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無終食之間違仁(무종식지간위인)

2023. 9. 1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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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나아갈까 말까 멈칫하는 짧은 시간을 조차(造次)라고 한다. ‘造’와 ‘次’는 흔히 ‘지을 조’ ‘버금 차’라고 훈독하지만, 여기서는 ‘나아갈 조’ ‘머뭇거릴 차’로 훈독한다. ‘엎드러질 전(顚)’ ‘비 쏟아질 패(沛)’를 쓰는 ‘전패(顚沛)’는 엎드러지고 자빠지는 다급한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이때의 ‘沛’는 ‘자빠질 패’로 훈독한다.

공자는 “밥 한 끼를 먹는 동안에도 인(仁)을 어기지 않아야 하니, 조차에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고, 전패에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단서인 ‘인’을 어기는 순간, 이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이려면 조차와 전패에도 인을 떠나지 않아야 한다고 한 것이다. 이 말은 4자구로 응용되어 『천자문』에도 실렸다. “인자은칙 조차불리 절의렴퇴 전패비휴(仁慈隱惻 造次弗離, 節義廉退 顚沛匪虧).” 멈칫하는 순간에도 인자·측은한 마음을 떠나지 않아야 하고, 엎어지고 자빠지는 다급한 상황에서도 절의·청렴·겸손을 어그러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終: 마칠 종, 食: 밥 식, 間: 사이 간, 違: 어길 위. 밥 한 끼 먹는 동안에도 인(仁)을 어기지 않아야. 32x51㎝.

우리는 그간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만 했을 뿐, 밥 한 끼 먹는 동안에도 인을 어기지 말라는 인성교육은 소홀히 했다. 날로 범죄가 느는 현실은 잘못한 교육의 자업자득 결과이다. 깊이 반성해야 할 때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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