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셋 독립’ 꿈꾸는 삼성…갤럭시S24엔 엑시노스 심을까
삼성전자의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 공개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양산 일정을 고려하면 자사 설계 칩인 엑시노스와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놓고 올해도 선택의 시간이 찾아온 셈이다.
10일 정보기술(IT)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퀄컴은 다음 달 차기 플래그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8 3세대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모바일 AP는 자동차로 비유하면 엔진처럼 기기 성능을 좌우하는 칩이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한다.
애플은 자사 칩을 설계해 대만 TSMC에 생산을 맡긴 뒤 이를 아이폰에 탑재하고 있다. 퀄컴이나 미디어텍은 오로지 칩 설계만 전문으로 맡는다. 스마트폰 칩 설계부터 생산, 판매까지 모두 내재화한 곳은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성공하면 비용 절감과 이익 극대화가 가능하지만, 어느 한 곳에서 문제가 터지면 다른 사업부에까지 부정적 영향이 미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다.
실제로 전작 모바일 AP인 엑시노스2300은 칩 설계와 생산 등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올해 출시된 갤럭시 S23·Z5에 탑재되지 않았다. 전량 퀄컴 칩을 사용한 삼성전자는 모바일 AP 구매비용이 70% 이상 폭등하며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엑시노스를 되도록 빨리 부활시키겠다는 삼성의 의지는 여전히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성능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공개석상에서 “어떤 칩셋이 소비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지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삼성 스스로 공언했던 만큼 다른 칩이 아닌, 자체적으로 설계한 엑시노스 제품만이 보여줄 수 있는 차별화한 갤럭시를 시장에 선보여야 한다.
삼성이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활용해 4분기부터 최신 칩셋을 양산하겠다고 밝힌 만큼 엑시노스2400이 갤럭시S 시리즈에 어떤 식으로든 쓰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엑시노스2400을 자칫 무리하게 투입했다가 이번에도 성능 및 발열 이슈가 발생했을 경우 스마트폰은 물론 삼성의 칩 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략 전체가 타격을 받게 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2025년 공개할 갤럭시S25 시리즈에 탑재될 엑시노스2500(가칭)에서 개발 방향과 생산 공정 등을 완전히 뒤바꿔 ‘한방’을 노린다. 뼈대가 되는 기본 설계 이외 상당 부분을 삼성만의 독자적인 최적화 작업을 적용해 개발할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차원까지 최적화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 내부에서도 “굳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승부수를 급하게 걸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에 삼성이 최고가 모델인 울트라를 제외한 기본형 모델과 플러스 모델에만 엑시노스2400을 일부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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