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오늘 방러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개최가 예상되는 동방경제포럼(EEF)이 10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막을 올렸지만 김 위원장의 방러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김 위원장의 방문 여부는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크렘린궁 역시 김 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9일(현지시간) 자국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현재 말할 게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 2019년 4월 25일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할 당시에는 이틀 전 양국이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앞서 이달 초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10~13일 열리는 EEF 기간 중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해 무기 거래 등 군사협력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고, 미 정부도 이례적으로 이를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NHK는 10일 오전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11일 전용열차로 평양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의 거리는 약 1200㎞다. 김 위원장은 4년 전 첫 정상회담을 위해 전용 열차인 ‘태양호’를 타고 이동했는데, 북한 내 열악한 철도 상황으로 인해 이동에만 20시간이 넘게 걸렸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일정에 대해 “11일부터 이틀간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고, 12일 전체회의에서 연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상회담이 11일 또는 12일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올해 EEF에 참석하는 최고위급 해외 인사는 장궈칭 중국 부총리와 파이 야토투 라오스 부통령이며, 이들은 본회의 기간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블라디보스토크 현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북·러 접경지역인 극동 연해주 하산역을 비롯해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는 평소와 다른 동향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NYT 보도로 방러 계획이 노출되면서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일정이나 장소를 변경하거나 아예 연기 또는 취소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 동선 노출 땐 일정 변경해와…다른 경로로 깜짝행보 가능성도”
또 김 위원장이 일정을 늦춰 EEF 행사가 끝난 후 주말께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은 지난 7일 “김정은이 기존 예상 경로와는 다른 경로로 ‘깜짝 행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지금처럼 동선이 노출됐을 경우엔 일정을 변경해 왔다”며 “만약 김 위원장이 공개된 일정을 강행할 경우 이는 의도적으로 자신감을 보여주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실제 북·러 정상의 두 번째 만남이 이뤄질 경우 4년 전인 2019년 첫 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김 위원장이 상당한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엘런 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지난 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9년 4월엔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아 김 위원장에게 실망스러운 회담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극적으로 바뀌어 아쉬운 쪽은 러시아”라며 “김 위원장은 최대한의 이익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회담은 2019년 ‘하노이 노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의 첫 외교 행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합의문이나 공동성명 발표 없이 끝났다.
김 연구원은 “러시아가 핵 관련 기술을 공유할지는 회의적”이라면서 “북한의 포탄과 탄약을 넘겨받으면 러시아는 그 대가로 식량과 에너지, 인공위성 및 탄도미사일 발사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북·러 무기 거래가 성사되면 한국에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라는 미국과 유럽의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맞서 사상 첫 북·중·러 3국 연합훈련이 실시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앤드루 여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북·중·러 3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만큼 얼마든지 합동훈련을 통해 군사적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다”며 “해군 합동훈련 가능성이 크고 중국이나 북한 영공에 미군 전투기의 진입을 가정한 공중 합동훈련을 실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강태화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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