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정 "교사징계 백기 든 교육부, 그런데 분열 노린다"
[교육언론창 윤근혁]
▲ 교사집회에 참석한 강민정 국회의원. |
ⓒ 강민정 |
15명의 여야 국회의원이 참석한 9월 4일 오후 교사집회(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 사회자가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 오셨습니다"라고 말하자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수소리가 여느 의원 소개 때보다 3배 이상 더 크게 들렸다.
강민정은 왜 더 큰 박수를 받았나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많은 교사들은 "그건 강민정 의원 '등짝의 힘'"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 의원은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린 8차에 걸친 교사집회에 모두 다섯 번 참석했다. 이렇게 많이 집회 현장을 찾은 것은 전체 300명의 의원 가운데 강 의원이 유일했다.
하지만 교사집회에 온 강 의원은 한 번 빼고는 마이크를 잡지 않았다. 비가 올 때도, 불볕더위가 몰려 왔을 때도 조용히 무대 바로 앞에 앉아서 말없이 교사집회에 참여했다. 중간에 먼저 가는 법도 없었다.
이러다 보니 무대를 바라보던 수만 명의 교사들은 자연스럽게 강 의원의 등짝도 보게 된 것이다. 여린 강 의원의 등짝은 작았지만, 강 의원에 대한 교사들의 믿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터워지고 커졌다.
강민정 의원(62)은 지난 6일 오전 교육언론[창]과 만나 "서이초 문제는 교사와 학부모 문제를 넘어 입법적으로 발생한 문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국회 교육위 국회의원으로서 교사집회에 함께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그 밑바탕엔 솔직히 동료교사 의식도 깔려 있다"고 말했다.
25년 동안 서울지역 중등학교에서 평교사로 근무하던 강 의원이 명예퇴직을 한 때는 2017년이다. 교단을 떠난 뒤 강 의원은 교육단체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를 거쳐 2020년 4월에 국회의원이 됐다. 강 의원과 인터뷰는 6일 오전 11시부터 국회의원회관 강 의원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선생님들이 구호를 외칠 때마다 몸 둘 바를 몰랐다"
- 마이크도 잡지 못 했는데, 왜 다섯 번이나 교사집회에 나갔나?
"서이초 문제가 학부모 문제와 교사의 문제를 넘어서서 입법적으로 발생한 문제도 분명히 있다. 더 큰 책임은 교육 관련 입법을 제대로 못해온 국회와 정책당국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회 교육위 의원으로서 교사집회에 함께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밑바탕에는 동료교사 의식도 깔려 있는 게 사실이다."
- 교사집회 현장에서 무엇을 느꼈나?
"교사들이 매번 국회에 '교권보호 법안을 당장 통과시켜라'고 구호를 외치실 때마다 몸 둘 바를 몰랐다. 국회 당사자로서 교사들의 함성이 들릴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빨리 해결해야 되겠다는 다짐을 계속 했다."
- 교사집회 참석 교사들이 눈물을 많이 흘리던데...
"교사들은 생존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교육전문가로서 자긍심을 부정당하는 현실에 대한 몸부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자존감 아니겠나.
▲ 교사집회에 참석한 강민정 국회의원. |
ⓒ 강민정 |
- 지난 2일엔 30만 명이 모였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제1차 교사집회 인원이 5000명이었는데 7차 집회에서는 30만 명이 됐다. 집회에 나오지 못한 교사들도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50만 전체 교사들이 절박하게 한 뜻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교사집회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더구나 지난 2일, 30만 명이 모인 것은 교사들을 이해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교육부와 윤석열 정부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교사들의 추모행위까지 법의 잣대를 들이대며 불법 딱지를 붙였다."
- 현 정부는 9월 4일 '공교육 멈춤' 추모집회에 대해 '징계, 파면' 으름장까지 놨는데.
"천박하고 무책임한 태도다. 자기들이 책임을 져야할 당사자인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선 교사들을 오히려 겁박하다니 기가 막혔다."
- 그나마 교육부장관이 징계 포기를 선언했는데...
"자기들이 겁박하면 교사들 극소수만 남을 줄 알았는데,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갔다. 그래서 이들이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본다. 30만 교사가 한 곳에 모인 것은 사상 최초의 일이고, 사회운동으로 봐서도 박근혜 탄핵 촛불항쟁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런 어마어마한 선생님들의 힘에 교육부가 겁을 먹고 백기를 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런데 교육부장관이 특정 한두 단체(교총, 교사노조연맹)만 초대해서 간담회를 자꾸 벌이고 있다.
"편협한 태도를 버리지 않는 것이다. 교사들을 분열시켜서 자신들의 의도대로 끌고 가려는 태도를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이주호 교육부장관의 최근 태도는 어떻게 평가하나.
"이주호 장관은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그는 교사와 우리 사회 전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교사들을 징계한답시고 몽둥이를 들고 나섰다가 결국 포기했다. 그가 징계를 강행했다면, 나는 장관 탄핵안을 냈을 것이다."
▲ 교사집회에 참석한 강민정 국회의원. |
ⓒ 강민정 |
- 그런데 교사들은 여전히 국회와 교육부에 건의하고 요구하는 수준일 수밖에 없다.
"지금 교사들이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것은 교육현장과 괴리된 법과 정책이 켜켜이 쌓인 결과다. 이렇게 된 원인은 교육을 가장 잘 아는 교사들이 정치세계에서 완전 배제됐기 때문이다. 교사정치기본권을 박탈한 게 큰 원인이라고 본다.
이제 선생님들이 '뭘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정치세계에 들어가서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교사 정치기본권 법안은 6개나 발의돼 있다. 교사들이 정치기본권 보장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때라고 본다. 그래야 진정한 교권수호도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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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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