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전관 혁파·공공주택 개선 어떻게?…"핵심 기능에 집중해야"
원희룡 "전화위복 삼아 공공주택 혁신"
"전관 우선 해결…기능 개선은 신중히"
인천 검단 공공분양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에서 촉발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비대화, 전관 문제와 관련해 기능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등에 넘겨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전관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기능을 손보는 문제는 신중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번 일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공공주택의 품질 개선을 비롯한 혁신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주택 혁신 전문가 간담회'에서 "LH는 자신들의 기득권 카르텔을 깨뜨리고 공공주택 혁신이라는 시대적·국민적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의 소득 수준과 눈높이가 높아졌다"며 "좋은 건축자재와 디자인, 필요한 여러 가지 생활 서비스를 결합해 공공주택이 민간주택 또는 그 이상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주택은 2008년부터 2022년까지 15년간 준공 기준 총 124만가구가 공급됐다. 이 중 LH가 공급한 물량은 89만가구로 전체의 72.3% 수준이다. 그동안 낮은 품질로 인한 하자 문제가 계속 지적되면서 입주민들의 불편은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하자 접수의 40%가 관급자재에서 발생하고 LH 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한 상황이다. 발주와 입찰, 설계, 감리 등 건설공사 과정에서는 전관, 부실 체계 등의 문제가 만연하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주택공급혁신위원회 공공주택혁신분과 위원들은 LH 조직의 비대화를 문제 원인으로 꼽으며 코어(핵심) 기능에 집중할 수 있게 재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심교언 국토연구원 원장은 "주택 건설은 과감하게 민간에 넘기고, 인프라, 토지 수용·개발을 코어로 가져가면, 주택 공급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고 품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천현숙 고려대 건축학과 겸임교수도 "주거복지 관련 업무는 LH가 아니라 지자체 중심으로 정부가 직접 해야 한다"며 "각각의 장점을 고려해 공공이 토지를 개발해 제공하고, 설계나 시공은 민간이 하는 구조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 공급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공공이 이를 보완하는 형태의 '거버넌스'가 작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 언급했다. 이 교수는 "정보 비대칭에 의한 도덕적 해이 문제를 막기 위해 LH 내부 통제 시스템을 금융기관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필요한 곳에 인력을 재배치하고, 필요시 LH 토지주택대학교에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해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LH 체질 개선 과정에서 예산과 임대료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는 곧 공공주택의 품질·브랜드 제고, 주거복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공적 자금이 들어가는 공공주택을 고품질의 민간아파트와 동등하게 비교할 수 있겠느냐"며 "낮은 임대료로 고품질의 공공주택을 공급하면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지 등의 기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질적 제고를 위해선 물량 중심의 성과 목표 지표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LH가 분양, 택지 개발을 통해 생긴 돈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해 왔다"며 "재정을 더 투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발이익을 낮추는 방향으로 갔을 때 주거복지를 어떻게 할지, 예산과 LH 문제를 같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공주택 품질을 높였을 때 분양가·임대료 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원 장관은 "분양가가 한꺼번에 뛰는 건 시장 기능에 맞지 않지만, 물가나 경제성장률 등에 맞춰 오르는 것은 정상적으로 본다"며 "공공주택에 민간 참여 등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성과와 소비자 반응 등을 평가해 시장도 작동하고 국민도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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