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아찔한 양동작전… ‘11조원’ 러 무기수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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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최근 미국과 밀착하고 있는 베트남이 러시아와도 10조원이 넘는 초대형 무기 계약을 은밀히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베트남 측은 러시아와의 무기거래 사실이 발각돼 미국·서방과 마찰이 불거질 가능성도 미리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올해 베트남을 방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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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군사억지력 확보 목적
특유의 ‘강대국 누비기’ 전략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최근 미국과 밀착하고 있는 베트남이 러시아와도 10조원이 넘는 초대형 무기 계약을 은밀히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는 경제 협력을 더욱 심화시켜 중국에서 발을 빼는 서방 기업들을 유치하고, 전통적인 무기강국인 러시아로부터는 무기를 사들여 군사력 증강을 꾀하겠다는 복안을 드러낸 셈이다.
베트남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한 핵심 파트너로 받아들이려는 미국으로선 베트남의 이 같은 ‘양동작전’에 쐐기를 박을 수도, 용인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베트남 정부 내부문서를 인용해 “베트남이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구매하기 위한 비밀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재무부가 지난 3월 작성한 문서에는 군 현대화를 위해 러시아와 새로운 무기거래를 협상 중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베트남 정부 관계자는 “향후 20년간 총 80억 달러(약 10조7000억원) 규모”라고 증언했다. 베트남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해상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다. 이번 계약은 중국군의 영해 침범 가능성에 대비해 강력한 억지력을 구축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 제재를 받는 러시아 측에 비용을 전달할 구체적 방법도 명시됐다. 양국 정부의 합작회사인 석유·천연가스 개발업체 ‘루스베트페트로’를 자금 전달 통로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계약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최근 하노이를 방문하면서 확정됐다.
냉전시대에 베트남과 러시아는 오랜 맹방이었다. 옛 소련은 1960년 베트남전쟁이 발발하자 군수품과 무기를 지원하며 항미 투쟁을 도왔다. 지금까지도 베트남이 러시아제 무기 의존도가 높은 이유다.
베트남 측은 러시아와의 무기거래 사실이 발각돼 미국·서방과 마찰이 불거질 가능성도 미리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더라도 미·서방의 베트남 경제 제재까진 확대되지 않을 것”이란 대목도 포함됐다. 지정학적 요충인 베트남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으려는 미국인 만큼 자신들과의 협력을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 NYT는 베트남의 이번 거래에 대해 “세계 강대국 사이를 능숙하게 누벼온 베트남 특유의 중립외교 포석”이라며 “그들은 강대국들의 복잡한 셈법을 잘 읽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올해 베트남을 방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러시아와 미국 둘 중 하나만 택할 것을 강요하는 미국의 이분법적 외교정책의 위험성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라는 비판도 나온다.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센터 알렉산더 버빙 연구원은 “베트남은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걸 중국과 러시아에 보여줘야 한다”며 “이게 베트남이 유지해야 하는 매우 섬세한 균형”이라고 진단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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