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1위 日제품 비법… 장인이 ‘한땀 한땀’ 제작

변선진 2023. 9.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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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내시경 제작 현장
아이즈 올림푸스 공장 가보니
엔지니어들, 미세한 부품 직접 조립
공장형 생산하지 않아

지난 7일 찾은 일본 후쿠시마 ‘아이즈 올림푸스’ 공장. 전 세계 병원 등에서 사용하는 소화기 내시경의 70%가 생산되는 곳이다. 2층 B동 렌즈 공정실에선 60여명의 엔지니어들이 현미경을 통해 미세한 렌즈 3개를 유닛에 넣고 있었다. 요즘 내시경은 상피세포 구조도 파악할 수 있는 520배율이 나왔을 만큼 정교하지만, 그만큼 렌즈의 크기는 1~3㎜로 매우 작아 작업자의 높은 집중도를 요구했다.

3층 B동 이미징 유닛 공정에서는 초고정밀의 작업이 한창이었다. 장기의 상태를 극소형 렌즈를 통해 촬영할 수 있도록 1㎜에 불과한 기판 안에 세 개의 배선을 잇는 작업을 했다. 아베 쇼지 아이즈 올림푸스 경영기획부 실장은 “이 과정에서 엔지니어가 열을 조금이라도 가한다면 반도체 부품이 손상돼 상품성이 사라진다”며 “내시경 선단부(내장 촬영 기능)를 만들 때 엔지니어들의 유닛 가공·조립 능력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고 했다.

아이즈 올림푸스 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변선진 기자]

日기업 소화기 내시경 시장 70% 차지한 비법

‘장인 정신’. 디지털 카메라(디카) 생산·제조를 완전히 중단하고 올해 100% 의료기기 업체로 거듭난 일본 올림푸스가 글로벌 소화기 내시경 시장 점유율 70%를 달성한 비결이다. 고효율의 내시경 1대를 생산하기 위해선 내시경 튜브 유닛, 벤딩 유닛, 이미징 유닛 등 영역마다 미세 접합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 이는 디지털이 대체 불가능한 장인의 베테랑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다.

올림푸스 내시경은 ‘사내 일관 생산’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내시경 각 부분인 선단부, 삽입부, 조작부, 접속부 등의 가공, 제조, 조립, 최종 검사를 한 공장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마츠오카 켄지 아이즈 올림푸스 공장장은 “환자의 병변을 진단, 치료하는 내시경은 무엇보다 품질이 중요한데, 위탁 생산하는 방식은 자칫 관리에 소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시경은 공장에서 찍듯이 생산되지 않는다. 5만㎡ 공장에서 하루 생산되는 내시경은 한 품종 당 많아야 15개다. 마츠오카 공장장은 “고객 만족을 위해 얇지만 고성능의 내시경을 만들고자 다품종(약 300품종) 극소량 생산 방식을 택했다“고 했다.

공장 디지털화도 진행 중이다. 고정밀의 집합체인 내시경은 엔지니어의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는 까닭에 이들의 피로도를 줄이면서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올해부터 이미지 센서의 배선 납땜 과정에서 연결 위치를 손쉽게 알려줄 수 있도록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기능을 도입했다. 1㎜ 등 미세한 렌즈 가공의 품질 측정과 보정 작업은 AI가 맡는다. 현재 아이즈 올림푸스 공장의 자동화 비율은 부품 가공 분야 100%, 조립 분야 20%다.

미래 내시경은 하나의 과제를 안고 있다. 내시경의 삽입부가 지금보다 얇아질 수 있느냐다. 환자가 비수면으로 검사 시 여전히 “고통스럽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서다. 올림푸스가 1952년 세계 최초 내시경(GT-1)을 상용화했을 때 삽입부 폭이 12~13㎜였다. 지금은 9.8㎜가 표준이 됐다. 마츠오카 공장장은 “선단부 폭을 줄이면서 고성능을 유지하기 어려운 역설이 있다.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내시경 사용 이미지

올림푸스는 신제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내년부터 AI가 탑재된 내시경을 100여곳의 병원에 보급해 2027년까지 7만여곳 병원 20%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AI가 의료진이 놓친 병변을 찾아주면서 오진율을 낮추고 환자 안전에도 기여한다. 올해 한국과 북미 시장에서는 ‘Evis X1’이라는 내시경 시스템을 출시한다. 인허가 규제가 먼저 이뤄진 일본과 유립에선 이미 사용되고 있는 제품이다. 조명용 렌즈에서 쬐는 특수광이 위장관 등에 발생한 출혈 부위를 선명하게 찾아주면서 혈액암 진단까지도 가능하게 한다.

의료기기 외연 확장 중

올림푸스는 소화기 내시경에 그치지 않고, 의료기기 외연 자체도 넓히고 있다. 전 세계 3대 암(폐, 대장, 위)을 비롯한 100여개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내시경 처치구, 비뇨기, 호흡기 등 치료 솔루션 사업(TSD·Therapeutic Solution Division)에도 집중하고 있다. 2024~2026년(회계연도 기준·그 해 4월~이듬해 3월)의 TSD 영역 매출 증가 목표를 내시경 사업 증가 매출(5%)을 초과하도록 잡았다. 올림푸스는 디카, 현미경 사업 철수 이후 선택과 집중으로 2022년 회계연도 영업이익률은 전년(17.7%) 대비 오른 22.7%로 집계됐다. 매출은 8710억엔(약 8조원)이다. 앞으로 의료기기 사업 다변화로 영업이익률을 20% 이상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피치 솔루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5626억달러(752조원)로, 고령화 등 영향에 따라 2031년이면 9652억달러(1290조원)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후쿠시마=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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