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퍼.1st] 더브라위너, 레반도프스키, 알라바 모두 거절…사우디의 지정학적 이점과 한계

김희준 기자 2023. 9. 1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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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더브라위너(맨체스터시티).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축구스타들은 사우디아라비아행을 거절했다. 사우디의 지정학적 이점과 한계가 모두 드러난 결과물이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에 밝은 파브리시오 로마노 기자는 10일(한국시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 케빈 더브라위너는 올여름 사우디 구단들로부터 이적을 제안받았지만 거절당했다. 알라바 역시 사우디행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카림 벤제마(알이티하드). 알이티하드 X(구 트위터) 캡처

사우디는 올여름 유럽 빅리그에서 뛰었던 축구 스타들을 끌어모았다. 압도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카림 벤제마, 은골로 캉테, 호베르투 피르미누 등 황혼기에 접어든 선수들은 물론 네이마르, 후벵 네베스,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 등 유럽에서도 수준급 실력을 보유한 선수들도 품에 안았다. 심지어 스페인에서 떠오르는 유망주였던 가브리 베이가까지 사우디행에 몸을 실었다.


국가적인 자금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대표로 있는 사우디 국부 펀드(PIF)는 알이티하드, 알힐랄, 알아흘리, 알나스르 등 4팀을 인수해 이적시장에서 폭풍 영입 행보를 보였다. 올여름 사우디 프로 리그가 투자한 이적료는 9억 5,688만 유로(약 1조 3,693억 원)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8억 유로(약 4조 68억 원)에 이어 2위였다.


모든 게 석유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우디는 베네수엘라, 미국과 함께 세계에서 손꼽히는 원유 매장량을 가진 국가다. 빈살만 왕세자는 실권 장악 이후 석유에 의존한 경제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유로 벌어들인 자금을 바탕으로 엑스포 유치, 네옴시티 건설, 스포츠 산업 투자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EPL 뉴캐슬유나이티드를 인수한 것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해외 축구팀 투자를 넘어 사우디 프로 리그를 세계 최고 리그로 만들겠다는 야심도 드러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는 유럽축구연맹(UEFA)처럼 재정적 페어플레이(FFP)가 없기 때문에 전폭적인 행보로 유럽 축구 스타들을 끌어모았다. 어마어마한 자본을 쏟아부은 LIV 골프 리그로 골프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성공사례가 있기에 자신감도 충만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한계가 분명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네이마르 등 세계 최고였던 스타들을 끌어모았지만 킬리안 음바페, 빅터 오시멘, 앙투안 그리즈만, 손흥민, 모하메드 살라 등 유럽에서 여전히 활약하는 선수들에게는 매몰찬 거절을 당했다.


최근에도 레반도프스키, 더브라위너, 알라바 등 사우디를 거절했다고 알려졌다. 이들은 각각 바르셀로나, 맨체스터시티, 레알마드리드 등 소속팀에 대한 애정 때문에 사우디 이적 대신 잔류를 선택했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우디는 유럽이 아니었기에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했지만, 유럽이 아니었기에 세계 최고가 될 수도 없었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은 사우디가 중국과 비슷하다며 "경력 끝자락에 있는 선수나 야망이 없는 선수들도 있지만, 내가 아는 한 음바페와 엘링 홀란은 사우디를 꿈꾸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물론 사우디 프로 리그의 행보는 중국 슈퍼리그와 큰 차이가 있다. 두 리그 모두 국가 주도로 몸집을 불린 건 사실이지만 사우디가 국가 차원에서 투자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은 국가의 관제 하에 기업들이 투자했다. 정부 제도 변화와 외부 사정에 보다 취약할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기반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럼에도 체페린 회장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사우디 프로 리그가 아무리 강대해진다 한들 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컵을 거머쥘 수 없다.


사우디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사우디는 UEFA에 사우디 프로 리그 소속팀에도 UCL 진출권과 유럽대항전 결승전 개최 권한을 요구했다. 리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함이었지만 체페린 회장은 사우디의 모든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사우디 프로 리그는 유럽 빅리그에 버금가는 규모로 성장할 수는 있지만, 지금과 같은 구도가 이어진다면 유럽 빅리그와 공생하는 리그 이상을 노려볼 수 없다. 사우디가 자체적인 슈퍼리그를 조성하는 게 현재로서는 유럽을 넘어서는 유일한 길로 보이지만, 2021년 좌초됐던 유럽슈퍼리그조차 역사와 전통에 기댄 부분이 많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사우디는 지정학적 이점을 십분 활용해 유럽을 위협하는 신흥 리그로 성장했지만, 지정학적 한계 때문에 유럽 축구스타들을 모두 끌어모을 수 없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한 사우디 프로 리그가 유럽 빅리그를 초월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네이마르(알힐랄).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알이티하드 X(구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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