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취업경쟁률 81대 1 좁은문…삼성, 오늘부터 공채 시작
재계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이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시작한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대내외 불확실성 가중으로 올 하반기 채용 규모를 지난해 대비 축소하면서 취업 문이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0일 삼성은 삼성전자·디스플레이·전기·SDI·SDS 등 총 20개 관계사의 2023년 하반기 신입사원 모집 서류 접수를 11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류는 ‘삼성커리어스’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하면 된다.
공채 전형은 이달 직무적합성 평가, 내달 삼성 직무적성 검사(필기시험·GSAT)를 거쳐 오는 11월 면접 전형 등의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GSAT는 이번에도 온라인으로 치르는데, 지원자들은 독립된 장소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응시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SW) 개발, 디자인 등 일부 직군은 역량·포트폴리오 심사도 병행한다.
삼성은 1957년 국내 처음으로 공채를 도입한 뒤 현재까지 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더 많이 투자하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2021년) 약속하는 등 채용 규모도 지속 확대해왔다. 삼성전자의 국내 임직원 수는 10만9490명(2020년 12월)→11만3485명(2021년 12월)→12만1404명(2022년 12월)→12만4070명(올 6월)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5월에는 향후 5년간 8만 명(연평균 1만6000명)을 신규로 직접 채용하겠다며 대규모 고용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다른 국내 대기업들의 하반기 채용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매출 500대 기업 중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은 35.4%에 그쳤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설문 조사한 결과다. 채용 계획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48%로 지난해 하반기(44.6%)보다 3.4%포인트 늘었다. 그나마 채용 계획이 아예 없는 기업은 16.6%로 지난해 하반기(17.4%)보다 소폭 감소했다.
새로 인력을 선발한다고 해도 이 가운데 8할가량은 채용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57.8%)하거나 지난해보다 축소(24.4%)할 방침이다. 채용을 축소하겠다는 기업은 지난해(13%)보다 거의 두 배가 됐다.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지난해(37%)보다 20%포인트 줄어든 17.8%에 그쳤다.
기업들은 채용을 망설이는 이유에 대해 ‘수익성 악화와 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 경영 돌입’(25.3%)이라고 답했다. 이어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및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악화(19%)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인건비 증가 등에 대비한 비용 절감(15.2%) 등을 꼽았다.
전경련은 올해 대졸 취업 경쟁률이 평균 81대 1로 지난해(77대 1)보다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지난해 대졸 신규 입사자의 21.9%가 경력을 가지고 신입직에 지원한 이른바 ‘중고신입’이었던 만큼 올해도 이런 경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들은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보수적으로 채용 계획을 잡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규제 혁파, 노동 개혁, 조세 부담 완화 등으로 고용 여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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