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심각했는데…도움도 못받고 떠난 대전 초등교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받는 등 심각한 교권침해를 당했음에도 학교 등에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대전교사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숨진 교사 A씨는 지난 7월 초등교사노조의 교권 침해 사례 모집 당시 자신의 사례를 작성해 제보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받는 등 심각한 교권침해를 당했음에도 학교 등에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대전교사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숨진 교사 A씨는 지난 7월 초등교사노조의 교권 침해 사례 모집 당시 자신의 사례를 작성해 제보했다.
A씨가 작성한 제보 내용에는 2019년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학생 4명이 지시에 따르지 않고 같은 반 학생을 지속해서 괴롭혔던 정황이 담겼다.
한 학생의 경우 잡기놀이를 하다 친구의 목을 조르고, 점심시간 급식실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다른 친구의 배를 때리는 등의 행동을 저질러 A씨가 수차례 지도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이 학생이 친구의 뺨을 때려 교장에게 지도를 부탁했는데, 다음날 학생의 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 자리에 교장·교감이 함께 있었음에도 A씨는 이들이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국민신문고·경찰 등에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한 A씨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 조사를 통해 가까스로 무혐의로 결론이 나올 때까지 무려 10개월을 혼자서 싸워야만 했던 것이다.
A씨는 설문지 내 ‘남기는 말’을 통해 “아동학대 조사 기관은 교육현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책임지지 않았다”며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결국 나 혼자 가족들의 도움을 받으며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극심한 악성 민원 때문에 학년 선택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학년을 마친 후에도 해당 학부모 때문에 계속해서 괴로워했다고 노조는 강조했다.
대전교사노조 관계자는 “유족 증언에 따르면 A씨가 집 주변 마트나 커피숍에서 자신을 고소한 학부모를 마주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때마다 숨을 쉬기 힘들어하고 안절부절 못하며 힘들어 했다고 한다”며 “학부모를 마주치는 상황이 두려워 집 근처 마트 대신 멀리 있는 마트까지 장을 보러 다녔다고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자체 조사반을 꾸린 대전시교육청은 11일부터 교장 면담 등 진상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A교사가 교권보호위원회를 요청했음에도 왜 열리지 않았는지, 또 악성민원이 계속해서 제기됐을 당시 교장·교감 및 학폭 담당자들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등을 조사할 것”이라며 “A교사가 교권보호위원회를 요청한 사실이 서면으로 남아 있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손을 놓은 학교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10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교권보호위원회 안 열어준 무책임한 교장’ ‘교사 인권을 짓밟은 관리자’ ‘교권보호위원회는 교사의 권리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근조화환 40여개가 세워져 있었다.
가해 학부모들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면서 부모 가운데 1명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음식점은 시민들의 ‘별점테러’, 밤 시간 케첩·밀가루 등을 뿌리는 음식물 테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음식점의 프랜차이즈 본사는 이 사업장에 대한 영업중단 조치를 내렸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