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 얼굴 바뀐다고?"…안전규정 따라 달라진 車디자인

우수연 2023. 9.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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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t 트럭 포터, 전면부 디자인 변화 예고
안전규정 강화로 엔진룸 위치 달라질 듯
현대차 '일자눈썹' 램프, 디자인·규제 조화
美 수입차 일부 모델, 美 안전규정 따른 디자인도

현대자동차 1t 트럭 포터 2024년형 모델의 전면부 디자인이 획기적으로 변한다. 강화된 안전 규정에 따라 엔진룸이 운전석 아래에 있는 캡오버 스타일은 버리고 엔진룸이 앞에 있는 보닛 방식으로 바뀐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는 최근 2024년형 포터Ⅱ 풀체인지 모델의 개발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현재 판매 중인 2023년형 포터Ⅱ 디젤 모델은 올해 11월 이후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현대차 2023년형 포터Ⅱ 일렉트릭[사진=현대차]

신형 포터Ⅱ가 얼굴을 바꾸는 이유는 강화된 안전 규정 때문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중량 3.5t 이하의 소형화물차 안전 충돌시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소형화물차는 안전기준에 규정된 각종 충돌시험에서 면제됐다. 하지만 소형화물차 사고 시 사망률이나 중상률이 승용차 대비 2배 수준으로 높다는 지적에 안전 규정을 바꾼 것이다.

포터는 1977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 현재 4세대 모델까지 캡오버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캡오버 방식은 엔진을 운전석 아래에 둔다. 엔진룸 공간을 줄인 덕분에 적재 용량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안전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운전석 앞에 충격을 흡수해 줄 보닛이 없어서 사고 시 운전자가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바뀐 안전규정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강화된 인체 상해 기준은 2024년부터 준수하도록 했다. 이미 지난해에 올해 출시될 차량 인증·제작을 마친 완성차 업체의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국내 1t 트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경쟁자인 중국 BYD도 새로운 안전 규정에 맞는 신형 전기 트럭을 개발 중이다.

업계에선 신형 포터Ⅱ의 전면부 디자인이 현대차 대형 레저용 차량(RV) 스타리아과 비슷하게 바뀔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또한 강화된 안전 규정에 '화물차 적재방식의 원칙을 폐쇄형으로 규정한다'는 문구 때문에 포터Ⅱ 기본 모델이 폐쇄형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현대차 대형 RV 스타리아[사진=현대차]

현대차 '일자눈썹', 車디자이너 고민의 산물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작업 전 자동차 안전 규정부터 꼼꼼하게 살핀다. 디자인은 창작의 영역이지만 자동차에 적용되는 디자인은 결이 다르다. 사용자의 안전과 직결된 부분이기에 따져야 할 안전 규정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 신차의 상징과도 같은 '일자눈썹(심리스 호라이즌 램프)' 디자인도 디자이너 고민의 산물이다. 이 램프는 1.8m에 달하는 끊김없는 디자인을 구현하면서도 안전 기준을 충족했다. 현대차는 기다란 램프에 주간주행등(DLR)과 미등(포지셔닝 램프)을 하나로 이어 넣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규정상 주간주행등 밝기는 미등보다 100배 이상 밝아야 한다. 낮에 주행할 때 항상 켜고 달리는 주간주행등과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때 차량의 존재를 알리는 미등의 역할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한 줄의 긴 램프에 각 부분마다 다른 LED를 넣어야만 했다.

양쪽 끝에는 훨씬 밝은 빛을 내는 LED를 넣고 가운데는 희미한 불빛이 가능한 LED를 장착했다. 하지만 평소 멀리서 볼 때는 하나의 램프처럼 보이도록 색온도를 통일해야 했다. 램프 개발에 참여한 공미선 현대차 연구원은 "법규에 맞는 광량을 확보함과 동시에 균일한 빛을 만들기 위해 많은 방법을 고민했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말했다.

신형 그랜저에 장착된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사진=현대차]

이 차는 왜 방향지시등이 빨간색인가요?

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생소한 모습의 자동차 디자인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빨간색의 방향 지시등을 단 차량이다. 국내 안전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사실 위법이 아니다.

국내 자동차관리법은 방향 지시등 색깔을 황색 또는 호박색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포드, GM, 테슬라 등 북미에서 만든 차량을 수입해올 경우에는 빨간색도 가능하다. 한미 FTA 규정에 따라 미국에서 안전기준을 충족한 차량은 한국 도로교통법도 만족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반면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은 미국의 안전 기준을 따라야 한다. 한미 FTA 협상 당시 미국이 무역적자의 주요 품목으로 자동차를 거론하며 이같은 조항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출 차종의 경우 해외 규정에 맞춰 디자인을 달리하기도 한다. 한국GM은 지난해 단종된 경차 스파크의 국내·수출용 범퍼 규격을 다르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경차 규격을 길이 3600mm, 폭 1600mm, 높이 2000mm로 규정한다. 우리 정부는 이 규격에 맞춰 세금 감면, 보험료·통행료 할인 등 경차 혜택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GM은 국내 출시용 스파크의 규격은 한국 규정에 맞추고 미국 수출용 차량은 범퍼 길이를 살짝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 정부가 안전 규정을 강화하고 있어 한 국가에서만 규정을 맞추더라도 궁극적인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라며 "다만 세부 규정에 따라 나라마다 디자인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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