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강서 즐기는 '노을 출사'…"봐, 오길 잘했지"
신청자 몰려 참여자 규모 두배로
"한강을 직접 느낄 수 있어 더 좋아"
"와~" 한강에 떠 있는 요트 사이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환상적인 색감을 뽐내자 한 참가자가 탄성을 질렀다. 이 소리를 듣고 다른 참가자들도 걷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며 같은 탄성을 질렀다. "봐, 오길 잘했지"라며 같이 온 친구에게 너스레를 떠는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는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가 진행한 '한강술래길'행사가 9일 '노을신비길 3코스'를 마지막으로 올해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행사에는 참가자 200여명이 여의도를 시작으로 서울마리나, 양화대교를 거쳐 망원한강공원까지 약 5.7㎞를 걸으며 한강의 노을과 풍광을 만끽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행사는 오후 5시 30분 여의도 이벤트 광장에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한데 모여 이병국 사진작가에게 간단한 사진 촬영 교육과 함께 몸풀기와 코스 안내를 듣고 6시 망원한강공원을 향해 출발했다.
노을을 촬영하는 것이 이번 행사의 주요 테마 중 하나지만, 참가자 중 전문적인 카메라를 챙긴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걷는 동안 한강의 가을을 느끼고, 그간 밀렸던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코스 중간중간 멋진 노을이 보이자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들어 카메라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작가는 노을 사진을 멋지게 찍는 요령에 대해 "가장 쉽고, 기본적이지만 참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 렌즈를 깨끗이 닦는 것"이라며 "또 역광에서 인물 사진은 전문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노을을 너무 뒤에 두지 말고 약간 측면에서 찍어야 인물의 표정이 더 잘 드러난다"고 조언했다. 행사 시작 전 만난 이 작가는 "오늘 같은 날씨와 한강의 풍광을 고려했을 때 셔터만 누르면 작품이 나올 것"이라며 "날씨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적당히 구름이 있는 날씨여서 구름에 반사된 노을이 환상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200여명이 참가했다. 당초 100명 규모의 행사를 준비했지만 올 6월에 열린 '노을그림길 1코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2코스와 3코스 신청자가 3000여명을 넘어서자 급하게 참가자를 200여명으로 늘린 것이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코스 길에서 만난 한 노부부는 "2코스와 3코스를 모두 신청했는데 2코스만 당첨이 됐다"며 "2코스를 경험해 보니 너무 좋아서 3코스는 당첨이 안 됐지만 일찍 나와 현장 접수를 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했다.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많았지만, 친구끼리 온 참가자도 많았다. 실제로 1코스 참여자 설문조사 결과 가족 참가자가 39%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친구 참가자 31%, 단독 참가자 20% 순이었다. 미래한강본부는 나 홀로 참석자 등을 고려해 과학과 문학 등 다양한 오디오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하남에서 왔다는 한 중년 여성은 "친구가 블로그에서 이번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같이 참가하게 됐다"며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영상과 사진 크리에이티브 교육을 받고 있는데 이번에 한강노을 사진을 찍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특히 평상시 만나기 쉽지 않은 한강의 풍경이 이번 3코스의 매력이었다. 여의도 한강마리나 뒤편은 유동 인구가 적어 평소에도 인적이 뜸한 곳이지만, 그만큼 한적하고 양화대교를 바라보는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친구들과 함께한 한 여고생 참가자는 "한강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오늘 오지 못한 친구가 평소 강아지와 한강을 자주 산책한다고 했는데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마리나에서 이날 노을의 절정을 본 참가자들은 양화대교 위에서 한강의 아름다운 야경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목적지인 망원한강공원 주변에는 화려한 조명을 자랑하는 서울함상공원이 있어 참가자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참가자들은 높은 만족도와 함께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바램을 나타냈다. 시흥에서 왔다는 한 참가자는 "평상시 한강은 출퇴근 등을 하며 지나가는 곳일 뿐, 이렇게 가깝게 만나기는 쉽지 않다"며 "또 평상시 잘 모르는 핫스팟을 소개받을 수 있고, 참가비도 없어 이런 행사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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