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숲' 옆 재개발의 꿈...'1㎡ 땅 쪼개기' 걸려 조합인가 취소

김정연 2023. 9.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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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뉴스1

장위3구역은 서울 성북구 북서울 꿈의 숲 인근에 위치한 재개발지역이다. 모두 657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2019년 성북구청은 이 지역 토지 소유자 512명 중 391명의 동의가 있었다고 보고 조합설립을 인가했다. 하지만 391명 중 185명이 이 사업 시행사인 A사의 임직원과 그 지인 등이라는 데 문제가 있었다. 이들은 토지 보유 면적이 1㎡ 이하, 거래가액도 1만원~60만원에 그친 과소지분권자였다.

재개발 사업을 빨리 진행할 목적으로 한 필지 소유자를 여러 사람으로 나누는 이른바 ‘지분 쪼개기’가 조합설립 동의 기준 달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설립인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서울 성북구 장위3구역 재개발조합 설립 인가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대법원은 지분 쪼개기에 대해 “오로지 재개발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정족수를 충족하게 하거나, 재개발사업 진행에 주도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형식적 매매‧증여”라며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정족수 및 동의자 수 산정 방법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도시정비법령의 적용을 피하기 위한 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처음으로 지분 쪼개기를 조합설립 인가 처분을 최소사유가 되는 탈법행위인지 여부를 가릴 때 고려할 점들을 제시했다. ▶토지 또는 건축물에서 과소지분이 차지하는 비율 및 면적▶과소지분을 취득한 명의자가 이를 취득하기 위해 실제 지급한 가액▶과소지분을 취득한 경위와 목적 및 이전 시기▶과소지분을 취득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과소지분 취득자들이 토지등소유자의 수에 산입됨으로써 전체 토지 등 소유자 수에 미친 영향▶과소지분 취득자들이 조합설립 동의 의사를 표명한 정도 및 동의정족수에 미친 영향▶과소지분 취득자와 다수 지분권자의 관계 등이다.

대법원은 이같은 기준에 따라 성북구청의 장위3구역 조합 설립 인가를 취소한 원심의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동의 정족수를 산정할 때 인위적인 지분 쪼개기를 통해 늘어난 과소지분권자의 수는 제외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로 장위3구역 재개발 사업은 조합 설립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35조 2항에 따르면, 재개발 지역에서 조합을 설립하려면 토지 등 소유자 3/4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지닌 토지 소유자들이 공히 재개발 진행에 동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사업 주체가 토지 지분을 잘개 쪼개 여러 명이 사들인 것처럼 가장한 뒤, 동의서를 받아 동의율을 높이는 일이 재개발 현장에선 암암리에 널리 이뤄져왔다.


시행사 직원·지인 등 194명 ‘1㎡ 땅’ 사고 1표 행사


장위 3구역 주민 일부가 제기한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되는 데는 3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서울행정법원은 2020년 11월 ‘지분쪼개기라고 볼 증거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지만 지난해 서울고등법원 행정11부(배준현 부장판사)는 “이른바 ‘지분쪼개기’ 방식으로, 조합설립 동의 여부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우호적 소유자를 인위적으로 늘렸다”고 판단해 설립 인가를 취소했다. 2020년 국세청이 ‘시행사인 A사가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 등기해, 실권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이 발견됐다’며 성북구청에 통보해 명의신탁 정황이 발견되면서 증거가 보완된 결과다.

원심은 조합설립인가 당시 512명 중 시행사인 A사 임직원‧지인 등 관계인은 209명, 이 중 194명은 1㎡ 이하의 면적을 샀고, 거래가액도 1만원~60만원에 그친 ‘과소지분’ 소유자라고 판단했다. 이 194명 중 185명은 재개발조합 설립에 동의서를 냈고, 일부는 자신의 명의로 등기가 이뤄지기도 전에 동의서 먼저 낸 경우도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재판 진행중 성북구청에 “A사의 협력업체·자회사 직원으로 근무하며 부득이 명의를 빌려줬다”고 소명한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법원은 “과소지분 소유권이전등기내역 대부분은 실질적 매매‧증여 합치가 있었다거나 정상적 거래관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형식적인 토지소유자(512명)에서 과소지분권자(194명)을 제외하고, 동의서를 제출한 사람(391명) 중 과소지분권자(185명)를 제외하고 계산하면 실질적인 동의율은 64.78%에 그쳐 인가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는 게 원심 법원의 논리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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