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인도에서 인도전통의학 '아유르베다(Ayurveda)'를 전공했습니다. 아유르베다의 관점에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돌보는 몇 가지 원칙을 이야기 합니다. <편집자말>
[백두산 기자]
인도 아유르베다 의학대학 학부생 시절 기본 개념들과 체질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난다. 함께 공부하는 반 친구들과 모여 체질 검사를 했었다. 각 항목에 대해 서로 비교하고 체크하며 서로의 체질에 대한 생각들을 나눴었다.
그때 내가 자신 있게 체크할 수 있는 항목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항목들의 내용은 주관적인 관찰에 의거해서 해야 하는데, 매우 상대적이다. 아주 간단한 키나 체격과 같은 질문들만 봐도 어디에 기준을 두냐에 따라 내가 어디에 속하는지 달라질 수 있다.
심리나 행동을 묘사한 항목에서는 더욱 선택하는 것이 어려웠다. 자신을 백 프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역시 자신의 체질을 완벽하게 아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내가 나를 얼마나 정확하게 객관적인 관점에서 주관적으로 평가하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처음 체질 검사를 했을 때 파악한 내 체질과 시간이 지나 다시 체크한 체질이 다른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체질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을 그만큼 제대로 잘 알아야 한다.
'체질'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말이다. 우리나라 전통의학인 한의학, 중국의 전통의학인 중의학 등에서 사람의 체질을 분류하고 그에 따라 음식과 생활 그리고 병의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체질의 개념은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태음인, 소음인, 태양인 그리고 소양인 이렇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 사상체질, 오장육부의 강약 배열에 따라 목양, 목음, 수양, 수음, 토양, 토음, 금양, 금음의 8가지로 구분하는 8 체질 등이 흔히 접할 수 있는 한의학에서의 체질의 분류라고 볼 수 있다.
나는 한의학이나 중의학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굳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아유르베다에서의 '체질'에 대해 설명해 보기 위함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체질은 '프라크리티(Prakriti)'라고 한다. 프라크리티(Prakriti)의 어휘적 의미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의미한다. 즉 아유르베다에서 '체질'이라고 이야기할 때 그 의미는 개개인의 타고난 '자연스러운 상태'를 의미한다.
자연스러운 상태는 그 자체로 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 "내가 이렇게 아픈 건 내가 이런 체질이라서 그래"와 같은 말은 일부만 맞는 말이다. 어떤 증상 혹은 질병은 체질뿐만이 아닌 다른 많은 요인들의 영향으로 일어난다.
그보다 먼저 알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흔히 체질을 이야기할 때는 '몸의 체질'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유르베다에서는 마음의 체질 또한 설명하고 있다. 몸과 마음의 체질에서 가장 큰 차이는 몸의 체질이 한 번 정해지면 변하지 않는 반면 마음의 체질은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몸의 체질은 하드웨어, 마음의 체질은 소프트웨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내 키, 체격 등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몸의 체질을 임의로 바꿀 수는 없다.
어떤 사람들은 "저는 젊을 때는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살이 찌는 체질로 바뀌는 것 같은데요"와 같이 이야기하며 체질 또한 변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자신의 몸 상태가 많이 변할 때 체질이 변했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체질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야 한다. 체질은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가 만날 때 형성된다. 정자가 가진 도샤(Dosha)의 비율과 난자가 가진 도샤(Dosha)의 비율이 합쳐지면서, 한 사람의 도샤(Dosha)의 '기본 비율'이 정해진다. 우리는 이것을 '체질'이라고 부른다.
이쯤에서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이 "도샤(Dosha)가 뭐지?"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도샤(Dosha)'는 몸 안에 존재하는 특정 물질을 지칭한다. '물질'은 성질과 작용을 가진다. 정리하면, 도샤(Dosha)는 몸 안에서 특정한 성질을 가지고 작용하는 물질이다. 이러한 '도샤(Dosha)'의 작용으로 우리 몸은 원활하게 그 기능을 수행하고 유지된다.
각기 다른 성질과 작용에 따라 '도샤(Dosha)'를 세 가지로 분류하고, 이를 '바타(Vata) - 피타(Pitta) - 카파(Kapha)'라고 부른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러한 세 가지 도샤(Dosha)의 다른 비율에 따라 '몸의 체질'이 결정된다. 그리고 이것은 한 번 정해지면 평생 동안 변하지 않는다.
단, 그 사람이 가진 도샤(Dosha)는 살아가면서 기후, 음식, 생활, 수면 등에 따라 계속해서 변한다. 이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컴퓨터에 세팅을 할 때 '기본값'이라는 게 있다. 기본값에서 세팅을 변경하게 되면 값이 다르게 설정된다. 하지만 그것이 기본값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초기화'를 하면 기본값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처럼 '체질'을 우리 몸의 '기본값'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 우리 몸은 초기화를 클릭한다고 기본값으로 간단하게 돌아오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다른 '기본값'을 '체질'로 가지고 태어난다. 이것을 아유르베다에서는 도샤(Dosha)라는 물질을 매개로 분류해 놓은 것이다. 그렇게 분류한 이유는 우리 몸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목적이다.
집을 짓는다고 생각해 보자. 집을 짓기 전 지반조사를 한다. 그곳의 땅이 약한지 강한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지반이 약하면, 집을 짓고 땅이 기우는 등의 문제로 집에 금이 가거나 심하게는 붕괴의 위험이 있다. '체질'을 집을 짓는 땅이라고 생각해 보자. 지반이 다른 곳보다 약한 곳이 있듯, 내가 가진 '체질'상 몸이 조금 약하게 타고날 수 있다. 지반이 약하다고 그곳에 집을 지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약한 지반을 고려해서 지반 공사를 하면 충분히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체질적으로 약하다 할지라도 어려서부터 적절한 보살핌을 받고 건강한 생활을 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반이 튼튼하더라도 기초공사가 부실하고, 기둥이 튼튼하지 않거나, 기둥이 받칠 수 있는 하중보다 무거운 무게를 올린다면 그 집은 오래가지 못하고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우리가 집에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를 모두 지반이 약해서라고 볼 수 없는 것처럼 우리 몸에 생겨나는 여러 가지 문제를 모두 '체질'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체질은 그 자체만으로는 질병이 되지 않는다. 다만 약한 지반에 지반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집을 지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처럼 체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생활하는 것이 몸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가 삶의 일정 시기에 몸이 급격하게 변한다고 느끼는 것은 체질이 변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몸 안의 도샤(Dosha)의 변화에 의해 생기는 일이다. 체질과는 무관하다. 체질은 한 번 정해지면 변하지 않지만 몸 안에 도샤(Dosha)는 하루의 변화, 나이의 변화, 계절의 변화, 음식의 양과 질, 수면의 양과 질, 그 외 모든 행위에 따라 증가하거나 감소하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특정 도샤(Dosha)가 증가하거나 감소할 때 몸의 상태가 변화하고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나면 질병으로 발현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체질과는 상관없이 먹는 음식과 생활 방식 등에 의해 특정 증상이나 질병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체질의 영향도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몸의 상태를 체크할 때 체질뿐만이 아니라 지역, 기후, 나이, 계절, 소화력, 등의 다른 요소들도 똑같이 중요하게 참고해서 판단해야 한다.
체질은 판단을 내리기 위해 참고해야 할 한 부분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체질'만을 가지고 몸의 상태를 파악한다면 많은 오류가 뒤따를 수 있다. 그래서 '체질'만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현재 나의 생활 속에서 이롭고 이롭지 않은 부분들을 찾는 것이 건강을 위해 더욱 효과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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