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인텔과 베트남 찾은 美바이든…동남아로 中 견제망 넓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양국 관계 강화와 경제 협력 확대를 논의한다. 미국은 베트남과의 외교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對中) 견제 전선을 확대하고 공급망도 확충한다는 전략이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바이든 대통령이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의 초청으로 이틀간 현지를 국빈 방문한다고 전했다.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1995년 양국의 수교 이후 다섯 번째다.
포괄적 동반자→전략적 동반자 격상하나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도착해 대통령궁에서 쫑 서기관을 만난다. 쫑 서기장 외에도 보 반 트엉 국가주석, 팜 민 찐 총리 등 지도부 인사들과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이튿날엔 구글·인텔·보잉 등 미국 거대 기업의 고위 관계자들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 베트남 기술 기업인과의 비즈니스 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베트남 방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양국 관계를 기존 ‘포괄적 동반자’에서 ‘전략적 동반자’로 한단계 높이는 방안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동맹’을 표방하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는 한국·인도·러시아·중국 등 4개국뿐이다.
미국과 베트남은 1975년 베트남 공산화 이후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가 1995년 7월 국교를 정상화했다. 이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2013년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뒤 10년째 변동이 없었다.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수십년간 미국과 베트남은 베트남 전쟁의 고통스러운 유산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관계를 업그레이드하려는 시도는 놀라운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WSJ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다는 것은 양국이 계속해서 무역과 외교 관계를 구축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전했다.
美·베트남 무역 및 투자 확대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양국간 무역 및 투자 관계가 확대되고 남중국해에서 베트남과 중국간 영유권 분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기업들이 최근 중국에서 제조업을 이전하면서 양국간 연간 무역량이 최근 5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애플·나이키 등 미국 기업들은 최근 몇년간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확장했고 인텔은 베트남의 호치민시 공장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베트남의 대미(對美) 수출 역시 지난해 전년 대비 13.6% 증가해 1093억9000만 달러(약 146조2544억원)를 기록했다. 베트남은 주로 의류·신발·전자제품·목재가구 등을 미국에 수출한다.
공급망 확충 등 경제 협력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인텔·구글·앰코 테크놀로지와 보잉 등 거대 기업 고위 관계자들이 이번 방문에 동행해 11일 열리는 양국 간 비즈니스 회의에 참석한다. 인텔은 베트남 남부에 반도체 조립·테스트 공장을 두고 있다. 보잉은 737 맥스 기종 50대를 베트남에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 "베트남, 반중연대 합류 쉽지 않다"
WSJ은 이같은 미국의 노력에도 베트남이 반중(反中) 연합에 합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했다. 중국은 베트남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국가로 긴밀한 경제 협력 관계다. 또 공산주의라는 공통 분모가 있어 서구식 인권·민주주의 옹호 정서에 대한 반발심이 강하다. 쫑 서기장은 지난해 10월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사회주의의 끊임없는 발전을 촉진하자”고 약속하며 긴밀한 유대를 과시한 바 있다.
미국 소재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센터 책임자인 그렉 폴링은 “베트남은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경우 중국이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우려해왔다”면서 “(바이든 대통령 초청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팽창주의를 강화하자 이에 대한 베트남의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방문에서 베트남의 인권 문제를 거론할지도 관심거리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베트남 당국은 2018년 이후로 시민운동가 등 최소 163명에 대해 반국가 활동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표현과 종교의 자유 등 기본적 인권 문제에 대해 언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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