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장관님 과거에는 안 이랬잖아요
[송경원 기자]
▲ 4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공교육 멈춤의 날 -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이 침묵으로 추모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
ⓒ 권우성 |
수십만 교원을 보고 정부가 추모와 관련한 징계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적절한 조치입니다. 다만, 애초 징계사유가 되는지 의문이라 정리합니다. 이것저것 살펴봤습니다.
정부는 9월 4일 추모를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했습니다. 불법 집단행동이니 연가와 병가도 안 되고, 임시휴업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국가공무원법 제66조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에 위배된다고 밝혔습니다.
관건은 노동운동이냐, 공무 외 집단행위냐 입니다. 일단 9월 4일 추모를 노동운동으로 보는 시선은 없습니다. 노조가 주도한 것도 아닙니다. 위법의 소지가 적습니다.
남은 관건은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 여부입니다. 이 규정은 공무원의 모든 집단행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에 따르면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로서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집단적 행위'여야 법이 금지하는 '집단행위'가 됩니다.
9월 4일 추모는 교권과 학습권 그리고 학교교육에 대한 서글픈 마음들이 담겨 있습니다. 공익에 해당합니다. 연가와 병가를 내면 학생 수업에 지장 없도록 먼저 조치합니다. 직무를 해태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집단행위' 여부는 다툼의 소지 있습니다. 위법으로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다음은 연가와 병가입니다. 정부는 교원의 연가가 수업일에는 제한된다고 밝혔습니다. 교육활동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다만,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 제5조에 따르면 형제자매의 배우자 장례식 등 9가지 경우가 되며, 그 중 하나는 "기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소속 학교의 장이 인정하는 경우"입니다. 고인을 추모하고 슬픔을 나누기 위해 연가나 반가를 내고 학교장이 승인하면 위법의 소지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병가는 질병과 부상 등이 있으면 가능합니다.
휴가를 내게 만든 상황도 있습니다. 정부가 '임시휴업 위법'이라고 하니 개별 대처하였습니다. 즉, 정부 아니었으면 연가와 병가는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핵심사항은 임시휴업입니다. 자발적으로 나온 임시휴업 움직임을 정부가 제지하고 위법으로 규정하면서 징계 압박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경우의 임시휴업은 위법일까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7조에 따르면 "비상재해나 그 밖의 급박한 사정이 발생한 때"에는 임시휴업을 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집단행동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급박한 사정'이란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 학교가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어려운 경우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사안으로 선생님들의 슬픔과 상실감 등이 상당하고, 49재라는 특정한 시기에는 더할 것으로 충분히 짐작 가능했습니다. 어쩌면 정부가 '그 날, 교육과정 운영이 정상적으로 가능할까'라고 먼저 고려했다면 좋았을 겁니다. 학교현장 지원행정은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임시휴업과 관련하여 학습권을 지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임시휴업은 그만큼 방학을 줄이므로 학습권 침해는 없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애초부터 징계사유가 되는지 의문입니다.
학교자치의 영역
임시휴업은 학교자치의 영역입니다. 결정은 절차를 거쳐 학교의 장이 합니다. 법 규정을 살펴봤습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부터 폐지된 교육법 등 예전 법령까지 봤습니다. 1952년 교육법 시행령에도 임시휴업 규정이 있고, 지금과 거의 동일합니다. 1952년이면 한국전쟁 때입니다. 즉, 전쟁 때에도 학교를 열었고, 전쟁 때에도 임시휴업은 학교 소관입니다.
▲ 임시휴업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60여 년 전 한국전쟁 당시의 교육법 시행령에서 임시휴업 규정은 비슷합니다. 학교의 장 결정사항이고, 인가나 승인 아니라 관할청 보고사항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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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휴업은 보고사항입니다. 관할청 인가나 승인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급한 사정이 생겼을 경우 학교장이 절차 거쳐 우선 조치하고 보고하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보고받는 관할청은 시도교육청입니다.
필요한 절차는 지금은 학교운영위원회입니다. 법적으로 '학교교육과정의 운영방법'과 '학교운영에 대한 제안 및 건의 사항'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다룹니다. 시대 변화를 감안한다면, 학교 구성원 의견 수렴과 국민 여론 살피기도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임시휴업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편이 더욱 적절하겠지요.
이렇게 볼 때, 9월 4일 추모에 맞춰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 임시휴업한 경우는 위법의 소지가 적다고 판단합니다. 학부모와 국민 공감대도 상당했습니다.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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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휴업 학교권한 2008년 4월 15일 논란의 학교자율화 추진계획 일부입니다. 초중고 임시휴업을 교육청이 관여하도록 한 교육부 방안을 즉시 폐지했습니다. 즉, 임시휴업을 학교 소관으로 두도록 했습니다. 위 인용은 당시 교과부 보도자료 1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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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안은, 당시 효도 방학이나 가정 체험학습 등의 명칭으로 이루어지던 학교 임시휴업을 교육청이 '학기중 단기방학'으로 묶은 것입니다. 법은 학교 결정사항인데, 교육청이 관여하게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교는 문서를 만들어 제출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방안을 폐지합니다. 학교가 정하도록 한 것입니다. "학교장의 자율 운영사항"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 임시휴업 학교권한 2008년 4월 15일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 교과부 보도자료 2쪽, 임시휴업을 '학교장의 자율 운영사항'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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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 당시 청와대 교육과학문화 수석비서관은 이주호 현 장관입니다. 십수년 전에는 학교 자율사항이라고 하고, 이번에는 징계 압박을 했습니다. 과거의 이주호에 배치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입니다.
참, 학교에 대한 교육부의 '포괄적 장학지도권'은 2012년부터 없습니다. 10년 넘었습니다. 2008년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에 따라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이나 교수-학습방법 등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지시·감독의 근거가 되었던 동 조항을 폐지"한 것입니다. "학교에 대한 포괄적 관여보다는 꼭 필요한 경우 예외적인 지도·감독을 통해 교육자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학교 자율에 대한 강한 신뢰가 전제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십수년 지나 이주호 장관은 '학교 자율에 대한 강한 신뢰'가 아니라 징계 압박을 하였습니다.
▲ 초중등교육법 개별 학교에 대한 교육부의 포괄적 장학지도권은 현재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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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하면, 9월 4일 추모 임시휴업 등에 대해 정부가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하고 징계 압박한 부분은 학교자치와 과거 이주호에 비추어 과도할 수 있습니다. 애초 징계사유가 되는지도 의문입니다. 법령에 따른 절차와 참고사항을 안내하는 정도가 적절하지 않았을까 여겨집니다.
그래서 징계 방침 철회는 의미있고 다행입니다. 물론 '위법이나 선처한다'는 접근으로만 봐서는 안될 듯 합니다. 정부의 철회뿐만 아니라 애초 징계사유가 되나까지 종합하여 교육청과 학교 차원에서 부적절한 행정 행위나 경거망동이 없기를 바랍니다.
(사족) 주로 '정부'라고 표현했습니다. 불법 규정과 징계 압박은 교육부 너머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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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교육플러스>와 <레디앙>에도 실립니다. 글쓴이 송경원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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