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캄보디아·나이지리아서 마약 밀수…작당 장소는 교도소였다
A씨(52)는 가방 주머니 등에 필로폰 2.5㎏을 숨겨 필리핀에서 국내로 3차례에 걸쳐 밀수한 혐의로 지난 2016년 1월 경찰에 검거됐다. 법원은 A씨에게 4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A씨는 수감 기간을 또 다른 범죄의 기회로 삼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서울구치소와 경북북부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며 다른 마약사범과 사귀며 인적 네트워크를 넓혀갔다. 이를 활용해 마약밀수 근거지를 캄보디아로 넓혔다. 교도소 동기를 통해 중국인 마약상 B씨(42)를 소개받아 중국 마약조직과 연계에 나섰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에는 현지에 나이지리아인 마약상 C씨(35)를 소개받아 유통 규모를 키웠다. 캄보디아‧중국‧나이지리아 등 3개국 조직을 연계한 A씨는 본격적인 마약 밀수에 나섰다.
A씨는 국내 유통책 6명도 교도소 동기들을 활용했다. 그러나 3개국이 연계한 A씨의 마약밀매 조직은 4월 수사당국의 위장거래에 걸려든 국내 유통책 D씨(49)가 검거되면서 꼬리가 잡혔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대장 안동현)는 캄보디아에 체류하고 있는 A씨를 포함해 캄보디아‧중국‧나이지리아 등 해외를 거점으로 둔 마약 유통‧판매책 36명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 혐의로, 국내 마약 투약 사범 38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중 국내 마약 유통‧판매책 13명은 구속 송치됐다.
경찰은 올해 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나이지리아 마약상이 국내에 필로폰을 유통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D씨는 지난 3월 24일 부산에서 나이지리아 마약밀매 조직이 헬스보충제로 위장한 필로폰 20㎏을 취득했다. 이후 A씨 지시에 따라 필로폰을 나눠 캄보디아·중국·나이지리아 마약밀매조직 유통책에게 전달했다. 상가 화장실 등에 마약을 두면, 다른 마약 조직원이 이를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경찰은 D씨 체포를 시작으로 폐쇄회로(CC)TV 추적 등을 통해 캄보디아(6명)‧중국(11명)‧나이지리아(5명) 마약밀매 조직의 국내 유통책 22명을 검거했다. 62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시가 623억원 상당의 필로폰 18.7㎏도 압수했다. 이 중 17.2㎏은 나이지리아 마약상이, 1.5㎏은 중국 마약상이 국내에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국가정보원, 캄보디아 경찰의 공조를 통해 캄보디아에서 7월 26일 검거한 A씨에 대한 송환 절차를 밟고 있다. B씨와 C씨에 대해선 신원을 확보해 6월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밀수한 필로폰을 수령한 혐의로 2019년 4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중국으로 강제 추방됐다. C씨의 경우엔 약 2년 동안 국내에 불법 체류하다 지난 2018년 8월 추방된 전력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에서 처벌되거나 추방된 범법자들이 교도소 수용 경력을 악용해 더 큰 범죄로 키워 국내에 필로폰을 대량 유통했다”며 “마약사범에 대한 높은 양형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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