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략’ 표현 빠진 G20 공동성명…“서방이 개도국에 졌다”
인도 뉴델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진통 끝에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회원국들의 우려는 담았지만,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직접 규탄하는 내용은 담지 못했다.
BBC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G20 회원국들은 이날 ‘G20 뉴델리 리더 선언’이란 이름으로 공개한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내 전쟁(War in Ukraine)으로 인한 인간의 고통과 국제 식량, 에너지 안보, 공급망, 금융 안정성 등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한다”고 적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표현과 차이가 크다. 당시엔 “러시아 연방의 우크라이나 침략(Aggression by the Russian Federation against Ukraine)”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비난하는 유엔 결의안을 인용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회원국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강력히 비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지나 열린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선 침략(aggression)이란 단어가 빠지고, 전쟁을 규정하는 단어도 우크라이나를 향한 전쟁(the war against Ukraine)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내 전쟁(the war in Ukraine)”으로 바뀌었다. FT는 “바뀐 표현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중 누가 전쟁에 책임이 있는지 따지지 않고 양측이 같은 비중으로 연루된 것처럼 암시하는 것이라 당초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거부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중국 반대에 ‘침략’ 표현 빼”
외신들이 이번 선언을 서방 외교의 실패라고 평가한 이유다. FT는 “이번 선언은 지난 1년간 개발도상국들이 모스크바를 비난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도록 설득한 서방 국가들에 타격을 입혔다”고 전했다. BBC도 “러시아의 침략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건 서방의 지지자들이 이 전쟁을 어떻게 규정할지를 놓고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남반구 국가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아프리카·남미·오세아니아 개발도상국들)’와의 논쟁에서 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번 공동성명에선 “(G20 정상들은) 전 세계 식량과 에너지 안보와 관련해 인간의 고통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추가한 부정적 영향을 강조했다”고 밝히면서도 “이 상황에 대한 다른 견해와 평가가 있다”는 러시아를 옹호하는 듯한 표현이 추가됐다.
서방 “흑해곡물협정 압박 등 성과”
익명을 요구한 한 서방 관리는 FT에 “우리가 가진 선택지는 공동선언문을 도출하거나 도출하지 않는 것뿐이었다”며 “합의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러시아의 흑해 곡물 협정 복귀 요구나, 국가의 영토 보전을 존중하는 유엔 헌장 원칙을 채택한 건 강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중국 “2026년 미국 G20 정상회의 개최 반대”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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