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MS는 우회, 애플은 직격…미·중 갈등이 갈라놓는 빅테크 운명

심서현 2023. 9.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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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로고. A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애플은 정통으로 맞고, 마이크로소프트(MS)는 비켜 맞고.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국·중국의 갈등에 세계 시가총액 1, 2위 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무슨 일이야


최근 2주간 중국 빅테크는 차례로 포효했다. 지난 7일 텐센트는 자체 개발한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훈위안’을 공개하고, 이미지 생성과 문구 작성 등 기업용 AI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에는 바이두와 센스타임, 바이트댄스가 각각 자사의 AI 챗봇인 ‘어니봇’, ‘센스챗’, ‘두오바오’를 일반에 공개했다. 텐센트와 바이두는 각각 자체 테스트 결과 자사의 AI가 미국 기업 오픈AI의 챗GPT보다 성능이 우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텐센트는 지난 7일 중국 선전에서 ‘글로벌 디지털 에코시스템 서밋’을 열고, 자체 개발 초거대 AI 모델 훈위안(Hunyuan)을 공개했다다우손 통 텐센트 수석 부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AI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29일 화웨이는 5세대(G) 이동통신 칩을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발표했는데, 이 기기는 중국 SMIC의 7나노미터(㎚) 칩을 탑재한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장비를 중국 기업에 수출하는 것을 제한했음에도 화웨이가 최신 칩을 갖춘 고성능 5G 스마트폰 출시에 성공해서다.


직격타 맞은 애플, 끄떡없는 MS


중국이 최신 기술의 스마트폰과 AI 챗봇을 동시에 내놓자, 미국 빅테크 기업이 받는 영향은 주력 사업에 따라 나뉘었다.

초거대 AI 선두기업인 MS와 구글은 바이두·텐센트의·센스타임 등의 연이은 ‘대(對) 챗GPT 선전포고’에도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 모양새다. MS가 투자하고 오픈AI가 서비스하는 챗GPT는 중국에서 공식 출시하지 않았기에, 중국산 AI 챗봇이 나온다고 기존 시장을 잠식할 우려는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AI는 ‘언어·문화 국경’을 또렷하게 드러냈다. 블룸버그·AFP통신 등 외신이 테스트해 보니, 어니봇은 대만, 톈안먼 시위, 위구르족 강제수용소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하기 일쑤였다고. 지난달 15일 중국에서 발효된 ‘생성형 AI 산업 관리 임시규정’은 ‘중국에서 제공되는 AI 서비스는 중국의 사회주의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중국의 가치·문화를 중점적으로 학습하다 보니,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는 셈.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로빈 리 바이두 CEO가 AI 챗봇 '어니봇'을 발표하고 있다. 바이두는 어니봇을 지난 8월 31일 일반 사용자에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반면, 애플은 중국에 직격타를 맞았다. 화웨이 프리미엄폰의 등장에 더해 지난주 중국 공산당이 공무원의 아이폰 사용을 금지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애플 주가는 거래일 3일 만에 6% 하락했다. 애플은 최신 기종 아이폰15 시리즈를 오는 12일(현지시간) 공개할 전망인데, 애플 매출의 19%에 달하는 중국 시장을 화웨이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애플의 중국 의존도가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라고 보도했다.


이게 왜 중요해


애플·중국의 상호 의존 관계가 어떻게 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애플은 신작 아이폰15를 중국 외에 대만과 인도에서도 생산하며, 생산 기지를 분산하고 있다. 그러나 WSJ는 “애플의 ‘중국 뿌리내리기’는 팀 쿡 CEO의 정책이기에 수년 내 끊어지기는 쉽지 않다”며 “쿡 CEO가 그간 중국 고위층을 정기적으로 만나온 만큼, 이번에도 중국 정부와 막후 소통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화웨이가 공개한 최신형 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가 중국 상하이 매장이 전시됐다. 로이터=연합뉴스

AI 기업 MS와 하드웨어 기업 애플의 몸값 경쟁에도 관심이 쏠린다. 애플과 MS는 현재 전 세계 시가총액 1, 2위 기업이다. 지난 6월 30일 애플이 전 세계 최초로 시총 3조 달러(약 3950조원)를 돌파(종가 기준)할 당시, 2위인 MS의 시총(2조5320억 달러)보다 몸값이 20% 높았다. 그러나 일련의 ‘차이나 효과’를 겪고 난 지난 8일 현재(종가 기준) 이 격차는 12%까지 좁혀졌다. 여차하면 1, 2위가 뒤집힐 수도 있는 상황.

그동안 애플은 초거대 AI 개발에는 다소 미지근한 자세였으나, 최근 ‘진도 빼기’에 나섰다. 지난 6일 디인포메이션은 애플이 음성 비서 시리(Siri)를 대화형 AI로 업그레이드하는 데에 하루 수백만 달러씩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걸 알아야


미·중 양국은 서로 ‘이제껏 남의 자식 좋은 일 시켰다’라며 날을 세웠다. 지난 2월 조지타운대 기술정책그룹 CSET가 “최근 6년간 중국 AI 기업의 투자금 37%는 미국에서 댔다”라고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하자 미국 정·재계는 발칵 뒤집혔다. 지난달 조지프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반도체∙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 자본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6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의원은 미 상무부에 “화웨이와 SMIC에 대한 미국의 모든 기술 수출을 중단하라”라고 촉구했다.

불똥은 한국 기업에도 튈 수 있다. 화웨이 신형 스마트폰에 SK하이닉스의 D램이 포함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제재 이후로 화웨이와 거래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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