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죽어나가야 정부가 귀 기울일까" 교사들의 분통

이준목 2023. 9. 1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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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KBS 시사고발 <추적 60분>

[이준목 기자]

2023년 7월 18일 서울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가 교내에서 안타깝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졌다. 주변 사람들은 고인이 신중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에 아이들을 무척 예뼈하는 교사였다고 회상했다.

지난 9월 4일에는 서이초에서 교사의 49재가 열렸고, 많은 이들이 참석하여 고인을 추모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촉망받던 젊은 교사이자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고 친구이기도 했던 그녀는, 왜 24살의 젊은 나이에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져야했던 것일까.

9월 8일 방송된 KBS 시사고발 <추적 60분>에서는 '교사의 죽음, 저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편을 통하여 한 교사를 벼랑 끝까지 몰고간 비극과, 추락한 대한민국 교권의 현실을 조명했다.

숨진 교사는 역시 교사였던 어머니의 뒤를 이어 오랜 시간 교단에 서는 순간을 꿈꿔왔다. 지난해 3월 서이초로 발령받아 1학년 담임을 맡으며 교직 경력을 시작했다.

하지만 교단의 현실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학급에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학부모들의 민원은 선생님에게로 향했다. 교사의 사촌오빠는 "학부모들이 협조도 잘 안해주고 선생님 탓을 하고, 그런 와중에 학생관련 사건이 터지면 밤에도 학부모의 문자가 왔다"고 증언했다.

교사가 생전에 남긴 글에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만 있을뿐' '아침에 학교에 오면 뭔가 두렵다. 가슴이 꽉 막힌 기분이다'라는 내용은 오랫동안 적지 않은 고통에 시달렸음을 짐작게 한다. 그녀가 꿈을 키웠던 교실과 선생님이라는 위치는 어느새 가장 두렵고 괴로운 곳으로 바뀌어 있었다. '스승'이라는 자리에 있었지만 그녀 역시 아직 24살에 불과한 젊은이라는 사실은 전혀 배려받지 못했다.

비슷한 경험을 겪었던 동료 교사들은 숨진 교사의 아픔에 누구보다 슬퍼하고 분노했다. 그의 49재에 모인 교사들은 '진상규명이 추모다'라는 메시지를 내걸고 진상조사와 교권보호합의안 의결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사들은 "고인이 우리 곁을 떠난지 49일이 되었지만 진실은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았고, 현실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우리 교육은 9월 4일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교사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분노한 선생님들은 하나둘씩 거리로 나섰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나흘만인 7월 22일부터 시작된 교사들의 단체 집회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참가자가 급격히 불어났다. 지난 9월 2일 열린 7차 집회에서는 주최 측에서 무려 약 30만 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교사들은 학부모의 악성민원과 교권 회복을 위한 대책을 촉구하며 "교사들이 교육을 지키게 해달라"며 간절히 호소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숨진 교사의 죽음과 추모 집회가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또다른 교사들이 잇달아 세상을 등지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음악선생님으로 근무하던 A교사 역시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초임교사였던 그는 부임 한달만에 학교 폭력 사건에 휘말렸다. 남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싸움을 벌이는 것은 말리려고 했으나 통제가 되지 않았다. 이 일로 인하여 학부모와 상담하고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무너진 김 교사는 우울증에 걸렸다.

숨진 교사가 남긴 글에 따르면 학부모 응대와 생활지도 과정에서 불안장애가 심하게 왔고, 학교나 전화를 받는데 두려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숨진 교사는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반려됐다. 이후 4년간 A 교사는 담임을 맡지 않을 때는 증세가 다소 호전되었지만, 담임을 맡으면 증세가 다시 악화되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리고 A 교사가 사망하고 6개월만에 바로 옆반 담임이었던 B 교사 역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반복됐다. 역시 초임교사였던 B 교사는 부임 6개 월만에 수업시간에 학생이 손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교사는 4년간 끊임없는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렸고 심지어 군에 입대한 동안에도 (민원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학교는 모든 책임을 이 교사에게 떠넘겼다.

이 교사는 군을 제대하고 학교에 복귀한 이후로도 학부모들에게 시달렸다. 이 교사는 사망하기 전 10개월 동안 약 400통에 이르는 전화와 문자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러 학부모들로부터 쏟아지는 온갖 민원은 오롯이 선생님 혼자서만 감당해야했다. 초등학교 관계자는 "학부모가 힘들게 하는 경우에 강제로 할 수 있는 대처가 교권보호위원회라는 것밖에 없다. 그나마도 즉각적인 게 아니라 기간이 오래 걸린다. 여러 가지 제도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라며 제도의 한계를 설명했다.

두 선생님의 안타까운 사망은 추락사로 보고됐고, '개인적 사정으로 인한 죽음'으로 종결됐다. 2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두 교사의 사망을 둘러싼 진상 규명의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B 교사의 부친은 "교장과 관리자들이 잘못했다. 조금만 관심만 가졌다면 사고도 예방이 되었을텐데 너무 소홀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하며 "A 선생님때  잘했다면 우리 아이가 그런 일을 안 당했고, 우리 아이때 잘 처리했으면 서이초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교사들의 잇단 비극이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생님들이 무너질 동안 이를 보호해야 할 학교와 교육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정부는 교사들의 비극이 계속되자 뒤늦게 대책을 내놓았다. 8월 23일 교육부는 '학교장 지속 민원 대응팀'을 설치하여 교사와 악상민원을 분리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별도의 예산과 인력 확보없이는 실효성이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10년차 초등학교 선생님인 최수정 교사(가명)는 첫 발령을 받고 약 1년만인 2014년 11월, 학교 폭력 사건에 휘말렸다. 최 교사는 시비가 붙어 폭력을 행사한 학생을 제지하고 훈계했는데, 그 학부모가 찾아와 최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최 교사가 더 충격을 받은 것은 교감이 오히려 최 교사에게 일방적인 사과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학부모는 이후에도 최 교사에게 아이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최 교사와 학부모는 서로를 쌍방 고소했다. 법원은 최 교사에게는 무혐의, 학부모에겐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최 교사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2020년에 파견이 끝나고 복귀한 최 교사는 당시의 교감이 교장으로 승진한 학교에 발령을 받게 됐다. 최 교사는 관할 교육청에 다른 곳으로의 발령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고 결국 1년을 더 함께 근무해야했다. 최 교사에게는 악몽같은 시간의 연속이었다.

교장은 교감 시절인 당시 최 교사에게 사과를 강요했다는 주장에 대하여 "사과를 시킨 것은 다른 사건에 관련된 내용이었고, 최교사가 부풀려서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또한 교감은 최교사와 학부모의 재판 결과도 제작진이 알려주기 전까는 몰랐다면서 "내가 왜 알고 있어야 하나. 아는 체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라며 오히려 "정리하고 별일 없었으면 내려놓을 수도 있어야 하는데, 정말로 선생님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의문이 생긴다"며 최 교사를 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최 교사를 폭행했던 해당 학부모는 "당시 최 교사도 예민했다. 몇 년이 지났는데 지금 그 사건을 다시 파헤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더 이상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답을 회피했다.

최 교사는 현재 마음의 병을 얻어 휴직 중이었다. 최 교사가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교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학생들과의 추억 때문이었다. 학생들과 있을 때 너무나 행복했다는 최 교사는 "사람들은 '너만 잊으면 다 끝난다'고 하더라. 그런데 서이초 선생님을 보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밝히며 "한 명의 선배교사라도 부당함에 맞서 싸워야 후배교사들도, 교권도 보호가 되는 구나라는 걸 알았다"고 고백했다. 그녀가 지금도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서이초 사건 이후로 대중의 분노는 현재 '갑질 학부모'에게 쏠리고 있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없이, 그저 교사와 학부모의 대립에만 주목하는 것은 자칫 '을들의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교권'은 교사가 학생을 교육할 권리이기도 하지만, 학생이 학습할 권리도 포함된다. 현장의 교사들이 교권 회복을 막는 걸림돌로 '아동학대처벌법'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데 주목할 만하다.

현장의 교사들은 학교에서 단순히 수업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속에서 학생들을 지도해야할 일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여러 가지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멀리 있는 아이에게 주의를 주기 위하여 크게 소리를 쳤다고 해도 아이가 불안감을 느꼈다면 아동학대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그렇지 않다고 해도 한 두명의 악성민원자가 등장하기라도 하면, 겪는 교사 입장에서는 인간적으로 견디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교사들은 현재의 아동학대처벌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2014년 강화된 아동학대범죄 처벌에 대한 특례법안은 당초 외부에서는 알기힘든 가정이나 보호시설의 아동학대를 방지하고 신속한 아동보호를 위하여 도입됐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학생들을 통솔 지도해야 하는 일선 학교에서는 아동학대법적용에 다른 별개의 절차를 마련해야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예를 들어 학생이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교사가 문제 학생을 제지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또한 극성 학부모들은 이러한 아동학대법을 악용하여 교사를 압박하고 민원을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써먹었다. 선생님이 정당한 생활지도를 해도 극성 학부모와 학생들은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오히려 협박을 일삼고 있는 게 현장 교육의 실상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해당 교사만이 아니라 학습권을 침해받는 평범한 일반 학생들에게 다시 돌아간다.

실제로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가 아직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학교로부터 직위해제를 당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19년차 김경애 교사(가명)는 익명으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여 누가 무슨 사유로 자신을 신고했는지 지금도 알지 못한다.

해당 학교의 교장은 김 교사의 수업을 매일 참관하며 아동학대가 벌어지는지 감시했고 이 과정에서 서로의 갈등이 깊어졌다. 김 교사는 "교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방식은 처음 겪어본다"며 황당해 했고, 교장은 "학부모 민원에 따라 교직원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또한 현행 교육공무원법에는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만 받아도 직위해제가 가능하다보니, 직위해제가 되고 난 이후에 나중에 무혐의 판결을 받는 억울한 사례들도 발생한다. 다만 법에는 아동학대가 관련된 구체적인 요건들이 있고 심각하고 중한 사안에 있어서만 직위해제를 하도록 규정되어있음에도, 교육감들이 학부모의 민원을 부담스러워하여 과도한 대응을 하거나 교사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풍토가 문제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교사들과 부대끼면서 생활했던 걸 전부 학대라고 생각할까 두렵다. 이제는 학생들과 아는 척이자 친한 척을 하지못할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서이초 교사의 49재에 참석한 동료 교사들은 "교사들은 자기 책임이 아닌데도 자책하고 힘들어 한다" "얼마나 더 죽어나가야 정부가 귀를 기울일지 안타깝다"며 통분을 금하지 못했다. 사망한 교사의 유족들은 "학부모 민원이 많아서 학습 분위기 조성이 안 된다. 선생님이 이야기해도 아이들이 말을 안 듣지 않나. 그러면 선생님이 뭘 할 수 있겠나. 다 인권침해라고 하는데"라며 추락한 교권의 현실을 지적했다.

교권 침해와 학부모의 악성민원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교단을 떠나야 했던 퇴직 교사들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누릴 권리만 요구하고 모든 책임을 다 교사에게 떠넘기는 행태를 지적하며, 아쉽지만 교단을 떠난 선택에 후회가 없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만일 신고가 들어와도 교사가 법적으로 보호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아이들과 계속해서 학교에서 생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부분이 절대 개선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라는 한 퇴직 교사의 마지막 고백에서 우리 교육 현실이 여실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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