쳐 바이오 항공유 시험운항을 진행할 계획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21년 6월 대한항공과 손을 잡고 바이오 항공유 개발·제조에 돌입했다.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에 연산 13만t 규모의 차세대 바이오디젤 제조공장을 조성하고 올해 안에 시험생산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도 바이오 항공유를 비롯한 차세대 연료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유업계는 갈수록 ‘환경 장벽’이 높아지고 있어 바이오 항공유 생산은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본다. 당장 유럽연합(EU)은 바이오 항공유 의무사용 규제를 도입하며 기존 화석연료 대체계획을 내놨다. 오는 2025년부터 EU 역내에서 급유하는 항공기는 바이오 항공유를 2% 이상 의무적으로 혼합해야 한다. 이 비율은 2050년까지 63%로 늘어난다.

대한석유협회는 올해 상반기에 한국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의 석유제품 수출량이 2억2850억 배럴, 수출금액은 218억1100만 달러라고 집계했다. 이 가운데 항공유는 약 19%를 차지하는 수출 효자상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유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것이라 생존을 위해선 바이오 항공유 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항공유와 비교해 최대 8배 비싼 가격은 걸림돌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 항공유를 연료로 쓴 항공편은 45만편으로, 전체 항공편의 1.5% 수준에 그쳤다. 이에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자국에서 사용·판매하는 바이오 항공유에 갤런당 최대 1.75달러 규모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며 인센티브 확대에 나섰다.

한국 정부도 친환경 항공유 산업 육성에 속도를 붙이는 중이다. 2026년 바이오 항공유 도입 본격화를 위해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석유사업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옥수수, 사탕수수, 폐식용유 등으로 석유제품을 생산할 법적 근거를 확대한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법 정비와 친환경 연료 실증을 위한 투자 비용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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