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머에서 단역 배우로, 주연으로…김준한 “자연스럽게 해내고 싶어”

임세정 2023. 9. 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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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끼워 맞추려다보니 연기할 때 힘이 들어가고 애를 쓰게 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결과를 얻어냈다기보다 애쓰는 모습만이 포착됐다. 인간으로서든 배우로서든 내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고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에 노력하며 자연스럽게 살아내고 싶다."

김준한은 "악역을 연기할 때 권력, 폭력이 가진 무서운 모습들을 경험하게 된다. '안나'를 끝내고는 정신 한 쪽이 상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회복이 필요했다"며 "실제의 내가 삶의 여러 구간에서 하지 않았을 선택을 연기를 통해 계속하는 게 배우로서는 색다르고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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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에 이어 ‘보호자’에서 악역 “결핍과 고독 보여주는 인물”
‘슬의생’ ‘봄밤’ 등서 다양한 로맨스…‘리볼버’서 전도연 등과 호흡
영화 '보호자'에서 조직의 2인자 성준을 연기하고 있는 김준한.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끼워 맞추려다보니 연기할 때 힘이 들어가고 애를 쓰게 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결과를 얻어냈다기보다 애쓰는 모습만이 포착됐다. 인간으로서든 배우로서든 내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고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에 노력하며 자연스럽게 살아내고 싶다.”

배우 김준한은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우성이 감독 겸 주연을 맡은 영화 ‘보호자’에서 그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조직의 2인자 성준을 연기하며 최근 관객들을 만났다. ‘보호자’는 지난해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해외에서 처음 공개됐다.

배우 김준한.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김준한은 “성준은 작품 안에서 트러블 메이커로 기능한다. 사건의 중심에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지만 인물이 가진 결핍과 고독 등을 보여줄 수 있는 지점이 보였다”며 “배우로서 재밌게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영화 ‘박열’ ‘자산어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에서 김준한은 비중은 작지만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당시의 경험은 이번 영화에 출연하는 계기가 됐다.

배우 김준한.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그는 “정우성 선배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같이 했는데 그 때 내 연기를 좋게 보시고는 나중에 함께 작업하자며 연락처를 달라고 하셨다. 후배로서 정말 떨렸다”며 “촬영할 때도 설레는 마음이 있었다. 혹시 내가 어려워할까봐 먼저 챙겨주시고 배려해 주셨다”고 했다.

김준한은 2005년 그룹 이지의 드러머로 데뷔했다. 이지의 ‘응급실’은 발표된 지 18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노래방 애창곡으로 꼽히는 노래다. 배우로 전향했지만 음악활동을 하기 전 그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감독을 꿈꿨다.

배우 김준한.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그는 “직업으로서 음악을 경험하고 여러 형태의 사람들을 만나본 게 많은 도움이 됐다. 멋지게 해내고 성장하는 친구들은 묵묵히 유지하는 그들만의 루틴이 있었다”며 “연기라는 새로운 도전을 할 때도 그들의 방식을 빌려와 흉내라도 내야겠다 싶었다. 친구들과 여러 소모임을 만들어 각각의 그룹과 매일 연기 연습을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지와 함께 한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 ‘보호자’에서 악역을 연기했지만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안치홍, ‘봄밤’의 권기석,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송지원 등을 통해 김준한은 다양한 방식의 사랑을 표현해냈다. 지금은 전도연, 임지연 등과 함께 오승욱 감독의 영화 ‘리볼버’를 촬영 중이다.

영화 '보호자' 스틸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김준한은 “악역을 연기할 때 권력, 폭력이 가진 무서운 모습들을 경험하게 된다. ‘안나’를 끝내고는 정신 한 쪽이 상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회복이 필요했다”며 “실제의 내가 삶의 여러 구간에서 하지 않았을 선택을 연기를 통해 계속하는 게 배우로서는 색다르고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의 영화를 좋아한다. 현실적이고 평범한 연애를 보여주는 작품을 정말 하고 싶고, 드니 빌뇌브 감독의 ‘콘택트’처럼 지적인 영역을 자극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20대 초반에 데뷔한 김준한은 이제 막 40대에 발을 들여놨다. 배우로서도 새로운 시기를 맞이하는 단계인 것 같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김준한은 “요즘 ‘힘을 빼고 싶다, 덜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면 재밌는 것들이 더 나올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과는 기다려봐야 아는 것”이라며 웃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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