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홍규의 달에서 화성까지] 영화 ‘마션’의 화성 생활…달·화성 유인탐사 성공하려면

2023. 9. 1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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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

‘마션’(2015)은 화성을 배경으로 한 그 이전의 SF영화들과 달랐다. ‘토털 리콜’ (1990), ‘미션 투 마스’(2000), ‘레드 플래닛’(2000)에 비해 먹고사는 인간의 생존 문제를 진지하게 파헤친다. 아파트에서 TV를 보면서 핸드폰으로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지구의 일상은 잠시 잊자!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화성착륙선 거주지 ‘햅’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의 배경이 된 요르단 와디럼 사막처럼 화성은 붉은 평원이 끝없이 펼쳐진 천체다. ‘마션’에서 ‘햅’(The Hab)은 화성착륙선 거주지의 줄임말로, 아레스호 탐사선이 도착해 완성한 기지다. 승무원 6명은 화성 날짜로 30일(Sol)간 극심한 온도 차와 극단적인 대기, 쏟아지는 방사선과 격리돼 지낸다. 이들은 외기 활동에서 돌아와 우주복을 벗기 전에 햅에 딸린 에어록에 들어간다. 그러면 온도와 기압, 대기 조성을 인체에 맞춰 헬멧을 벗고 편하게 숨 쉴 수 있다. 또한 햅은 생명유지 장치로 실내 온도를 조절하고 산소와 물을 순환시킨다. 전부 스마트 기능으로 이뤄진다.

「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농사 기본, 단백질은 곤충으로

폐기·배설물 순환시스템 필수
무균우주선, 원격의료 갖춰야

역할 불분명한 한국판 ‘우주청’
유·무인탐사 종합 청사진 짜야

소와 돼지까지 데려갈 수 있나

‘마션’ 하면 감자가 생각나지만, 매일 먹어야 한다면 그만한 고역이 또 없으리라. 지구와 화성이 가장 가까울 때는 지구~달거리의 147배, 멀 때는 1053배에 달한다. 그곳까지 음식을 배달하는 건 난센스다. 마트가 없으니 채소와 곡물 농사는 필수다. 육류로 쓸 소와 돼지·닭은 데려갈 묘책이 없다.

연료도 문제인 데다, 축사와 사료·배설물까지 생각하면 포기하는 게 낫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려면 곤충을 대안으로 고민하는 게 최선이다. 곤충은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 농법으로 키우고, 열처리와 분쇄 과정을 거쳐 식재료로 변신한다. 화성의 식탁은 어떨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구에서는 ‘플러그인’하면 밥솥과 냉장고, 전자레인지와 에어컨을 쓸 수 있지만 화성에서는 가당치 않은 일이다. 대신, 햅 바깥에 있는 태양전지판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그러나 모래가 태양전지판을 온통 뒤덮어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안정적으로 전기를 이용하고 싶다면 소형 원자로를 가져가야 할지도 모른다. 먹고 마시고 씻고 배설한 것을, 이제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할 차례다. 전부 유기물에, 세균 덩어리일 테니까 살균 처리와 같이 고민할 게 많다.

햅에는 하수 시설과 정화조는 물론 쓰레기 소각장이 없다. ‘마션’ 원작에는 폐기물과 배설물을 처리하는 진공 건조 제거 시스템이 등장한다. 거기서 소변은 재활용하고 대변은 열적·생물학적인 방법으로 정화해서 채소와 곤충을 기르는 데 쓸 수 있다. 사람이 먹지 않는 곡물의 줄기나 과일 껍질은 곤충 사료로 주면 되겠다.

순환경제 실현하는 삶의 현장

이처럼 미래의 달과 화성은 사람이 물자와 자원을 재활용하고, 순환 경제를 실현하는 삶의 현장이다. 그곳 기지에서 농장과 부엌·화장실에 딸린 폐기물 처리시설은 필수다.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으니 간단한 치료와 원격진료를 겸하는 공간도 만들어야겠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달에서 화성까지’(M2M·Moon to Mars) 계획의 63개 목표에 생물 재생을 기초로 만드는 생명유지 장치(AS-4)와 곡물 재배(AS-5), 전력 생산(LI-1, MI-1) 등을 포함했다. 또한 자동화된 건축(LI-4), 거주지(TH-3), 물질순환·재활용(OP-12) 기술도 개발한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는 생명공학·행성보존(BPP) 그룹이 있다. BPP 책임자는 ‘무지개 쿠퍼’(Moogega Cooper)라는 이름의 한국계 여성이다. 그는 지구에서 보낸 탐사선이 태양계 천체에 영향을 미치는 순방향 오염은 물론, 수거해온 시료가 지구에 주는 역방향 오염도 관리한다. 화성에 태극기를 꽂으려면 우리 탐사선도 완벽하게 무균 상태로 보내야 한다.

NASA는 항공우주 연구기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걸음 들어가 보면 항공우주 연구개발에 초점을 맞춘 종합연구소다. NASA는 ‘우주식 챌린지’, ‘3D프린팅 건설 챌린지’ 외에 에너지 생산과 저장·관리를 위한 ‘와츠 온 더 문(Watts on the Moon) 챌린지’를 통해 민간에 투자한다. 실제로 ‘10대 우주 강국’은 달과 화성에서 먹고사는 데 필요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유인 탐사 개념을 통째로 빠뜨렸다.

기술개발보다 정책 조율 필요

M2M에 참여하는 NASA의 본부 조직을 뜯어보면 과학임무국(SMD)과 우주기술임무국(STMD)·우주운영임무국(SOMD)이 있다. 유인탐사를 책임지는 탐사시스템개발임무국(ESDMD)의 짐 프리 국장은 부청장 지휘 아래 M2M을 책임진다.

필자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우주항공청 조직도를 보고 놀랐다. 공학과 과학의 구분이 모호해서다. 탐사선을 만드는 부서와 그 데이터를 이용해 연구하는 부서가 같을 리 없다. 영문 구글을 검색하면 ‘세계 10대 우주기관’이 뜬다. 그 목록에 드는 스페이스X를 제외하고 미국과 인도·중국·러시아·일본·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은 청급 조직이나 프로그램 수준에서 공학과 과학을 엄격하게 구분한다.

더구나 정부기관인 ‘청’은 정책기획 조직이어야 한다. 위성·발사체 같은 기술개발 사업을 직접 관리하기보다는 유·무인 탐사를 포함, 우주 분야 국가 과학기술 전략을 수립·총괄하는 게 맞다. 정부가 다시 조직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국내 전문가들은 열린 토론을 보장하는 공론의 장을 기대하고 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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