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균용, 또 재산신고 누락 의혹…이번엔 아들·딸 해외재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61·사법연수원 16기)가 아들·딸이 가진 해외 재산을 수년간 허위 신고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0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재산이 관보에 처음 공개된 2009년부터, 미국에서 장기간 생활한 아들·딸의 현지 계좌 내역이 사실상 통째 누락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판사들은 매년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신고해야 하며,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고위법관들은 관보를 통해 재산 공개 대상이다.
이 후보자의 장남 A씨는 미국 소재 부티크 투자은행인 리와이어 시큐리티 유한회사(Rewire Securities LLC)에서 2014년 8월부터 2018년 2월까지(약 3년 6개월) 선임분석가로 근무했다.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첨부 서류에 따르면, A씨의 기본 연봉은 약 8만5000달러(2017년 기준 약 9612만원, 당시 평균환율 1130.84원 적용)이었고, 2018년엔 1만5000달러 상당의 보너스를 추가 수령했다.
문제는 총 3억 5000만원에 달하는 A씨의 근로소득이 당시 현지 계좌로 입금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후보자는 해당 기간 장남의 국내 계좌만 등록하고 해외계좌는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남은 앞서 2007년~2014년에 걸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제학과에서 유학했지만, 해외 체류 자격 유지·학비 및 생활비 명목으로 사용했을 현지 은행 계좌도 관보에 공개된 적이 없다.
유명 첼리스트로 활동하는 장녀 B씨의 해외 재산 내역도 부실 신고 의혹을 받긴 마찬가지다. B씨는 2002년 열 살의 나이로 미국 필라델피아 커티스 음악원에 최연소 합격한 뒤, 해외 생활을 시작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브뤼셀 교향악단, 베르겐 필하모닉,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뮤직 샤펠에서 상주음악가 활동(2015년 10월~2020년 1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2023년 8월~현재)하며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 수입을 거뒀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 앞서 지난달 29일 국회 제출한 ‘공직 후보자 재산변동사항 신고서’에 처음으로 B씨의 해외 계좌 잔고(CITI 은행 91만원, PNC 은행 2200만원)를 재산 신고했다. 이번에 공개된 해외 계좌는 이전부터 B씨가 보유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과거 관보에는 한 번도 게재된 적이 없다.
이 후보자의 재산신고 누락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족이 보유한 9억9000만원 상당의 비상장주식을 20년간 재산등록에서 누락해 온 사실이 지난달 29일 임명동의안 제출 과정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재산신고 제도가 바뀐 것을 몰라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제도 변경은 이 후보자의 신고 의무와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나 ‘거짓 해명’ 논란이 더해졌다. 국회에 제출된 이 후보자의 인사 청문 자료 등에 따르면 그와 배우자, 자녀 2명의 재산은 72억원으로 역대 대법원장 후보자 중 가장 많다.
서동용 의원은 “후보자의 잇따른 과거 재산신고 누락 자체도 심각한 사안인데 사과는커녕 허위 해명으로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며 “그 누구보다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하는 대법원장인 만큼 반복되는 재산 의혹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자 측은 “자녀들이 해외 체류하는 동안 독립적으로 생계를 영위하여 재산신고 관련 사실관계 파악에 제한이 있었다”며 “현재도 아들의 경우 미국에서 귀국한 지 상당 기간이 흘러 과거 자료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딸은 해외에서 공연 활동을 하고 있어 연락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이어 “추후 청문 과정에서 상세한 설명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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