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민원 시달린 대전 초등교사, 어떤 도움도 못 받았다
지난 7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지 이틀 만에 숨졌다. 유족과 동료 교사들은 “(선생님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면서 힘들어하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숨진 교사 A씨가 직접 지난 7월 초등교사노조의 교권 침해 사례 모집에 작성해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중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아동학대 고소를 당했다.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당시 교장과 교감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했다는 제보 내용도 포함돼 있다. A씨 아동학대 혐의는 2020년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 났다. 하지만 해당 학부모 등은 A씨가 학교를 떠날 때까지 4년여간 민원을 지속해 제기했다고 교사노조 측은 설명했다. 또 정신과 치료를 받던 A씨는 학교 측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올해 인근 다른 초등학교로 전입했지만 이전 학교에서 겪은 일 등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8일 교육청 차원에서 조사반을 꾸렸다”면서 “교장 등을 상대로 교권보호위원회가 왜 열리지 않았는지 등 그간의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10일 오전 해당 학교에는 A씨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설치돼 있었다. 정문부터 현관까지 양쪽에는 대전은 물론 전국에서 보낸 조화로 가득했다. 하루 전인 9일 오후 A씨의 발인이 이뤄졌지만, 분향소는 15일까지 운영한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후 매주 열리다 중단됐던 집회가 16일에 재개된다. 교권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이 여야 의견 충돌로 늦어지고 있는 데다 교사 사망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교사들은 다시 거리로 나가자고 뜻을 모았다. 교사들은 이른바 ‘교권 4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지위법·교육기본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법안은 아직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편 A교사에게 악성 민원을 해 온 학부모 중 한 명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음식점이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영업 중단’ 조치를 받았다. 맘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학부모들이 운영한다고 알려진 사업장 두 곳의 정보가 공유돼 불매 운동과 온라인 후기 별점을 1점으로 남기는 별점 테러 사태가 벌어졌다. 가게 출입문에는 시민들의 항의 쪽지가 가득 붙어 있었다.
최민지·신진호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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