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또 사망, 늦어지는 법 개정…멈췄던 교사 집회 재개된다

최민지 2023. 9. 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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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교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휴일인 10일 오후 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숨진 A교사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중앙포토

교권 회복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서울 주말 집회가 16일 재개될 전망이다. 지난 7월 18일 서이초 교사가 숨진 뒤 같은 달 22일부터 매주 토요일에 열린 교사들의 집회는 ‘공교육 멈춤의 날’이 있었던 주인 지난 9일(토요일)엔 열리지 않았다. 16일 집회는 지난 8일 한 교사가 교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추진되고 있다. 그는 “두 분이나 더 돌아가셨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는 (법안 통과) 합의가 불발됐고 집회 소식은 아직 없다. 16일 다시 모이자”고 적었다.

그동안 진행된 교사들의 집회가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집회 신고를 하고 운영진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이번 집회에도 많은 교사가 참여할 것이라는 게 교육계의 전망이다. 앞서 1~4차 집회는 서울 보신각·광화문에서 진행했고 참석 인원이 많아지며 5차 집회부터는 국회 앞으로 장소를 옮겼다.


주말 교사 집회, 2주 만에 열릴 듯…“교사 또 죽었다”


김영호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교사들은 이른바 '교권 4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지위법·교육기본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이견으로 법안 통과가 계속 늦춰지고 교권 침해 상황이 계속 이어지자 교사들이 다시 집회를 소집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회 교육위는 지난 7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었으나 중대 교권 침해 사건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과 아동학대 사례판단위원회 신설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광주에서 한 학생이 선생님을 기절할 때까지 폭행해서 퇴학 조치를 당했다. 이런 사실 자체가 학생부에 기재가 안 되면 우리 사회는 어떤 가르침을 줄 수 있나”라며 학생부 기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 징계사유를 생기부에 기재하지 않기 위해 소송전을 벌일 것”이라고 반대했다. 아동학대 사례판단위원회에 대해서도 여당은 교권보호위원회와 중복된다고 반대하지만, 야당은 별도의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교육계에선 이견이 적은 부분부터라도 빨리 처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이견이 있는 세부사항을 빼고라도 법이 빠르게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13일 법안소위를 한 번 더 열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연이은 교사의 죽음…“좌절감 커진다”


최근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10일 가해 학부모가 운영한다고 알려진 유성구에 위치한 한 가게 출입문에 각종 비난을 담은 시민들의 쪽지가 가득 붙고 오물도 뿌려져 있다. 중앙포토
법 개정이 지지부진한 동안 교사 사망 사건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숨졌다. 유족과 동료 교사들은 “(선생님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면서 힘들어하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초등교사노조에 따르면 숨진 교사는 2019년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아동학대 혐의를 받아 고소를 당했다. 수사 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수년간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고 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법 개정 없이는 비슷한 일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사들은 집단 우울증,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며 “현실을 바꾸기 위해 교사들이 거리로 나서서 한목소리를 냈음에도 여전히 현장에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아무도 우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좌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칙 변경, 또 민원 들어올라” 우려도


교사노조가 만든 교육부의 학생생활지도 고시에 대한 비판 홍보물.
정부가 교권 보호 대책을 학교에 떠넘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는 교권 보호에 대한 내용을 담아 학교생활지도 고시를 개정했는데, 이에 따라 각 학교가 구체적인 규칙을 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가 각 학교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학교는 다음 달 31일까지 학교 규칙을 개정하고 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과 교사의 분리 방안을 교칙으로 정한다 해도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는 막을 수 없다. 학생을 분리시키기 위한 인력이나 재정, 공간도 부족해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교칙 개정 과정에서 학부모가 반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교칙을 바꾸려면 학부모가 포함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학교마다 교칙이 다르면 학부모 반발이 나올 수 있다”며 “통일된 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본부장은 “빠른 시일 내에 교육부, 교육청의 교칙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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