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마야 도시 문명의 고전, 팔렝케
마야는 17세기까지 메소 아메리카 지역에 산재했던 수백 개 도시 국가를 통칭한다. 3800여 년의 긴 역사 중 서기 250년부터 950년까지를 마야 문명의 황금기라 꼽는다. 팔렝케는 그 대표적인 유적이다. 도시 왕국 팔렝케는 368년 동안 19명의 왕이 통치한 후, 9세기 들어 급격히 쇠퇴해 밀림 속에 파묻혔다. 18세기 스페인 침략자들이 재발견한 후, 지금까지 발굴한 유적은 신전을 비롯해 수백 점이지만, 이는 전체 추정 유적의 10%에 불과하다.
도시는 왕궁 등 귀족 영역과 공공시설 같은 일반 시민 영역으로 이루어졌다. 두 영역은 작은 강줄기로 구획되는데, 중심 부분에 지하 인공 배수로를 만들어 중앙광장을 조성했다. 마야의 도시 국가들은 신정일치 체제로 대부분 평지에 들어섰다. 여러 단의 계단식 석축을 쌓아 인공산을 만들고, 그 정상에 신전 등을 건설했다. 팔렝케 역시 피라미드형 기단 위에 궁전과 신전을 세웠는데 석축이 높지 않아 상부 건물과의 적절한 비례가 아름답다.
팔렝케 궁전은 4개의 중정을 중심으로 구성된 복합시설이다. 통치공간은 물론이고 오락시설, 제의시설 등 여러 공간이 지붕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다. 궁전 중앙부에는 ‘전망탑’이라는 4층 누각까지 솟아있다. 모두 석조이며 표면을 회반죽으로 마감하고 상형문자 등을 조각해 장식했다. 상수도를 공급해 사우나 욕장도 이용했고 지하터널을 축조해 비밀 통로로 사용했다. ‘비문 있는 신전’은 왕국의 전성기를 이루었던 파칼대왕(615~683)의 무덤으로 판명되었다.
공작의 신전, 십자가 신전, 자칼의 신전 등 명칭이 붙은 다른 신전도 역대 왕들의 무덤 겸 신전으로 여겨진다. 후기 마야의 유적은 석축부가 지나치게 거대해져 피라미드만 강조되고, 인신공양 등 폭력적 내용의 장식으로 가득해진다. 반면 1200년 전의 팔렝케는 사실주의적 장식과 고전주의적 조화로 충만해 인간적 도시와 건축의 냄새가 물씬하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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