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고개만 돌리면 정선, 태백, 영월을 한눈에

진재중 2023. 9. 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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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대에 도로가 나 있는 만항재... 야생화 많아 '길 위의 화원'으로도 불러

[진재중 기자]

같은 위치에 3개의 지번을 두고 있는 고개가 있다. 그곳에는 벌개미취, 동자꽃, 쥐눈이꽃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가을 야생화가 반긴다. 만항재다.

만항(晩項)재는 정선군 고한읍과 태백시 혈동, 영월군 상동읍, 삼개 시군이 경계를 이루는 고개다. 그러다 보니 각 시·군별, 지리적 주소도 제각각이다.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 혈동 산 87-1,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산 216-37, 영월군 함백산로 427번지다.

만항재는 우리나라에서 포장도로가 놓인 고개 가운데 가장 높은 지점에 있다. 국내에 높다 하는 고갯길은, 지리산 정령치(1172m), 싸리재(1268m), 만항재는 해발 1330m나 된다. 단연 최고다. 도로에서 좌우로 고개만 돌리면 정선, 태백, 영월이 한눈에 들어온다.
 
▲ 태백시가지 안개 자욱한 사이로 태백시내가 보인다.
ⓒ 진재중
 
지방도 제414호선을 이용해 정선과 태백 사이를 이동할 때 이 고개를 넘어가게 된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고려 말 또는 조선 초기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에 위치한 광덕산 서쪽 기슭에 위치한 두문동에서 살던 주민 일부가 정선으로 옮겨와 살면서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켰던 사람들이 고향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며 이곳에서 가장 높은 곳인 만항에서 소원을 빌었다고 해서 '망향'이라고 불리다가 후에 '망항'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길은 고갯마루를 기준으로 고한에서 정상까지는 약 8km씩 이어진다. 만항재는 오르 내릴 때의 느낌이 전혀 다르다. 고한에서 올라갈 때는 낙락장송들이 반기고 만항재 정상에서 태백으로 내려가는 8km는 활엽수림과 함께 태백산 정상과 백두대간이 눈앞을 가득 채운다. 

여행객 이진국(45)씨는 "차로 드라이브하면서 백두대간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맘이 확 트이는 것 같습니다. 접근하기 좋은 갓길에는 정암사, 야생화 마을 등이 있어서 드라이브 코스로는 백미입니다" 하고 자랑한다.
 
▲ 낙엽송 군락지 만항재에서 남쪽방향으로 낙엽송 군락지가 조성되어 야생화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
ⓒ 진재중
   
▲ 하늘에서 본 함백산 활엽수림 울창한 활영수림이 조성되어 있다.
ⓒ 진재중
 
만항재는 '천상의 화원'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나고 비 개인 이른 아침 여름에는 안개가 밀려들어 몽환적인 풍경을 만든다. 겨울이면 눈꽃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낸다.

만항재 인근에는 350여 종의 다양한 야생화가 피고 지면서 사계절 내내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이른 봄 눈 속에서 노란 복수초를 시작으로 얼레지, 큰 앵초, 꿩의 바람꽃, 한계령풀이, 노루오줌, 둥근이질풀 등이 흐드러진다. 가을 초입에는 이름도 생소한 벌개미취, 동자꽃, 쥐눈이 꽃 등이 탐방객들을 반긴다.

야생화를 촬영온 김근배(68)씨는 "이곳은 쉽게 접근해서 다양한 양생화를 담을 수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백두대간의 수려한 경관과 함께 야생화는 만항재만이 간직한 자산입니다. 야생화도 높은 지대라서 색감이 뛰어 납니다" 하고 고갯길을 극찬한다.
 
 하늘 숲길공원
ⓒ 진재중
 
 벌개미취
ⓒ 진재중
    
 쥐손이풀
ⓒ 진재중
   
 동자꽃
ⓒ 진재중
 
 진범
ⓒ 진재중
 
만항재 정상에서는 백두대간 중추인 태백산을 비롯, 매봉산(1,271m), 육백산(1,243m), 함백산(1,572m), 대덕산(1,310m) 등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 만항재 정상에서 태백산(1,567m) 보다 더 높은 함백산(1,572m)을 지척에 두고 있다.

함백산은 남한에서는 여섯 번째로 높지만, 만항재와 고도차가 243m에 불과해 정상까지 그리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겨울철 설국열차를 연상케하는 눈꽃 산행지와 일출과 일몰 명소로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바로 아래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진 고원 길"이라는 운탄고도는 산행하기에 최적의 코스다. 석탄 트럭이 왕래하던 길이라 대체로 넓고 완만해 걷기가 좋은 하늘 마중길, 바람꽃길, 낙엽송길 등 다양한 코스의 산책길이 있다.

가족 단위로 놀러 온 박도영(54)씨는 "부모님을 모시고 왔는데 차로 이 높은 고개까지 올라와서 편안하게 보고 갑니다. 산책길이 완만하고 주변에 야생화와 숲길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하고 권하고 싶은 여행 코스라고 말한다.  
 
▲ 만항고개 정상 태백산맥과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 진재중
 
만항재는 차를 타고 가면서 근거리에서 볼 수 있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길이 시작되는 상갈래 교차로부터 삼탄 아트마인과 정암사, 만항 야생화 마을, 만항 야생화 공원 등이 줄을 잇는다.
만항재의 이런 풍경 속을 구불구불하게 지나는 길이 414번 지방도다. '하늘 아래 첫 고갯길'이란 별칭이 있을 만큼 고원 드라이브 코스의 백미로 꼽는다. 만항재만이 간직한 가을 야생화와  확 트인 백두대간은 가을 길목에서 닫힌 가슴을 열어주는 고갯길이다.
 
▲ 백두대간의 허리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분깃점인 삼수령이 보인다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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