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압도하는 수목원 풍경, 수원 시민이 부럽다

성낙선 2023. 9. 1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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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여행] 일상 속 수목원 지향하는 일월수목원과 영흥수목원, 그리고 농업박물관

[성낙선 기자]

 영흥수목원, 방문자센터.
ⓒ 성낙선
지난 5월 20일 수원시에서 두 개의 수목원이 동시에 개원했다. 하나는 수원시 서쪽(장안구 일월저수지 옆)에 들어선 '일월수목원'이고, 다른 하나는 수원시 동쪽(영통구 영흥숲공원 내)에 자리를 잡은 '영흥수목원'이다. 한 도시에서 두 개의 수목원이 같은 날 동시에 개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여타의 수목원들이 대체로 도시에서 벗어난 한적한 지역에 터전을 마련한 것과 달리, 이들 수목원이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지역에 터를 잡은 것도 특이하다. 수원시는 인구가 급증하는 도시 중의 하나다. 인구가 늘면 자칫 도시가 삭막해지기 십상이다. 그만큼 도시인의 지친 심신을 달래줄 수목원이 절실했던 것일 수도 있다.
 
 일월수목원, 수목원을 에워싼 아파트단지.
ⓒ 성낙선
일월수목원과 영흥수목원 모두 '더 살아 있는 자연을, 우리의 일상 속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어법은 다소 이상해도 의미는 명확하다.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찾아갈 수 있는 수목원을 지향했단 뜻이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면, 바로 수목원이다.
덕분에 수원시민들은 수목원을 마치 내 집 정원처럼 누리며 살게 됐다. 수목원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경사도 드물다. 이 수목원들은 일종의 이란성 쌍둥이와도 같다. 둘이 다른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서로 묘하게 닮았다. 같은 날 동시에 문을 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 수목원들이 요즘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찾아가 봤다.
 
 국립농업박물관 북문.
ⓒ 성낙선
일월수목원과 영흥수목원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는 '국립농업박물관'도 수원에서 유명세를 치르는 장소 중에 하나다. 국립농업박물관은 '식물'이라는 주제를 놓고 봤을 때, 수목원과도 상당히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이 박물관은 그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더 인기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 가족이라면 한 번은 꼭 가볼 만하다.
 
 일월수목원, 방문자센터.
ⓒ 성낙선
 
일월수목원

일월수목원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방문자센터'를 들러야 한다. 방문자센터는 '수목원의 고품격 문화와 교육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다양한 내용의 강의와 체험 활동 등이 진행된다. 하지만 방문자센터는 단지 그런 용도로만 지어진 게 아니다.

방문자센터 안으로 들어서면, 먼저 전면 유리창이 보는 사람의 시선을 압도한다. 맑은 유리창 밖으로 녹색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센터 밖에서는 짐작조차 못했던 풍경이다. 그 바람에 잠시 얼얼한 기분에 빠진다.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는 수목원 풍경이 무척이나 청량하다. 가슴 속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일월수목원, 방문자센터 유리창으로 내다보이는 수목원 풍경.
ⓒ 성낙선
 
여기서 이 풍경을 바라다보는 것만으로도 일월수목원을 다녀간 보람이 적지 않다. 센터 1층에는 햇빛정원, 식물학자의 방(전시실), 식물상담실, 카페 등이 있고, 지하 1층에는 히어리홀(대강당), 강의실, 정원사의 방 등이 있다. 수목원 안으로 입장하기 전에, 센터 안을 돌아보며 이런저런 전시물들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 재밌다.
일월수목원은 크게 '생태정원'과 '웰컴정원'으로 나뉜다. 생태정원은 '수원시의 생태와 기후를 고려해 숲, 초지, 습지, 건조지 등을 조성한 정원'이다. 전시온실, 숲정원, 습지원, 초지원, 다산정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웰컴정원은 '방문객들에게 가드닝의 기쁨과 재미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정원문화에 관심을 갖게 할 목적으로 만든 전시형 정원'이다. 여기에는 장식정원, 관목원, 겨울정원, 빗물정원 등이 있다.
 
 일월수목원, 전시온실.
ⓒ 성낙선
 
 일월수목원, 전시온실 내부 풍경.
ⓒ 성낙선
그중 전시온실은 방문객들이 반드시 들렀다 가는 장소다. 이곳에서는 건조기후 지역인 남아공,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전시 중이다. 방문객들이 온실 속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그 외, 일월수목원만의 특색을 가진 공간으로는 숲정원, 다산정원, 습지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수목원 주변에 '일월공원'과 '일월저수지'가 있다. 일월저수지 둘레를 도는 산책로에서 바라다보는 저수지 풍경이 수목원 풍경 못지않게 아름답다. 수목원과 저수지는 별개의 공간이다. 저수지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려면, 일단 수목원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일월수목원은 10만 500m² 면적에 2106종의 식물이 식재돼 있다.
 
 일월저수지
ⓒ 성낙선
 
 영흥수목원, 두충나무숲.
ⓒ 성낙선
영흥수목원

영흥수목원의 방문자센터 역시 일월수목원과 같은 기능을 가졌다. 다른 점이 있다면, 1층에 도서관 형태의 휴식 공간인 '책마루'가, 2층과 3층에 체험 교실과 정원상담소, 가든교육장 등이 있다는 것이다. 2층 카페에 수목원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테라스가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특징 중에 하나다.

수목원 내부는 좀 더 다르다. 일월수목원이 평지에 정원을 가꾼 반면, 영흥수목원은 경사면에 정원을 조성했다. 수종 등 식물군에서도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다. 일월수목원의 주요 수집종은 버드나무고, 영흥수목원의 주요 수집종은 느티나무다. 그래도 쌍둥이 수목원답게 다른 점보다는 같은 점이 더 많아 보인다.
 
 일월수목원, 다산정원.
ⓒ 성낙선
 
 영흥수목원, 정조효원.
ⓒ 성낙선
 
일월수목원에 다산정원이 있다면 영흥수목원에는 정조효원이 있다. 일월수목원에 유리온실인 전시온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흥수목원에도 거대한 크기의 유리온실이 있다. 그 외에도 곳곳에서 일월수목원과 유사한 형태의 정원 배치가 보인다. 그렇다고 같은 형태를 답습하지는 않았다. 영흥수목원은 또 그만의 고유한 특색을 갖추고 있다.
영흥수목원은 '꽃과 들풀 전시원', '전시숲', ' 생태숲'으로 구성돼 있다. 꽃과 들풀 전시원은 수목원의 중심을 차지하는 공간으로 온실, 수연지, 정조효원, 암석원, 그라스원, 겨울정원 등을 배치했다. 전시숲은 다양한 관상용 수목을 식재한 곳으로,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진 전시형 숲정원이다. 이곳에는 두충나무숲, 만병초원, 자작나무숲, 상록숲 등이 있다.
 
 영흥수목원, 특이한 형태의 온실.
ⓒ 성낙선
 
 영흥수목원, 연못(수연지)에 비친 겨울정원 풍경.
ⓒ 성낙선
 
영흥수목원 역시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온실을 꼽을 수 있다. 이 온실은 구조 자체가 남다르다. 멀리서 보면, 사각형의 거대한 유리 상자가 연못(수연지)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 같은 위태로운 모양새를 하고 있다. 그 모양 때문에 이곳에서는 온실 속 아열대 식물을 감상하는 사람들보다 온실 자체를 감상하는 사람들로 더 북적인다.
일월수목원 주변에 일월저수지가 있다면, 영흥수목원에는 나무숲이 우거진 영흥생태숲이 있다. 이 숲이 수목원을 가운데 두고 포위하듯이 넓게 둘러싸고 있다. 영흥수목원은 수목원 자체만 놓고 보면, 규모가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수목원을 생태숲으로까지 확장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영흥수목원은 14만 6000m² 면적에 1084종의 식물이 식재돼 있다. 영흥숲 면적은 35만 5937m²이다.
 
 국립농업박물관, 야외경작체험장.
ⓒ 성낙선
국립농업박물관

국립농업박물관은 지난해 12월에 개관했다. 농업박물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내부 시설로는 식물원, 곤충관, 농업관, 수직농장, 식문화관, 어린이박물관, 수유실 등이 있다. 국립농업박물관에서는 유독 어린아이들이 눈에 많이 띈다. 어른들은 어린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박물관 전시물 구성이나 프로그램들도 대체로 어린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설계됐다.

농업관에서는 우리나라 농업의 역사와 함께 각종 농기구를 전시 중이다. 농기구 등을 전시하는 공간이라 분위기가 무겁고 단조로울 수 있다. 그런데도 전시관 내부를 상당히 산뜻하게 꾸몄다. 농업박물관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딱딱하고 경직된 이미지를 말끔히 지웠다. 귀때동이나 뒤웅박같이 옛날 농촌에서 사용하던 구질구질한 물건들조차 깔끔하게 전시를 해 놓은 게 인상적이다.
 
 국립농업박물관, 자율형이앙기.
ⓒ 성낙선
이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공간은 어린이박물관이다. 규모는 작아도 프로그램 내용은 알차다는 평이다. 다 좋은데, 예약이 쉽지 않다. 주말엔 예매 전쟁이 치열하다는 소문이다. 박물관 외부에도 볼거리들이 꽤 많다. 야외경작체험장에서 벼나 밀, 보리, 옥수수 같은 농작물과 함께 사과나무, 감나무, 살구나무 등을 재배하는 걸 볼 수 있다. 박물관 이용은 무료다.
 
 일월수목원, 초지원.
ⓒ 성낙선
 
 일월수목원, 습지원.
ⓒ 성낙선
이날 하루, 일월수목원에서 국립농업박물관을 거쳐 영흥수목원까지 꽤 넓은 공간을 돌아다녔다. 결국 2만 보 이상을 걸었다. 여행삼아 운동을 한 셈이다. 일월수목원과 영흥수목원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겐 수목원 내부가 무슨 미로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럴 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수목원에서 지정한 '추천코스'를 따라가자.

지금은 일월수목원과 영흥수목원이 다소 황량해 보이는 편이다. 그때는 수목원이 개원한 지 이제 겨우 몇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나무와 풀들이 제자리를 잡으려면 아무래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수목원 입장은 유료이지만, 방문자센터 내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무료다. 센터에서 식물 상담 등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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