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애에 무릎 꿇은 北장군…열병식 시멘트·생수차 방사포 등장
북한이 정권수립 75주년 기념일(9·9절)을 맞아 열병식을 포함해 경축공연, 스포츠 경기, 축하연회 등 각종 행사를 곳곳에서 개최하면서 축제 분위기를 띄웠다. 9·9절을 코앞에 둔 지난 6일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 진수식을 통해 군사적 업적을 과시한 뒤 경제난에 따른 민심 이반을 관리하기 위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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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위 무력 열병식'
북한 매체들은 9일 진행된 열병식을 놓고 앞서 지난 8월 9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7차 확대회의에서 예고했던 '민간무력 열병식' 대신 '민방위무력 열병식'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한국의 경찰 격인 사회안전군은 참가하지 않고 농민과 노동자가 주축을 이뤄 운영되고 있는 예비군 성격의 '노동적위군'을 중심으로 열병식을 진행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열병부대의 선두에는 수도당원사단 종대가 나섰고, 이후 각 지역에 소속된 노동적위군 종대가 입장했다. 뒤를 이어 황해제철연합기업소, 김정숙평양방직공장, 국가과학원 등의 노동적위군 종대가 행진을 이어갔다.
이번 열병식 대열에서 눈길을 끈 건 트럭·트랙터와 같은 노동·생활 장비가 투입된 '기계화 종대'의 열병행진이다. 시멘트 운반 차량으로 위장한 트럭의 적재함과 '룡악산샘물'이라고 표기된 생수차에서는 방사포가 장착된 채 무장 병력이 탑승한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 매체들은 '위장방사포병 구분대'라고 이들을 소개했다. 또 관련 영상에는 농기계인 트랙터가 대전차미사일 및 고사포를 끌거나 오토바이 수십 대가 열병 행진을 하는 장면도 담겼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민방위무력 열병식을 통해 모든 분야의 역량을 전쟁 준비에 동원할 수 있음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핵·미사일 개발에 치중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농민·노동자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귀빈석 등장한 주애
김정은의 딸 주애도 이번 열병식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단 지난 2월 건군절 기념 열병식 땐 주석단에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가 자리해 있었는데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열병식 관련 영상에 이설주가 드러나지 않았다.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선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아버지인 김정은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주애의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특히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선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이 한쪽 무릎을 꿇고 주애에게 귀엣말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는 2016년에 열린 7차 당대회와 2021년 1월 8차 당대회 당시 무릎을 굽힌 채 김정은에게 귀엣말로 보고하거나 지시를 들었던 조용원 당 조직비서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군정지도부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산하 부서로 군대에 대한 당의 정치적 지도와 통제, 검열 권한을 가진 권력 부서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현재로썬 북한의 의도나 의미 예단하지 않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의 보도를 감안하면 이설주는 불참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여정 당 부부장의 경우에는 이번에도 현장에 자리한 동향이 포착돼 이번 열병식에서도 행사를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애국자가 국력 중 국력" 결속 강조한 김정은
김정은은 지난 9일 정권 수립 기념일 경축 행사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면서 이들을 격려했다. 그는 "가사보다 국사를 먼저 놓고 혼심을 바쳐 조국 번영의 값진 재부들을 창조해가는 공로자, 노력 혁신자들을 비롯한 애국적 인민이야말로 국가의 제일 재부이고 국력 중 국력"이라며 "우리 당은 바로 이런 인민을 믿고 조국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변혁의 연대를 펼쳐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러 정상회담이라는 대외 행보를 앞두고 내부 단속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라며 "북한 내에서 올드보이로 분류되는 김영철(대남·대미), 오수용(경제), 박정천(군정)을 전격적으로 복귀시킨 것도 정치·외교적으로 중요한 대좌를 앞두고 내부전열 정비를 통해 총동원 체제를 꾸리려는 김정은의 의도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6일 '김군옥영웅함'(제841호)으로 명명된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의 진수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해당 잠수함은 수중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전술공격잠수함의 표준형이며 앞으로 기존 로미오급(1800t급) 잠수함 등을 같은 형태로 개조할 것이란 게 북한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합동참모본부는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모습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한 잠수함이 실제 전술핵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를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의 잠수함 건조와 운용 경험은 50년 이상으로 재래식 잠수함 분야에서는 거의 세계적 수준급"이라며 "외양만을 보고 조악하다는 평가를 내놓는 것에 앞서 북한이 최초로 공격형 중형 잠수함을 진수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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