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새우 신세’ 된 애플…아이폰15 공급도 차질 빚나
화웨이발(發) 중국의 ‘도발’에 미국에서 “기술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주 출시 예정인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15 시리즈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10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중국 화웨이가 발표한 신형 5세대(5G)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 공정 프로세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중국 SMIC가 자체 개발한 7나노미터(㎚·10억 분의 1m)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SK하이닉스가 제작한 스마트폰용 D램 LPDDR5, 낸드플래시 등이 이 제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중국으로선 지난 5월 미국 마이크론 제품 구매 중단이라는 ‘잽’에 이어 ‘펀치’를 날린 셈이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수출 통제, 반도체법 등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12일 아이폰15 공개를 앞두고 중국 정부의 추가 조치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중국 정부는 중앙정부 기관 공무원이 아이폰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금지령을 내놨다. 아이폰 금지령은 중국 국영 기업과 정부 지원기관 등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은 연 4000만~5000만 대에 이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지난 8일(현지시간) “애플이 테크 업계의 왕이기는 하나 미·중 경제 전쟁에선 하나의 ‘체스판 말’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변수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애플 때리기’에 나서느냐다. 일각에선 세계 최대의 아이폰 생산기지인 중국 허난성 정저우의 폭스콘 공장 노동자를 제재하는 방식으로 중국 정부가 칼을 빼 들 것이라고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정저우 공장에서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공장을 대거 이탈하고, 임금 지급 요구 시위를 벌여 애플은 아이폰 생산 차질을 겪은 바 있다.
WSJ는 “중국은 애플의 가장 큰 제조 기지이며, 아이폰은 애플의 가장 큰 사업으로 매출의 52%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역설적으로 애플을 미·중 경제 전쟁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목표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인도 타밀나두주 폭스콘 공장에 아이폰15 물량을 배정하는 등 인도·베트남 등으로 생산지를 다각화하며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국내 업체도 고민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압박이 커지면 애플의 신제품 판매에 악영향을 미쳐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반도체),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LG이노텍(카메라 모듈) 등이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아이폰 판매량이 2억2000만~2억2500만 대로 지난해보다 5%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이유로 “우울한 시장 심리와 화웨이의 본격적인 복귀”를 들었다.
다만 이번 중국의 도발이 아이폰과 국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라는 견해도 있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화웨이 신제품 발표는 중국이 ‘미국 제재에도 끄떡없다’고 과시하려는 의도가 짙다”며 “도입이 차단된 극자외선(EUV) 장비보다 한 단계 아래인 심자외선(DUV) 장비로 만든 7㎚는 전류 소모도 크고 성능 차이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업률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이 자국의 경제 사정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애플을 직접 제재하지는 않기는 쉽지 않을 것”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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