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장도 2주째 사라져…중국 내각, 추리소설 닮아”
람 이매뉴얼(사진) 주일본 미국 대사가 X(옛 트위터)에 중국 고위 관리들이 연달아 실종되고 있다고 꼬집는 글을 올려 중국 측이 반발하고 있다.
이매뉴얼 대사는 지난 8일 주일미국대사 공식 계정(@USAmbJapan)에 “시진핑 주석의 내각 라인업이 이제 아가사 크리스티(영국 추리소설가)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And Then There Were None)’를 닮아가고 있다”며 “처음에는 친강(秦剛) 외교부장, 이후 로켓군 사령관이 실종된 데 이어 지금은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이 2주 동안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누가 이번 실업 레이스에서 승리할 것인가? 중국 청년인가 시진핑의 내각인가?”라는 논쟁적인 글을 게재했다. 이매뉴얼 대사는 게시글 뒤에 해시태그 ‘#베이징 빌딩 안의 미스터리(MysteryInBeijingBuilding)’까지 덧붙였다.
이매뉴얼 대사는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 출신으로 시카고 시장을 지냈으며 현 민주당 정권에서도 실세 정치인 중 한 명으로도 꼽힌다. 블룸버그는 그런 이매뉴얼 대사의 SNS 글은 다른 나라의 국내 정치에 관해 추측을 삼가는 미국 외교의 관행과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집권 공산당은 통상 외국 관료가 중국 내정에 관련한 발언을 할 경우 강력하게 반박하곤 했다.
이매뉴얼 대사가 언급한 친강 외교부장은 지난 7월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외교부장 직위에서 면직됐다. 친강 전 부장은 공식 면직에 앞선 지난 6월 25일 이후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어 리위차오(李玉超) 로켓군 사령관 역시 지난 7월 31일 전격 경질됐다.
이매뉴얼 대사는 이어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도 “2주간 사라졌다”고 했는데 정확하게 ‘2주간 부재’는 아니다. 중국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달 30일 리상푸 부장이 8월 29일 베이징에서 거행된 중국-아프리카 평화 안보 논단에서 발언했으며 여러 아프리카 국가의 국방부문 지도자와 회견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그 이후 열흘 넘도록 리 부장은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뉴욕 소재 컨설팅회사 테네오 홀딩스의 가브리엘 윌다우 전무이사를 인용해 “미국의 이러한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는 미·중 양국 관계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이매뉴얼 대사가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공식 권한이 없기 때문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이매뉴얼 대사는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류 직후인 지난 8월 말 후쿠시마를 찾아 현지 수산물을 공개 시식했고 중국 네티즌들이 이를 비난한 바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시사 평론가 차이선쿤(蔡愼坤) 역시 지난 7일 X에 확인되지 않은 소식임을 전제한 뒤 “리상푸 국방부장이 부패와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글을 게재했다. 차이 평론가는 “만일 사실이라면 신정부 팀 안에서 부국(副國, 부총리) 급인 친강 외교부장의 증발 이후 또 다른 부국급 중요 고위관리에게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런 엄혹한 정치 분위기라면 안전한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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