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굿즈] 신선도·친환경… 둘 다 포기 못해
명절을 앞두고 선물을 주고받는 미덕은 여전히 유효하다. 선물을 받으면 대체로 즐겁지만 이따금 어딘가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 불편 가운데 “이 포장, 어쩌지?” 하는 마음도 있다. 뭐가 됐든 선물을 ‘전달하는’ 이들은 받아든 사람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대응하려 한다. 유통업계가 명절 선물세트에 다각도로 공을 들이는 건 이런 까닭에서다.
선물을 받아든 사람들의 사소하지만 불편한 감정까지 살피는 것, 어쩌면 승부는 그런 디테일에서 갈린다. 이마트가 이번 추석 선물세트에서 ‘친환경’에 방점을 찍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명절 선물세트가 달라지고 있다. 선물 포장인 만큼 고급스러움을 충족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면, 이제는 ‘친환경’에 마음을 쓴다. 이유는 한 가지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친환경이고, 친환경을 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외면받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기업의 친환경 활약은 협력업체로 에너지가 분산되기 마련이다. 대기업이 친환경을 하면, 협력업체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국내 최대 유통기업인 이마트의 ESG(환경·사회문제·지배구조) 경영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이유다.
국민일보는 이마트에서 ESG 경영을 실천 중인 문주석 축산팀장, 김진덕 미트센터 팀장, 성현모 채소 바이어, ESG 추진사무국 김민수 과장을 지난 6일 만났다. 서울 중구 이마트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선물세트 포장의 친환경 일대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선물 포장에서 ‘친환경’이 중요해진 것은, 선물을 받는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평소 환경 이슈에 관심이 많은 분이 스티로폼에 포장되고 비닐로 완충된 고기 선물을 받았다면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을 수 있는 거죠. 선물에는 주는 사람뿐 아니라 받는 사람의 정체성도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의 마인드를 담아내는 게 선물세트를 완성하는 것입니다.”(문주석 팀장)
가장 좋은 축산품을 찾는 데는 최적의 포장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다. 선물을 주는 이는 물론이거니와 받는 사람들까지 포장을 눈여겨보기 때문이다. 그간 ‘보기 좋은 것’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환경에 적합한지’도 중요해졌다.
이마트 축산팀은 그래서 명절 선물세트 보랭가방에 친환경과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동안 아이스팩은 미세플라스틱 소재의 고흡수성수지(SAP)를 사용했다. 환경을 생각하면 부적절하지만 비용 대비 냉장상품 신선도 유지 효과는 탁월한 소재다.
이 소재와 비슷한 효과를 내지만 환경에도 적합한 아이스팩을 찾기 위해 이마트 축산팀은 지난여름 ‘USB 온도계’를 끼고 살았다. 폭염이 가장 심각한 시기, 이마트 미트센터 옥상에서 포장재와 친환경 아이스팩이 얼마나 견디는지를 실험했다. 물만 담은 아이스팩에서 시작해 물에 일정 비율의 전분을 섞었고, 전분의 농도를 조절해가며 최적의 상품을 찾아냈다.
“어떤 고객은 옥탑에서 축산 선물세트를 받을 수 있잖아요. 상품이 한낮에 옥상에서 오랜 시간 노출될 수도 있는 일이죠. 그럼에도 상품에 변질 없이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려면 우리는 어떤 아이스팩을 사용해야 하고, 어떤 보랭백에 담아야 하는지가 중요해진 거죠. 그렇게 여러 실험을 거쳐, 물과 전분이 섞인 아이스팩을 찾아냈어요.”(문 팀장)
별 것 아닌 듯 보이는 아이스팩에도 다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이마트 축산팀이 이토록 아이스팩에 공을 들인 것은 ‘보랭가방의 재활용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마트는 이번 추석에 처음으로 보랭가방을 회수, 다음 명절에 다시 쓰기로 했다. 한 번 소비자에게 전달된 보랭가방을 다시 거둬들인 뒤 다른 선물세트의 포장용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명절이면 통상 7만~8만개의 보랭가방이 소비된다. 이마트는 이번 추석에 회수율이 20%만 되도 만족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약 1만5000개 안팎의 보랭백을 반납받아 재활용하려고 한다. 포장의 재활용은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모든 과정에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오는 11일부터 전국 이마트에서 축산 선물용 보랭백을 회수합니다. 회수된 보랭백은 이마트 축산제품을 가공하는 미트센터로 보내져요. 그러면 우리 직원들이 회수된 상품을 꼼꼼히 살펴본 뒤 재활용 제품으로 분류를 합니다. 이렇게 분류된 제품은 다시 전문 협력사로 이동하게 되고요. 가장 바쁜 명절 시즌에 ‘복잡한 업무’ 하나가 추가된 셈이에요.(웃음)”(김진덕 미트센터 팀장)
포장 소재가 간단한 냉동용 보랭백은 상품권 2000원, 그보다 정교한 냉장용 보랭백은 이마트에 반납하면 5000원을 상품권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이마트에서 추석 선물을 받았다면 포장재를 차분히 살펴보기를 권한다. 축산품 뿐 아니다. 구석구석 상당수 제품에 친환경 요소가 포진해 있다. 슬라이딩형 종이상자가 손쉽게 분리되지 않는다거나, 아이스팩에 약간 젖은 종이상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보기에 불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쁜가?’라고 되물었을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품질엔 이상이 없다. 보랭가방을 반납하면 상품권으로 돌려주기까지 한다. 무언가 바뀌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마트 채소팀은 ‘포장 소재’에 공을 들였다. 성현모 채소 바이어는 온갖 포장재 박람회를 섭렵했다. 그렇게 다니며 찾아낸 소재는 ‘바가스 펄프’라고 부르는 사탕수수 부산물이다.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추출한 뒤 남은 부산물로 종이를 만들 수 있다. 벌목을 하지 않아도 된다. 사탕수수 부산물에서 업사이클링한 종이인데, 일반 종이로 분리배출 가능하다. 재활용까지 된다는 소리다. 친환경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편의성이다. 나무를 잘라 만든 펄프보다 매끄럽지 못하다. 그래서 과자류나 인삼류 등의 포장재에서 슬라이딩 제품으로 활용하려면 “뻑뻑해서 쉽게 열리지 않는다”는 항의를 받을 수 있다. 상자를 만드는 데도 품이 많이 든다.
“표백도 하지 않고 코팅도 하지 않아요. 보기에 투박하고, 매끄럽게 만들 수도 없어요.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협력업체에서는 그래서 사탕수수 소재 이용을 꺼려하기도 해요. 노동력이 많이 드니까요. 그럼에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합니다. 벌목을 최소화하고,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데 있어서 이마트가 기여를 해야 하니까요.”(성현모 바이어)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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