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몇시간 전에야 '확정'…클린스만, 레전드 매치 최종 불참→'만시지탄' 비판 쏟아져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논란, 논란, 또 논란이 이어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잉글랜드 현지에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클린스만은 대한축구협회의 조정을 받아 들여 개인 일정 대신 대표팀에 집중한다.
9일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레전드 매치에 불참했다. 13일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전 대비 훈련을 직접 지켜볼 예정이다.
클린스만은 이날 10일 오전 3시 15분 영국 잉글랜드 런던 스탬퍼드 브릿지에서 열린 첼시 레전드와 바이에른 뮌헨 레전드의 지난해 암으로 세상을 떠난 '잔루카 비알리 추모' 레전드 매치에 초청됐다.
첼시는 비알리를 위한 레전드 매치에 전북 현대 테크니컬 어드바이저이자 2012 유럽축구연맹(UFE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로베르토 디 마테오를 감독으로 세웠다.
뮌헨은 구단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와 분데스리가 3회 우승 등 구단 역사를 함께 한 1990년대 레전드 슈테판 에펜베르크가 감독으로 나섰다.
앞서 7일 주최 측인 첼시가 공개한 양 팀 명단에 클린스만이 포함됐다.
첼시는 페트르 체흐 전 첼시 이사를 비롯해 카를로 쿠디치니, 힐라리오, 프랑크 르뵈프, 개리 케이힐, 존 테리, 티아구 멘데스, 지안프랑코 졸라, 마이클 에시앙, 살로몬 칼루, 윌리암 갈라스, 클로드 마케렐레, 플로랑 말루다, 아이두르 구드욘센, 존 오비 미켈, 하미레스, 샘 허친슨, 라이언 버트란드 등 왕년의 첼시 전설들이 참여했다.
클린스만은 톰 슈타르케, 디에구 콘텐토, 지오바니 에우베르, 클라우디오 피사로, 로이 마카이, 오언 하그리브스, 토마스 헬메르, 루시우 등 뮌헨 레전드들과 함께 명단에 올랐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클린스만은 현재 자신이 이끌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함께 A매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클린스만호는 8일 영국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웨일스 축구 대표팀과 9월 A매치 첫 경기를 가졌다. 결과는 득점 없이 무승부, 경기 내용도 한국이 오히려 웨일스보다 밀리는 졸전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연합뉴스를 통해 "상당히 어려운 경기였다. 양 팀 모두 준비한 대로 경기를 풀어가는 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고, 골 찬스도 많이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대등한 경기였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웨일스가 5백으로 나와서 무너뜨리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웨일스가 수비를 잘했다. 우리도 웨일스와 비슷한 팀을 상대로 어떻게 준비하고 풀어나가야 하는지 볼 수 있는 경기였다"라고 덧붙였다.
졸전 직후 대표팀 감독이 캠프를 비우고 A매치 기간 중에 자신의 현역 시절 몸담았던 구단의 레전드 매치를 뛰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며, 상식을 벗어난 충격적인 사건이다.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선 더더욱 그러기 어렵다.
다만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8일 이 소식이 불거졌을 때 클린스만 참가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엑스포츠뉴스와의 통화를 통해 "클린스만 감독이 레전드 매치에 가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대표팀 소집 기간이고 경기 당일 감독님이 훈련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한다"라며 "이전에 (레전드 매치) 초청이 있었는데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감독님이 가신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다른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클린스만은 협회의 불참 요청에 '개인 시간에 활동하는 것이 왜 비판을 받는지'에 대해 의아해 했다는 후문이다. 더군다나 웨일스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전은 잉글랜드 북부에 위치한 뉴캐슬에서 열리지만, 훈련 캠프를 400km 남쪽에 떨어진 수도 런던에 잡으면서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졌다. 지상파 TV까지 클린스만의 돌출 행동을 비판하고 나섰다.
명단에 괜히 이름 올린 게 아니고, 첼시 홈구장 옆에 괜히 훈련장을 잡은 게 아니라는 얘기였다. "뉴캐슬 구단이 세계 최고의 훈련장을 개장한 게 몇 달 전 일인데 뉴캐슬 등 잉글린드 동부에 훈련할 곳 하나 없었을까"란 비판도 적지 않았다.
결국 10일 오전 1시 40분 최종 공개된 뮌헨 명단에 클린스만의 이름이 빠지면서 그의 레전드 매치 불참이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이번 불참 확정에 대해서도 '만시지탄'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이미 국민들과 축구팬들의 신뢰를 다 잃은 상황이라는 뜻이다.
클린스만은 지난 6월 A매치 후 재택근무로 국내 여론이 악화됐다. 지난 7월엔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 자택에서 줌으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해 자신의 업무 스타일에 대해 설명하며 설득하려 했지만, 쉽사리 통하지 않았다.
당시 클린스만은 "K리그를 관전하는 동시에 월드컵 예선 조추첨 이후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과 논의를 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린스만은 이어 한국 팬들 대다수가 대표팀 감독이 한국에 머물며 일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점에 대해서는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고 솔직하게 생각을 밝혔다.
이어 "나는 좀 더 큰 그림에서, 더 국제적인 차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이 '원격'으로 해온 업무 내용에 관해 설명했다.
한국 상주에 대해서도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엔 과장된 점이 있다.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를 떠나 이제는 선수들과 소통하고 관찰하는 방법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경기장에 직접 가는 방법도 있지만 가지 않더라도 각국에 있는 코칭스태프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 중"이라고 밝혔다.
재택근무를 꿋꿋이 이어갔다면 재택근무의 성과가 이번 경기를 통해 나타나야 했다. 하지만 성과는 커녕 오히려 더 나쁜 내용과 결과를 보여줬다. 부임 후 첫 무실점 경기라 자찬하기엔 내용이 엉망이었다. 웨일스의 슛이 골대를 맞지 않았으면 또 질 뻔했다.
그런 와중에 대표팀 일정을 놔두고 선수 시절 소속팀 일정이 있었다는 해프닝까지 등장했다. 여러모로 바람잘 날 없는 클린스만호다.
한편 한국은 오는 13일 오전 1시30분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 홈구장인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전을 치른다. 한국은 당초 북중미 강호 멕시코와 겨룰 예정이었으나 계약 체결 전 멕시코가 중계 등을 이유로 유럽에 오지 않고 자국에서 호주와 평가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역시 멕시코와 9월 평가전이 무산된 사우디와 영국에서 경기하는 해프닝을 벌이게 됐다.
사우디는 최근 이탈리아 대표팀을 지난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이끈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을 선임시키고 2026년까지 거액에 계약하는 파격적인 행동으로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사우디 입장에선 만치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두 번째 A매치를 한국과 치르는 셈이다.
특히 클린스만 못지 않게 만치니 감독도 내년 1월 아시안컵 우승을 취임 기자회견에서 당면한 목표로 내건 터라 13일 한국-사우디전은 아시안컵 우승 구도를 미리보는 경기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를 대주주를 맞이하면서 전력을 업그레이드하고,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21년 만에 진출했다. 이번엔 그런 뉴캐슬의 홈구장을 대주주가 속한 나라의 국가대표팀인 사우디가 쓰게 됐다.
사우디는 만치니 감독 부임 후 첫 경기였던 9일 코스타리카와의 첫 경기에서 1-3으로 완패하며 첫 승에 실패했다. 사우디와 한국의 맞대결은 양팀 감독의 첫승 도전으로 볼거리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Reuters,AP,EPA,AFP/연합뉴스, 첼시, 엑스포츠뉴스DB, 사우디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 바이에른 뮌헨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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