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요일日문화]일본인들은 왜 단맛을 좋아할까?…유서깊은 디저트 역사
지역·시대별로 선호하는 맛 달라
“일본 음식은 내 입에 너무 단 것 같아.”
일본 여행 다녀온 주위 지인들에게 종종 듣는 말인데요. 일본 음식은 우리나라보다 달게 느껴지는 것에 이어 과자, 푸딩, 케이크 등 ‘단 것’이 매우 많기도 하죠. 심지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일본의 디저트 사랑의 이유를 분석한 기사를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모든 지역에서 단맛을 선호하는 것은 아닌데요. 최근 일본에서는 지역별 맛 특징을 분석한 데이터 지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단맛을 선호하는 지역이 있기도 하고, 시간에 따라 일본 전체의 입맛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재미있는 데이터인데요. 오늘은 일본의 맛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몇 년 전 중국 언론에서는 ‘일본인은 왜 단 것을 유독 좋아하는가’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이를 일본 언론들도 읽을거리로 보도했었는데요. 여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고 합니다. 원래 과자의 원류는 불교와 함께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래됐는데요, 밀가루나 쌀가루에 단맛을 더한 ‘원시 과자’의 형태는 보통 제물로 바치던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귀한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과자는 원래 신성한 것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19세기 말 일본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서 대형 과자 업체들이 나서게 되고, 많은 광고가 뒤따르죠. 이런 대량 생산 체계가 갖춰지면서 과자가 대중화됐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만들어진 과자는 디저트 수요를 더욱 늘어나게 했다는 것인데요.
디저트가 많은 이유에 대해 알아봤으니, 이제는 지역별 맛의 특성을 설명해 드릴 차례입니다. 일본은 위아래로 길쭉한 나라기 때문에, 홋카이도나 도호쿠로 불리는 동북부 지방은 한랭한 지역으로 소금기 강한 보존식이 우세한데요. 다만 짠맛이 강하기 때문에 맛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단맛도 같이 강한 편이라고 합니다. 이 지역은 짠맛과 단맛 값이 전국 평균보다 1%포인트씩 높다고 하네요.
중부지방은 오히려 평균보다 단맛이 2%포인트 적어, 다른 지역보다 덜 단 맛을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원래 일본에서는 규슈지방의 간장이 지역의 맛처럼 여겨지는데요. 규슈 지방의 간장은 유난히 단맛으로 유명합니다. 부족한 당분과 염분을 충전하기 위해 강한 맛의 요리를 선호했고, 달콤한 간장이 굳혀졌다고 하는데요. 이렇듯 규슈는 이번 조사에서도 단맛이 강한 지역으로 선정됐습니다.
그밖에 쓴맛이 나는 야채 여주를 즐겨 먹는 오키나와에서는 쓴맛을 선호하는 평균이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왔다고도 해요.
이런 지역별 기호의 차이 때문에 실제로 같은 식품이라도 지역별 판매량이 다르다고 하네요. 가령 간장 풍미가 특징인 닛신의 즉석라면 ‘치킨라멘’은 규슈지방에서 재구매율이 38%로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게 나온다고 합니다.
시대에 따른 변화도 있습니다. 녹차와 블랙커피를 보면 시대에 따라 계속 선호하는 맛이 바뀌고 있다고 하네요.
일본 여행을 가면 편의점에 녹차 종류가 정말 많은데요. 요새는 진한 맛의 녹차 음료도 정말 많이 출시 됐습니다. 이는 선호하는 녹차의 맛이 바뀌었기 때문인데요. 녹차의 떫은맛 선호도는 올해가 2009년에 비해 60% 늘어난 수치라고 합니다. 대신 쓴맛은 오히려 줄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진한 녹차’를 내건 상품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또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사람들이 건강을 지향하는 풍조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자판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블랙커피는 어떨까요? 신맛이 2009년 대비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라고 합니다.
오늘은 이렇게 일본의 맛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도 식문화에서는 또 우리나라와 다른 부분이 많네요. 우리나라도 매운맛 분석 지도가 생긴다면 지역별로 어떻게 다른 데이터가 나올지 한편으로는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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