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급전 '댈입' 비명…10만원 빌리고 연이율 1000% 폭탄

오효정 2023. 9. 11. 05: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근영 디자이너

A씨는 지난 1월 한 대출 플랫폼을 통해 알게 된 대부업체에서 400만원씩 다섯 차례, 총 2000만원을 빌린 뒤 4600만원을 상환했지만, 여전히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업체는 A씨와 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매번 다른 이율을 요구했고, 상환이 늦어지면 하루에 30만원씩 더 요구했다. 이미 원금의 두 배 넘는 돈을 이자로 낸 상태지만, 업체는 과거 상환이 늦었던 일 등을 들어 추가 이자를 요구하고 있다. 알고 보니 해당 업체는 정식 대부업 등록이 되지 않은 불법 업체로 나타났다.

불법 사금융 피해 상담 및 신고 건수가 최근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에 조달 비용이 늘어난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는 취약계층의 고통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11일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피해 상담·신고 건수는 6784건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최근 5년새 가장 많다. 2019년 상반기(2459건)보다 약 2.7배 늘었다.

금융당국은 ▶미등록 대부업체가 등록업체인 것처럼 광고하고 ▶법정 최고금리인 연이율 20%를 넘는 고금리를 부과하거나 ▶협박과 폭행을 동원해 추심하는 행위 등을 불법 사금융으로 본다.
미등록 대부업체 광고 예시. 금리, 등록번호, 등록자치구 등이 표시돼 있지 않다. 서민금융진흥원 제공
유형별로 보면 미등록 대부업체 피해가 2561건으로 가장 많았다. 고금리 피해 건수는 2021년 135건이던 것이 지난해엔 1436건, 올 상반기엔 1734건으로 급증했다. 불법 광고나 수수료 범죄도 성행하고 있다. 햇살론과 같은 정책 서민금융 지원제도를 사칭하거나, “햇살론 대출을 위해선 컨설팅 비용이 발생한다”는 이유를 들어 수수료를 탈취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대부업법상 이용자로부터 대부 중개와 관련한 대가를 받는 행위는 모두 불법인데, 이 같은 수수료 피해 사례는 올 상반기에만 222건으로 지난해(206건) 접수 건수보다 많다.
공공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 소속 대출상담사를 사칭한 명함과 정부정책자금을 사칭한 불법 광고. 서민금융진흥원 제공


‘연이율 900%’ 수단 된 휴대폰 소액결제도


범죄 유형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업체가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접근해 게임 아이템 100만원을 휴대폰 소액결제로 구매해 업체 측으로 보내게 한 뒤, 이자 명목으로 30만원을 공제한 70만원을 주는 식이다. 연 이자율로 치면 90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른바 ‘깡통 앱’, 즉 아무런 기능이 없고 정보이용료 결제 기능만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범죄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9월 대구지법은 ‘정보이용료 현금화’나 ‘소액결제 현금화’ 등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광고한 뒤 깡통 앱이나 가짜 쇼핑몰을 이용해 거액의 이자를 챙긴 40대 남성 B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B씨 일당은 대출 요청자가 깡통 앱 정보이용료를 결제하면 수수료 명목의 선이자 약 45~55%를 공제해 현금으로 돌려줬는데, 2년간 4941차례에 걸쳐 약 17억원을 불법으로 융통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사이에선 ‘댈입(대리입금)’이나 ‘내구제(나 스스로를 구제하는) 대출’이 성행한다. 대리입금은 7일 이내의 단기간에 10만원 이하의 소액을 20~50%에 이르는 고금리로 융통하는 방식인데, 업체가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등에서 청소년에게 접근해 아이돌 콘서트 티켓이나 게임 아이템을 살 돈을 대신 내주고 이자(수고비)와 연체료(지각비)를 받는 식이다. 업체는 보통 20~50%를 수고비로 받아가는데, 연이율로 환산하면 1000%가 넘는다. 휴대전화를 개통해 브로커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현금을 받는 ‘내구제 대출’을 했다가 통신비나 소액결제대금까지 떠안은 사례도 늘고 있다.

연체시 신분증이나 사진, 지인연락처 등을 SNS등에 무차별 유포한 사례. 금융감독원 제공

금감원은 “불필요하게 대부업체를 이용하기 전 정책 서민금융상품 이용이 가능한지 서민금융진흥원 등을 통해 꼭 먼저 확인하고, 대부업체를 이용할 땐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등록업체에 문의한 뒤 다른 업체로부터 연락이 올 때는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니 응대하지 말고 금감원 등에 제보해달라”고도 덧붙였다.

대출 과정에서 업체가 특정 휴대폰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요구하는 경우, 해당 앱이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나 사진 등 정보 일체를 수집할 수 있어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추후 “지인들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겠다”며 불법 고금리 이자를 갈취할 수 있어서다. 채무자 가족이나 친지에게 연락해 빚을 대신 갚으라고 독촉하는 경우도 흔하지만, 지속해서 대위변제를 강요하는 건 채권추심법 위반인 만큼 증거자료를 확보해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불법사금융 예방 유의사항. 금융감독원 제공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