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도움 손길 속…정작 모로코는 'SOS' 소극적, 왜?
[한국경제TV 조시형 기자]
120년 만의 강진으로 2천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돕기 위해 각국이 발 벗고 나섰다.
10일(현지시간) 스페인 국방부는 이날 모로코로부터 공식 지원 요청을 받고 군 긴급구조대(UME) 56명과 구조견 4마리를 현지에 파견했다고 소셜미디어에 밝혔다.
앞서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부 장관은 카탈루냐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모로코 측의 지원 요청 사실을 공개하며 "우선 최대한 많은 생존자를 구하는 게 시급하기 때문에 수색 및 구조팀을 투입할 것"이라며 "추후 재건 과정에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로코가 서방 국가에 지원을 공식 요청한 건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스페인이 처음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모로코와 국경을 접한 알제리와 서사하라는 모두 적대적 관계여서 모로코로선 그나마 스페인이 '의지할 만한 이웃'인 셈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지금까지 모로코가 해외 지원을 받아들인 건 스페인에 이어 튀니지, 카타르, 요르단이 전부다.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경우 구조대원 50여명이 열 감지 장치와 잔해 아래에서 희생자를 감지할 수 있는 무인기(드론)를 활용해 생존자 구조에 나선다.
카타르에서도 87명의 인력과 구조견 5마리가 현지에 도착해 구조 활동을 편다.
2021년 모로코와 국교를 단절한 알제리는 전날 그간 모로코에 폐쇄한 자국 영공을 개방해 인도적 지원과 의료 목적의 비행을 허용했다.
정부 차원은 아니더라도 자체 봉사 인력이 나선 경우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리옹의 소방관들이 자원봉사팀을 꾸려 이날 오전 현지에 도착했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봉사팀은 구조, 지원 및 수색 전문가 4명과 간호사 1명, 수색견과 그 조련자로 구성됐다. 이들은 마라케시에서 약 50㎞ 떨어진 지진 피해 현장에서 구조 작업에 나선다.
모로코 일간 르마탱에 따르면 이탈리아 민간 구조팀도 전날 밤 지진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지진으로 외부 접근이 막힌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
각 단위의 모금 운동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제단체인 유니세프와 유엔은 물론 각국의 구호단체들이 성금 모금에 나섰다. 프랑스의 경우 적십자사를 비롯해 최소 5개 단체가 구호 활동과 생필품 공급에 기여하겠다며 기부금을 걷고 있다.
프랑스의 한 민간 구조 단체는 모금 활동뿐 아니라 11일 모로코에 연대 사절단을 보내 현지 파트너와 필요한 지원 사항을 논의하고 긴급 물자를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모로코 당국의 공식적인 지원 요청이 없어 도움을 주려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모로코 정부가 이번 재난을 스스로 헤쳐 나갈 역량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해외 지원을 받는 데 소극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로코 당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프랑스앵포와의 인터뷰에서 "모로코가 아직 국제적 지원을 요청하진 않았지만, 원조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현재 모로코 당국과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전날 모로코 희생자들을 기리며 연대의 뜻을 보이기 위해 에펠탑의 조명을 평소보다 이른 밤 11시에 소등했다.
미국 역시 모로코의 요청이 있을 경우 즉각 인력을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전날 성명에서 "미국은 모로코가 이 비극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모로코 당국에 변함없는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2월 강진으로 2만명 넘는 희생자가 발생한 튀르키예도 모로코의 요청에 대비해 구조대원 265명을 준비해 뒀다. 튀르키예는 이에 더해 피해 지역에 1천개의 텐트를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대만에서도 120명의 구조대가 현지 지원을 위해 대기 중이며, 이스라엘, 쿠웨이트 역시 구호 인력이나 물품을 제공할 준비를 마쳤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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