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경호원 60년만에 입 열어…‘마법총알’ 의혹 풀리나

최승우 2023. 9. 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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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회고록 출간…당시 보고서와 내용 달라
NYT “음모론자들에게 힘 실어줄 것”

1963년 암살당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서거 60주기를 앞두고 당시 현장에서 근거리 경호를 했던 요원이 그날의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의 회고 내용에는 기존 공식 발표에서 나온 이른바 ‘마법 총알’과 다른 주장이 담겨 있어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9일 전직 미 백악관 비밀경호국 요원이었던 폴 랜디스의 출간을 앞두고 그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랜디스의 회고록 ‘최후의 증인’은 다음 달 10일 출간을 앞두고 있다.

NYT 보도에 따르면 랜디스는 케네디 대통령 취임 후 비밀경호국에서 대통령의 자녀와 재클린 케네디 여사를 경호하는 임무를 맡았다.

당시 얼 워런 연방대법원장이 이끈 조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사건은 1963년 11월 22일 금요일 낮 12시 30분 텍사스주 댈러스 중심가인 딜리 플라자에서 발생했다.

리무진을 타고 딜리 플라자를 통과하던 케네디 대통령을 향해 세 발의 총알이 날아들었고, 그중 한 발이 케네디 대통령과 그 앞자리에 탄 존 코널리 당시 텍사스 주지사를 관통했다. 그리고 뒤이은 한 발이 케네디 대통령의 머리에 명중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암살 사건 현장에 놓인 케네디 전 대통령 사진 [이미지 출처=EPA 연합뉴스]

사건 발생 두 시간 만에 24세의 용의자 리 하비 오스왈드가 체포됐고, 위원회는 케네디 대통령 암살이 그의 단독 범행이라고 발표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60년이 지난 현재까지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을 의심하는 음모론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당시 랜디스는 케네디 대통령이 탄 리무진의 바로 뒤 차량에서 보조 발판에 올라 다른 요원 3명과 함께 사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첫 총성이 울렸을 때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총성이 울린 방향을 살폈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몸을 돌렸을 때 케네디 대통령이 양팔을 올리는 것을 봤고, 분명히 총에 맞은 것처럼 보였다”고 증언했다.

이어 앞선 것보다 더 큰 소리의 두 번째 총성이 울렸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총성이 울렸을 때 케네디 대통령은 머리에 치명상을 입었다. 케네디 대통령이 병원으로 이송된 뒤 랜디스는 차량 내부에 고인 핏물에서 총알 파편 2개를 발견하고, 그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가 다시 되돌려놨다.

랜디스는 “그때 좌석 솔기에 박혀 있던 온전한 모양의 총알 하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총알을 코트 주머니에 넣은 뒤 병원으로 들어가서 그것을 상관에게 전하려고 했지만, 혼란스러운 와중에 본능적으로 총알을 케네디 대통령이 실려있는 구급용 운반구에 올려놨다.

랜디스는 “이후 병원 직원이 코널리 주지사를 실었던 빈 운반구를 옮기다 해당 총알을 발견했고, 그것은 원래 출처인 케네디 쪽이 아닌 코널리 쪽에서 나온 것으로 규정됐다”고 주장했다.

NYT는 “랜디스의 기억은 적어도 한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공식 보고서 발표와 다르다”며 “발사된 총알 중 한 발이 케네디 대통령을 관통해 코널리 주지사의 몸 여러 곳을 맞췄다는 워런 위원회의 보고서와 정면으로 대치된다”고 평가했다.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에 대한 음모론을 다룬 영화 ‘JFK’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IMdb]

조사관들은 해당 총알이 암살 장소 인근의 도서 보관실 6층에서 카르카노 소총으로부터 발사됐으며, 케네디 대통령을 관통한 뒤 앞자리 코널리 주지사의 오른쪽 어깨를 관통해 갈비뼈를 맞고 오른쪽 가슴으로 빠져나와 오른손 손목을 거쳐 왼쪽 허벅지로 들어갔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음모론자들은 “총알이 케네디를 관통해 앞 좌석의 코너리 주지사의 등과 가슴, 손바닥, 손등, 허벅지까지 총상을 남길 수 있는 각도가 되려면 총알이 마법처럼 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마법 총알’(magic bullet)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마법 총알은 과학적으로 가능하다고 입증됐으나, 의혹을 완전히 가라앉히기에는 부족했다.

랜디스는 당시 위원회가 총알 출처에 대해 다른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해 “아무도 내게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암살 사건 6개월 후 비밀경호국을 떠나서 부동산 중개업자, 페인트공 등으로 일했다.

NYT는 “랜디스의 설명은 1963년에 일어난 일에 대한 이해를 바꾸고,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서사를 다시 쓰게 할 수 있다”며 “암살자가 1명이 아니라고 의심해온 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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