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고프, US오픈 우승...세리나 이후 첫 미국인 10대 챔피언
19세 코코 고프(세계랭킹 6위·미국)가 올해 마지막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US오픈 챔피언에 올랐다.
고프는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아리나 사발렌카(세계 2위·벨라루스)를 2시간 6분 만에 2-1(2-6 6-3 6-2)로 물리쳤다. 2004년생 고프는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상금은 300만 달러(약 40억원). 종전 그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2022년 프랑스오픈 준우승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고프는 세계랭킹을 3위까지 끌어올린다. 그의 개인 최고 순위다. 사발렌카와의 역대 전적에서도 4승 2패로 앞서나갔다. 사발렌카는 시비옹테크(세계 1위·폴란드)와 함께 '차세대 테니스 여제' 후보를 다투는 강호다. 고프는 2017년 슬론 스티븐스 이후 6년 만에 US오픈 챔피언에 오른 미국 선수가 됐다. 미국인 10대 선수가 우승한 것은 1999년 대회에서 세리나 윌리엄스가 우승한 이래 처음이다. 윌리엄스는 메이저 대회에서 23회 우승한 '테니스 여제'다. 지난해 은퇴했다.
고프가 테니스를 시작한 것도 윌리엄스 때문이다. 고프는 조지아 주립대 농구선수 출신 아버지와 플로리다 주립대 육상선수였던 어머니의 운동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농구, 육상 등 다양한 스포츠에 재능을 보였다. 테니스를 시작한 것은 다섯 살 때다. 2009 호주오픈 TV 중계에서 우연히 윌리엄스의 플레이를 보고 테니스에 반했다. 고프가 자란 곳은 미국의 '테니스 천국'으로 통하는 플로라다주 해안 도시 델레이 비치다. 이곳은 미국에서도 유명한 테니스 전지훈련 명소다. 그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는 데 그야말로 최적의 환경이었다.
'테니스 천재'로 성장한 고프는 14세 때 프랑스오픈 주니어 여자 단식에서 우승했다. 이후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15세 때는 600위권이었던 세계랭킹을 4년 만에 6위까지 끌어올렸다. 자신의 롤모델인 '세리나 윌리엄스의 후계자'로 불린 것도 이때부터다. 기업들은 앞다퉈 고프와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미국 포브스에 따르면 고프는 2022년 스폰서 계약을 통해 약 100억원 이상을 벌어 들였다. 키 1m75㎝인 고프는 빠른 발과 강한 체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날은 정교한 샷과 지구력을 무기로 상대를 압박한다.
고프는 18세의 나이로 출전한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선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그러나 결승에서 만난 '끝판왕' 시비옹테크의 실력은 앞서 만난 상대와는 차원이 달랐다. 고프는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0-2(5-7 2-6)로 완패했다. 주변의 기대가 큰 부담이 된 탓일까. 고프는 이어 열린 윔블던 1회전에서 조기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고프는 MZ세대 특유의 '긍정 마인드'로 슬럼프를 이겨냈다. 그는 경기 후 카드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현지 맛집을 찾아 다닌다. 선수들은 피하는 초콜릿 케이크를 즐겨 먹는다. 마블 영화 시리즈의 광팬인 고프의 뒤엔 든든한 응원군인 '수퍼 히어로'도 버티고 있다. 바로 미국 영화배우 새뮤얼 잭슨이다.
잭슨은 마블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이 모인 수퍼 히어로 팀 어벤져스의 리더 '닉 퓨리'를 연기했다. 잭슨은 고프가 활약하면 트위터로 축하를 건넨다. 올해 프랑스오픈에서 잭슨의 격려 메시지를 받은 고프는 "잭슨은 전설이다. 축하를 받고 너무 기뻐서 방방 뛰었다. 닉 퓨리가 나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건 멋진 일"이라고 며 기뻐했다. 당시 프랑스오픈 공식 홈페이지는 "고프가 닉 퓨리에게 (펄펄 날아도 된다는) 승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승리가 확정되자 코트에 드러눕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 고프는 "어릴 적 아빠가 이 대회에 데려왔던 기억이 난다. 바로 저기 앉아서 비너스(세리나의 언니)와 세리나의 경기를 봤다"면서 "내가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게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보름 전 신시내티 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많은 사람이 그게 나의 정점이라고 말했지만, 지금 난 US오픈 트로피를 우아하게 들고 있다"면서 "그들이 나에게 끼얹었다고 생각한 것은 물이 아니라 기름이었다. 난 지금 불타오르고 있다"며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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